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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진작가, 고양이 ‘고등어’와 함께 묻다… 공존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2026 제2회 애니멀 아트 페스티벌’서 실제 고양이 모티프 AI 연작 4점 선보여… 발견·기다림·접촉·신뢰로 이어진 생명과 인간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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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아티스트 최나진(Campanula850)이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에서 열린 ‘2026 제2회 애니멀 아트 페스티벌’에서 실제 고양이 ‘고등어’를 모티프로 한 AI 기반 연작 4점을 선보였다. 「나는 여기 있습니다」에서 「이곳을 믿어도 되겠습니다」까지 이어지는 작품은 한 생명을 발견하고 기다리며 서로의 경계를 좁혀가는 과정을 담았다. 화려한 기술적 효과보다 여백과 시선, 손길, 기다림이라는 일상의 언어를 통해 ‘공존은 어떻게 시작되는가’를 묻는 작업이었다.

 [코리안투데이] 최나진 작가가 ‘2026 제2회 애니멀 아트 페스티벌’ 전시장에서 실제 고양이 ‘고등어’를 모티프로 한 AI 연작과 함께하고 있다  © 지승주 기자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을 채웠던 수많은 동물 이미지 가운데 유독 조용한 화면이 있었다.

넓은 푸른 벽, 바닥과 벽을 가르는 흰 선, 그리고 화면 오른쪽 아래에 앉아 있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 고양이 옆에는 밥그릇 하나가 놓여 있다.

화려한 장식도, 극적인 움직임도 없다. 화면 대부분은 비어 있고 고양이는 그 넓은 공간의 한 귀퉁이에 머물러 있다.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에서 열린 ‘2026 제2회 애니멀 아트 페스티벌’에 참여한 AI 아티스트 최나진(Campanula850)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동물의 미래가 인류의 미래입니다’를 주제로 인간과 동물, 자연과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풀어냈다. 최나진은 실제 고양이 ‘고등어’를 모티프로 「나는 여기 있습니다」, 「나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먼저 마음을 열어 봅니다」, 「이곳을 믿어도 되겠습니다」 등 AI 기반 연작 4점을 출품했다.

네 작품은 각각 독립된 장면이지만 순서대로 바라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발견하고, 기다리고, 마음을 열고, 마침내 믿는 과정이다.

그 점에서 최나진의 작업은 동물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작가가 바라보는 고양이는 인간의 감상이나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감각으로 주변을 살피고, 거리를 결정하고, 상대를 받아들일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는 하나의 관계 주체다.

이러한 관점은 첫 작품 「나는 여기 있습니다」에서 가장 분명하게 시작된다.

화면에서 고양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오히려 푸른색 공간의 거대한 여백이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일반적인 동물 작품이 동물의 표정이나 몸짓을 화면 중심으로 끌어오는 것과 달리 최나진은 고양이를 화면 한쪽에 머물게 했다.

그래서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찾아보게’ 된다.

이 시선의 이동이 작품을 읽는 첫 번째 열쇠다.

작가가 작품 설명에서 밝힌 출발점 역시 “넓은 공간 속 한 생명을 발견하는 시선”이다. 여백과 작은 존재감의 대비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고양이가 작게 표현됐다고 해서 존재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넓은 여백 때문에 한 생명의 존재가 더욱 또렷해진다. 화면은 관람객에게 ‘저기 고양이가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기보다 스스로 발견하도록 기다린다.

이 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행위와 작가가 말하는 ‘공존’의 첫 단계가 겹쳐진다.

공존은 상대방을 바꾸는 것보다 먼저 그 존재를 알아차리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코리안투데이] 최나진, 「나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AI Pigment Canvas Printing, 30×30cm, 2026  © 지승주 기자

두 번째 작품 「나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인간은 흔히 먼저 다가가고 만지고 반응을 요구한다. 그러나 최나진의 연작은 반대로 상대가 자신의 속도로 마음을 열 때까지 거리를 유지하는 시간을 관계의 중요한 과정으로 바라본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다가가지 않는 것, 재촉하지 않는 것, 상대에게 선택할 시간을 내어주는 것 역시 적극적인 관계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메시지다.

 [코리안투데이]  최나진, 「나는 먼저 마음을 열어 봅니다」, AI Pigment Canvas Printing, 30×30cm, 2026  © 지승주 기자

이러한 흐름은 세 번째 작품 「나는 먼저 마음을 열어 봅니다」에서 변화를 맞는다.

고양이 앞에 사람의 손이 등장한다.

그러나 손은 고양이를 움켜쥐거나 일방적으로 만지지 않는다. 고양이를 향해 조심스럽게 뻗어 있을 뿐이다. 고양이 역시 그 손을 바라본다.

화면에는 사람과 고양이 사이에 아직 작은 거리가 남아 있다.

바로 그 거리가 중요하다.

