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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시간을 벌어준 시대, 이선영 『심심할 용기』가 빈 시간의 값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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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을 덜어준 시대에도 사람들은 더 바빠졌다. 이선영 작가의 에세이 『심심할 용기』는 이 역설의 원인을 빈 시간의 상실에서 찾는다. 부제는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시간에 대하여’다. 책은 기술을 멀리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더 부지런해지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대신 멍하니 창밖을 보고 천천히 걷는 평범한 순간이 삶에 무엇을 돌려주는지 묻는다. 쉬려고 켠 화면에서 한 시간을 보낸 독자라면 첫 장부터 자기 이야기로 읽게 된다.

생성형 AI는 보고서 초안과 자료 정리를 몇 분 안에 끝내 준다. 아낀 시간만큼 여유가 생겨야 하지만, 그 자리는 대개 새 업무와 새 알림이 채운다. 생산성 도구가 늘수록 쉬는 일이 어려워지는 현상은 디지털 웰빙과 느린 삶을 다룬 책들이 꾸준히 짚어 온 주제다. 『심심할 용기』는 이 흐름에 AI라는 변수를 더한다. 문제를 의지력 부족으로 보지 않고 불안과 환경의 문제로 읽는 점이 출발선이다. 책은 심심함을 견뎌야 할 결함이 아니라 회복의 조건으로 다시 정의한다.

AI가 시간을 벌어준 시대, 이선영 『심심할 용기』가 빈 시간의 값을 묻다

[코리안투데이] 신간 《심심할 용기》 표지 © 코리안투데이 편집국

AI 교육 현장에서 이 주제를 다루는 저자의 위치가 이 책의 차별점이다. 기술 비판서는 대개 바깥에서 쓰이고, 기술 예찬서는 속도를 전제로 쓰인다. 이 책은 AI 교육과 업무 자동화를 직접 가르치는 사람이 쓴 절제의 기록이다. 2부가 AI를 거부하지 않고 맡길 일과 직접 느껴야 할 일을 나누는 데 지면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을 쓰되 기술에 시간을 내주지 않는 방법이 책 전체의 실무 과제로 놓인다.

독자가 얻는 효용은 구체적이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주머니로 가는 손을 알아차리게 된다. 쉬는 시간에 쉬지 못한 이유를 불안으로 설명할 언어를 얻는다. 4부는 이를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루 10분 단위의 훈련을 제시한다. 큰 결심 대신 작은 환경 조정을 권하므로, 읽다 덮어도 한 가지는 바로 시도할 수 있다.

저자 이선영은 리워크AI융합협회 대표이자 코리안투데이 원주지부장이다. 18년 넘게 평생교육과 직업훈련 현장에서 사람의 배움과 성장을 도왔다. 지금은 AI 교육, 디지털 콘텐츠 개발, 업무 자동화 교육·컨설팅으로 기술과 사람을 잇는다. 기술을 가까이에서 다루는 사람이 기술이 지운 여백을 쓴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기술은 우리의 시간을 아껴주는데, 우리는 왜 여전히 바쁘고 지쳐 있을까?” 책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기술을 잘 쓰는 일만큼 자신만의 속도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책은 프롤로그와 4부 20장, 에필로그, 부록 두 편으로 짰다. 1부 ‘빈 시간이 사라진 시대’는 몇 초의 틈도 견디지 못하는 습관을 다룬다. 알고리즘이 취향보다 약한 순간을 파고드는 방식도 짚는다. 2부 ‘AI가 시간을 벌어준 뒤에 생긴 질문’은 생산성 강박을 새로운 중독으로 규정한다. 이어 AI에게 맡길 일과 직접 느껴야 할 일을 가르고, 편리함이 외로움을 대신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3부 ‘심심함이 돌려주는 것들’은 멍 때림과 기억, 관계, 침묵을 회복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11장은 기억이 SNS보다 체온에 남는다고 쓰고, 13장은 손으로 남긴 오늘의 힘을 다룬다.

미리보기 원고는 문장이 짧고 장면이 구체적이다. 1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목적지는 고작 10층이다. 그런데도 손은 이미 주머니로 간다.” 독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겪는 장면이다. 4장은 휴식에도 가짜가 있다고 말한다. 몸은 누워 있는데 마음은 계속 달리는 휴식, 손은 쉬는데 뇌는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휴식이다. 10장은 ‘멍 때린다’는 말에 붙은 죄책감을 걷어낸다. “그러나 마음은 계속 달릴 수 없다”는 문장이 그 장의 논지를 압축한다.

4부 ‘다시 내 시간으로 살아가는 연습’은 실천편이다. 16장은 의지가 아니라 환경을 바꾸라고 권한다. 17장은 하루 10분 심심함 훈련을, 18장은 가족과 함께 심심해지는 법을 다룬다. 19장은 일하는 사람에게도 빈 시간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20장은 아무것도 안 한 날도 충분한 하루라고 말한다. 부록의 ‘실천하는 심심함 체크리스트’와 ‘7일 심심함 실험’은 읽고 끝내지 않고 일주일 동안 직접 해 보도록 돕는다. 독자 대상은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직장인, 화면을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 한집에서 각자 화면을 보는 가족이다.

읽을 때 확인할 지점은 셋이다. 첫째, 2부가 AI에게 맡길 일과 직접 느껴야 할 일의 경계를 어디에 긋는지. 둘째, 17장의 10분 훈련과 부록의 7일 실험이 바쁜 일상에서 실제로 실행 가능한 크기인지. 셋째, 15장이 침묵을 관계의 적이 아닌 조건으로 어떻게 풀어내는지. 『심심할 용기』는 WIA Book에서 2026년 10월 26일 출간한 EPUB3 전자책이다. 저자는 이선영, 정가는 9,900원이다. 구매와 상세 내용은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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