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8] 원문의 한 자루 활
2월 · 주인 없는 칼 | 약 3분 읽기

허도의 조조가 다시 순욱의 귓가의 계(計)를 받아, 수춘의 원술과 서주의 유비를 서로 맞부딪치게 하는 수를 두었다. 원술이 유비를 쳤고, 유비가 원문(轅門)의 자락 아래에서 여포의 한 자루 활 끝에 목숨의 결을 걸게 된 계절이었다.
원술이 손책의 옥새를 품속에 간직한 그 봄, 기(氣)가 크게 높아졌다. 수춘의 탁자 위에서 스스로의 이름을 황제의 이름으로 부풀리고 있었다. 유비를 치겠다는 결단이 그 기의 끝에 얹혔다. 기영(紀靈)의 십만 병이 서주로 움직였다.
유비가 소패(小沛)의 성루 위에서 긴 호흡을 삼켰다. 곁에 장비와 관우가 서 있었다. 유비가 낮게 말하였다. “여포에게 사람을 보내자. 같은 서주의 지붕 아래에 놓인 두 사람이다. 여포가 우리의 위기를 보고 움직여 주겠지.” 손건(孫乾)이 말을 달려 여포의 앞에 섰다.
여포의 장막 안쪽에서 진궁(陳宮)이 낮은 말을 꺼내었다. “주공. 유비가 무너지면 원술이 커지옵니다. 원술이 커지면 다음 차례는 우리이옵니다. 유비를 살려 두시는 것이 우리에게도 이로우옵니다. 그러나 기영의 병을 칼로 막으시면 후일의 부담이 커지옵니다. 원문 앞에 한 자루의 활을 세워 두시고, 그 활 끝을 쏘시어 한 화살로 두 싸움을 함께 잠재우시옵소서.”
여포가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화극(畵戟)의 작은 가지를 백오십 보 밖에 세우게.” 한 명이 나가 원문의 앞에 한 자루의 방천화극을 꽂았다.
그 날 두 진영이 원문 앞 자리에 불려 왔다. 한 쪽에는 기영, 한 쪽에는 유비가 앉았다. 여포가 술상을 차리고 두 사람에게 술을 권하였다. “나의 부탁이 있네. 저기 백오십 보 밖에 세워진 화극의 작은 가지를 내 화살이 맞히면, 두 군은 각자 병을 거두어 돌아가게. 맞히지 못하면, 싸움은 각자의 뜻에 맡기세.”
기영도 유비도 서로 물러서기 어려운 자리였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포가 한 자루의 활을 들었다. 활시위를 당겼다. 고요가 원문 앞의 공기를 한 움큼 삼켰다.

화살 한 대가 허공을 갈랐다. 백오십 보 밖 화극의 작은 가지 끝이 단번에 떨어졌다. 양쪽 진영에서 동시에 탄성이 터졌다. 여포가 크게 웃었다. “하늘이 오늘의 싸움을 잠재워 주었구나. 두 분의 약속을 함께 지키세.” 기영이 고개를 깊게 숙인 뒤 십만 병을 돌리어 수춘으로 돌아갔다. 유비도 고개를 숙이고 소패의 문 안쪽으로 물러났다.
그 저녁 유비가 손건에게 낮게 말하였다. “여포가 오늘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었다. 원문의 한 자루 활이 한 화살로 두 싸움을 함께 잠재웠다. 오늘의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하는가.” 손건이 낮게 답하였다. “주공. 이 빚은 한 번에 갚아지지 아니할 것이옵니다. 긴 날 동안 한 결씩 돌려 드려야 할 빚이옵니다.”
한편 허도의 장막 안쪽에서는 조조가 순욱의 앞에 낮은 한숨을 내놓았다. “문약. 오늘 원문 앞의 한 자루 활이, 원술과 유비 두 호랑이를 한꺼번에 잠재워 버렸네. 이 한 수는 우리의 이호경식을 막아선 수가 되었네.” 순욱이 낮은 미소를 지었다. “주공. 여포는 한 화살로 두 싸움을 잠재울 수 있는 한 자루의 활의 주인이옵니다. 그 활을 훗날 다른 손 안쪽으로 옮기는 수가 우리에게 남아 있사옵니다.”
Book 2의 쉰여덟 번째 저녁이 원문 앞 한 자루 활 아래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轅門戟(원문극, 원문의 한 자루 화극)의 세 글자가, 십만 병의 걸음과 한 자루 활의 화살과 두 진영의 탄성이 한 자리에 놓인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54의 二虎計의 이호경식의 첫 수가, 오늘 저녁 한 화살 아래에 잠시 잠재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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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자루의 활이 한 화살로 두 싸움을 함께 잠재워 주는 저녁이 있지요. 그 화살의 끝이 작은 가지의 끝을 맞히고 나면, 두 진영의 걸음이 조용히 돌아가게 되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저녁에도, 한 화살이 두 싸움을 함께 잠재워 준 자리가 혹시 놓여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놓임의 결을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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