접촉 직전의 순간에는 긴장과 호기심, 경계와 기대가 동시에 존재한다. 사람의 손과 고양이의 시선 사이에 남아 있는 작은 공간은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관계를 시작하는 지점으로 읽힌다.

보도자료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인간과 동물 사이에 처음 형성되는 접촉과 신뢰의 순간”을 표현한 것으로 설명했다.

따라서 손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니다.

기다려 온 인간이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내미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그 손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여전히 고양이에게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네 번째 「이곳을 믿어도 되겠습니다」에 이르면 긴장은 비로소 풀린다.

편안히 잠든 고양이의 모습은 앞선 작품에서 이어져 온 경계가 옅어지고 한 공간을 안전한 장소로 받아들이게 된 상태를 보여준다.

첫 장면에서 넓은 공간 한쪽에 홀로 머물던 존재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경계를 내려놓고 잠들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잠든다는 것은 동물에게 자신의 경계를 낮추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잠’은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상대와 공간을 신뢰할 수 있다는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이다.

이렇게 네 작품을 순서대로 놓으면 최나진의 연작은 ‘존재의 발견→기다림→접촉→신뢰’라는 명확한 구조를 형성한다.

그 과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AI라는 기술이 작품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나진은 AI를 활용하지만 관람객에게 기술적 기교를 과시하기보다 감정과 기억, 관계의 흔적을 시각화하는 매개로 사용했다. 작품의 핵심 역시 ‘AI가 어디까지 사실적인 고양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이미지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가에 놓여 있다.

이는 생성형 AI를 둘러싼 최근 예술의 관심과도 맞닿아 있다.

AI가 얼마나 정교한 이미지를 만드는가에 대한 기술적 질문을 넘어, 작가가 기술을 이용해 어떤 경험과 감정을 구조화하고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가 작품의 중요한 판단 지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나진의 작업에서는 그 질문에 ‘고등어’라는 실제 존재가 자리한다.

가상의 동물을 만들어 놓고 이야기를 덧붙인 것이 아니라 실제 고양이를 모티프로 삼아 한 생명을 발견하고 관계가 만들어지는 시간을 네 장면으로 나눴다는 점에서 작품의 서사는 보다 구체적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네 작품의 제목이다.

「나는 여기 있습니다」

「나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먼저 마음을 열어 봅니다」

「이곳을 믿어도 되겠습니다」

제목을 차례로 읽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짧은 이야기가 완성된다.

특히 제목의 화자가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면 작품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인간의 목소리로 읽을 수도 있고 고양이의 목소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작품은 그 화자를 하나로 고정하기보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열어둔다.

바로 이 모호한 경계가 연작의 의미를 확장한다.

인간이 동물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쩌면 동물 역시 인간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나진이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준 공존 역시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한 생명을 바라보는 것.

성급하게 다가가지 않는 것.

상대가 자신의 속도로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리고 마침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공존은 한 생명을 바라보고 기다리며 안전한 자리를 내어주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정리했다.

지난 8월 2일 막을 내린 ‘2026 제2회 애니멀 아트 페스티벌’은 인간과 동물, 자연의 관계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조명했다. 그 가운데 최나진의 ‘고등어’ 연작은 공존이라는 큰 주제를 가장 일상적인 관계의 언어로 좁혀 보여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공존을 이야기하기는 쉽다.

그러나 실제 관계에서는 상대를 발견하고도 지나칠 수 있고, 기다리지 못해 먼저 다가갈 수 있으며, 인간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결정해 버릴 수도 있다.

최나진의 네 작품은 바로 그 지점에서 속도를 늦춘다.

첫 작품의 넓은 여백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사람의 손과 고양이의 시선이 만나는 순간을 지나, 마침내 고양이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공간으로 향한다.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보고 있지만 작품이 끝내 묻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생명에게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가.

전시는 끝났지만 ‘고등어’가 남긴 네 장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에 무엇을 볼 것인가는 AI 기술의 진보만이 아니다. AI라는 새로운 표현 도구를 손에 쥔 작가들이 실제 삶에서 발견한 관계와 기억을 어떤 미술 언어로 바꾸어 갈 것인지, 그리고 그 작업이 인간 이외의 생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지가 다음 질문으로 남는다.

전시 정보

전시명: 2026 제2회 애니멀 아트 페스티벌

전시기간:2026년 7월 29일~8월 2일(폐막)

장소: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

주제: ‘동물의 미래가 인류의 미래입니다’

참여작가: 최나진(Campanula850) 외

최나진 출품작: 「나는 여기 있습니다」,

                    「나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먼저 마음을 열어 봅니다」,

                    「이곳을 믿어도 되겠습니다」

작품 형식: AI Pigment Canvas Printing, 30×30cm, 2026

작가 작업 방향: AI를 매개로 감정과 기억, 관계의 흔적을 시각화하고 동물과 인간 사이의 기다림·돌봄·신뢰를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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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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