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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현수

AI 이미지 예술, 사진일까 회화일까 아니면 제3의 예술일까

카메라도 붓도 들지 않은 이미지가 묻는 창작과 예술의 새로운 경계

기사입력 기사번호 56899

AI 이미지 예술이 빠르게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예술을 바라보는 오래된 기준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생성형 인공지능에 몇 줄의 문장을 입력하면 실제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풍경이나 유화처럼 보이는 인물화가 만들어진다. 결과물만 놓고 보면 사진과 회화를 구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이미지는 사진일까, 회화일까. 아니면 기존 장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제3의 예술일까.

사진은 오랫동안 현실의 빛을 기록하는 매체로 이해됐다. 카메라와 렌즈,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가 실제 장면에서 반사된 빛을 받아 하나의 화면으로 만든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한 뒤에도 촬영이라는 행위는 사진을 정의하는 핵심 요소로 남아 있었다.

회화는 이와 다른 출발점을 갖는다. 화가는 붓이나 연필, 물감과 같은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화면에 직접 옮긴다. 현실을 그대로 묘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릴 수도 있다. 사진이 현실과 물리적으로 연결된 기록이라는 성격을 갖는다면 회화는 작가의 해석과 표현이 상대적으로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장르다.

 [코리안투데이] 카메라도 붓도 들지 않은 이미지가 묻는 창작과 예술의 새로운 경계  © 김현수 기자

생성형 AI 이미지는 이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닮았지만 어느 한쪽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사용자가 특정 장면을 직접 촬영하지 않아도 사진과 유사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붓을 움직이거나 캔버스에 색을 칠하지 않아도 회화와 비슷한 화면을 얻을 수 있다. AI 이미지 예술이 기존 예술 장르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겨울 새벽의 서울 골목, 젖은 아스팔트, 멀리 걸어가는 한 사람과 같은 조건을 입력했다고 가정해 보자. 생성형 AI는 학습 과정에서 형성된 통계적 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한다. 사용자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았지만 구도와 분위기, 조명과 색채를 언어로 지시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역할을 어디까지 창작으로 볼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짧은 명령 한 줄을 입력하고 처음 나온 결과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와 수십 차례 결과를 비교하며 구도와 색상, 인물의 위치를 조정하는 경우는 창작 과정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 AI가 이미지를 생성한다고 해도 선택과 수정, 배열 과정에서 인간의 판단이 개입할 수 있다.

법적 논의 역시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중요한 기준으로 바라본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5년 공개한 생성형 AI 저작권 보고서에서 AI를 창작 과정의 보조 도구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저작권 보호를 막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생성형 AI 산출물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인간이 충분한 표현 요소를 결정한 부분이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프롬프트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결과물이 인간의 저작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 저작권청의 AI 관련 정책과 보고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판단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사람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생성형 AI로 변형했을 때 원본 사진의 창작성이 결과물에 나타난다면 인간이 창작한 표현 부분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안내한다. AI 결과물을 인간이 수정하거나 여러 산출물을 창의적으로 선택·배열한 경우도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법적 저작권과 예술적 가치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미지라도 사람에게 강한 감정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법적 보호를 받는 작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높은 예술적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결국 AI 이미지 예술을 이해하려면 법률과 미학을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술사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비슷한 충돌이 있었다. 사진이 등장했을 때에도 기계가 만든 이미지를 예술로 볼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이후 사진은 단순한 기록 기술을 넘어 독립된 예술 장르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사진과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의 등장도 창작 방식의 경계를 바꿨다.

 [코리안투데이] 생성형 AI 역시 예술을 제작하는 도구의 범위를 확장 중     ©김현수 기자

생성형 AI 역시 예술을 제작하는 도구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기존 도구보다 생성 과정에 알고리즘의 역할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카메라는 사람이 바라보는 현실을 기록하고 붓은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가지만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지시를 해석해 화면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구성한다.

이 때문에 AI 이미지 예술을 사진이나 회화의 하위 장르로만 분류하기보다 새로운 디지털 창작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사진의 시각적 언어를 사용할 수도 있고 회화의 표현 방식을 모방할 수도 있지만 제작 원리는 두 장르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AI 생성 이미지를 곧바로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가 자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예술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미지를 만들었는지,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지, 작품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는지 등 기존 예술에서도 중요했던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가 예술가인지 아닌지를 단순히 결정하는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인간이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사진가가 카메라를 선택하고 화가가 붓과 색을 선택하듯 AI 시대의 창작자는 모델과 프롬프트, 반복 생성과 편집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AI 이미지 예술은 사진이냐 회화냐라는 양자택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진과 회화의 미학을 흡수하면서도 언어와 알고리즘, 인간의 선택이 결합된 새로운 제작 방식을 갖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이를 제3의 예술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존 장르의 경계를 흔들며 새로운 예술 형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질문은 이미지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에서 누가 어떤 의도로 창작 과정에 개입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AI 시대의 예술은 손으로 직접 그렸는지, 카메라로 직접 촬영했는지만으로 정의되기 어려워졌다. 인간의 상상력과 기계의 생성 능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시각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AI 이미지가 사진인지 회화인지에 대한 논쟁은 어쩌면 그 새로운 예술의 이름을 찾아가는 첫 단계일 수 있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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