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4] 백문루의 아침
3월 · 천하의 두 사람 | 약 3분 읽기

하비(下邳) 서쪽 뒷문이 열린 다음 날 아침, 여포(呂布)가 묶인 채 성의 높은 누(樓) 위에 앉혀졌다. 그 누의 이름은 백문루(白門樓)였다.
백문루의 계단은 희었다. 아침 햇빛이 그 흰 결 위에 낮게 놓였다. 여포의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누의 가운데에 앉혀져 있었다. 그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뒤로 진궁(陳宮)이 함께 묶여 앉혀져 있었다. 장료(張遼)가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고순(高順)도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누의 모퉁이에는 송헌(宋憲)과 위속(魏續)이 고개를 낮게 숙인 채 서 있었다.
조조(曹操)가 누의 가운데 자리에 올라와 앉았다. 유비(劉備)가 그의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여포의 얼굴 위에 함께 놓였다.
여포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조 장군. 오늘 묶여 이 자리에 앉아 있으나, 나의 활과 말의 결이 장군의 휘하에 이르면, 천하를 얻는 수가 쉬워지리이다. 부디 나를 살려 주시옵소서.”
조조가 낮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두 눈이 유비의 얼굴 쪽으로 옮겨 갔다.
“현덕. 오늘 여 온후(呂溫侯)의 말이 어떠하시옵니까.”
유비가 낮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입이 낮게 움직였다.
“조 장군. 일찍이 여 온후께서 자기 양아버지 정원(丁原)과 또 다른 양아버지 동탁(董卓)의 목을 자기 손으로 취(取)하였음을 기억하여 주시옵소서.”

여포의 두 눈이 크게 벌어졌다. 그의 입이 낮은 한 마디를 흘렸다.
“대이(大耳). 자네의 한 마디가 오늘 내 목 위에 내려앉았구나.”
“대이”는 여포가 유비의 귓바퀴를 놀리며 부른 별명이었다.
조조가 낮게 명(命)을 내렸다.
“여 온후를 누 아래로 내려, 형(刑)을 집행하라.”
여포가 묶인 채 누 아래로 끌려 내려갔다.
그 뒤를 이어 진궁이 누의 가운데에 세워졌다. 조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공대. 자네가 옛날 나를 떠났으나, 오늘 내 앞에 서 있네. 나에게 돌아오는 수가 있는가.”
진궁이 낮게 고개를 숙였다.
“주공. 오늘의 이 몸은 옛날 주공을 떠난 몸이옵니다. 그 떠남의 결을 오늘 다시 뒤집지 아니하겠사옵니다. 부디 저의 노모(老母)와 처자(妻子)만을 살려 주시옵소서. 제 몸은 오늘 누 아래에 놓여 주시옵소서.”
조조가 긴 침묵을 삼켰다. 그의 입이 낮게 말하였다.
“공대. 자네의 노모와 처자는 내가 보호하겠네. 자네의 몸은 오늘 누 아래에 놓여 주겠네. 자네의 결을 내가 오래 기억하겠네.”
진궁이 고개를 깊게 숙이고 누 아래로 내려갔다.
장료가 누의 가운데에 세워졌다. 장료의 두 눈이 단단해 있었다. 조조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문원. 오늘 자네의 결을 내 막하에 맞이하고 싶네.”
장료가 긴 침묵 뒤에 고개를 깊게 숙였다.
“조 장군. 오늘부터 이 몸은 조 장군의 막하에 놓이겠사옵니다.”
Book 3의 일흔네 번째 아침이 백문루의 흰 계단 위에서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 白門樓(백문루, 흰 문의 누)의 세 글자가, 여포의 묶인 몸과 유비의 낮은 한 마디와 진궁의 노모의 이름과 장료의 숙인 고개가 한 자리에 놓인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73의 宋魏叛(송위반)의 두 배신의 결이, 오늘 아침 백문루의 계단 위에 모여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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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높은 누의 계단 위에, 한 시대의 결이 한 자리에 함께 놓이는 아침이 있지요. 한 사람은 묶여 내려가고, 한 사람은 고개를 숙여 내려가고, 한 사람은 새로운 막하 쪽으로 내려가게 되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아침에도, 누의 계단 위에 한 시대의 결이 함께 놓이는 자리가 혹시 놓여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놓임을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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