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0] 삼고초려의 두 번째 걸음 (365편의 중간 봉우리)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첫 방문의 매화가 떨어진 뒤의 겨울, 융중(隆中) 초려(草廬) 앞에 눈(雪)이 깊게 쌓였다. 유비(劉備)의 두 번째 걸음이 그 눈 위에 놓였다.
겨울 아침의 바람이 날카로웠다. 유비가 적토마(赤兎馬) 대신 적로(的盧) 위에 올라, 관우(關羽)·장비(張飛)와 함께 융중의 길로 나아갔다. 눈이 말의 무릎까지 차올라, 말이 한 걸음씩 눈을 밀며 올라갔다.
장비가 낮은 한숨을 삼켰다.
“형님. 오늘 눈이 말의 무릎까지 차올랐사옵니다. 오늘은 돌아가시고, 따뜻한 봄에 다시 오시지요.”
유비가 낮게 고개를 저었다.
“익덕. 오늘 눈의 결이 오히려 삼고의 결을 더 깊게 만드네.”
초려 문 앞에, 어린 동자가 눈을 쓸고 있었다. 유비가 고개를 숙였다.
“오늘 와룡 선생의 존안을 뵈옵고자 하나이다.”
동자가 낮은 한 마디를 흘렸다.
“주인께서는 아우이신 제갈균(諸葛均)의 집에 다녀오셨다가, 친구와 함께 초려 뒤편의 정자(亭子)에 들어가 계시옵니다.”
유비가 동자에게 감사(謝意)를 올리고, 발걸음을 초려 뒤편으로 옮겼다. 정자 안쪽에서, 청년 하나가 친구와 함께 한 잔의 차를 나누며 낮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유비가 정자 앞에 이르러 고개를 숙였다.
“혹시 와룡 선생이 아니시옵니까.”
청년이 낮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와룡의 아우 제갈균이오. 형님은 오늘 아침 최주평(崔州平)과 함께 산길로 나가셨소이다.”
유비가 긴 침묵을 삼켰다.
“제갈 공(諸葛公). 오늘의 두 번째 걸음도 헛되이 놓였사옵니다. 다만 한 장의 서(書)를 남기고 가겠사옵니다.”
유비가 붓을 들어, 서의 첫 줄에 썼다.
“유비(劉備)가 와룡 선생을 두 번 뵈옵지 못하였사오나, 한 결의 결의를 굽히지 아니하옵나이다. 다시 오겠나이다.”
유비가 서를 제갈균의 손에 건네었다. 제갈균이 고개를 숙였다.
“유 사군의 서를 형님의 책상 위에 깊게 놓겠사옵니다.”
세 사람이 눈 위의 길을 다시 내려갔다. 적로의 네 발이 눈 위에 자국을 남겼다. 그 자국이 다음 방문의 씨가 되어 있었다.
Book 4의 백 번째 저녁이 융중의 눈 위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再訪雪(재방설, 눈 속의 두 번째 방문)의 세 글자가, 말의 무릎까지의 눈과 동자의 쓸음과 제갈균의 이름과 남긴 서가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99의 初訪廬의 매화가, 오늘 저녁 눈 위에 닿아 있었다. Day 1 도원(桃園)의 결의부터 오늘 재방설의 자국까지, 백 편의 한자 창작이 한 결로 한 자국 위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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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사람의 두 번째 걸음이 깊은 눈 위에 놓이는 저녁이 있지요. 그 눈 위의 한 결의 자국이, 세 번째 방문의 씨가 되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저녁에도, 다음 걸음의 씨가 되는 자국이 혹시 놓여 있지는 아니한지요. 백 번째 저녁이 융중의 눈 위에서 조용히 막을 내립니다. Day 1 도원의 결의부터 Day 100 재방설의 자국까지, 백 편의 한자 창작을 조용히 거두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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