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3] 열두 줄의 낙하
3월 · 천하의 두 사람 | 약 3분 읽기

수춘의 성문이 굳게 닫힌 다음 날 아침, 참칭의 면류관(冕旒冠) 열두 줄 옥패(玉佩)가 한 줄씩 끊어져 탁자 위에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첫 줄은 어젯밤 스스로 끊어졌다. 둘째 줄은 오늘 아침 수춘 남문의 벽 아래에서 첫 물이 터지는 순간에 끊어졌다. 손책(孫策)의 수군이 장강(長江)의 물을 남문 벽 아래까지 끌어와, 성벽의 틈으로 물을 흘려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수춘 성 안쪽의 모래 바닥이 얕게 젖어 가기 시작하였다.
셋째 줄은 동문의 빗장이 첫 움직임을 보인 순간에 끊어졌다. 관우(關羽)의 청룡언월도가 동문의 기둥을 한 번에 내리쳤고, 장비(張飛)의 장팔사모가 동문 빗장 위에 깊은 금을 긋는 순간에 끊어졌다.
넷째·다섯째 줄은 북문의 고함 아래에서 함께 끊어졌다. 하후돈(夏侯惇)이 북문 앞에서 큰 고함을 올린 그 순간, 수춘 성 안쪽에서 두 줄의 옥패가 함께 탁자 위에 떨어졌다.
여섯째·일곱째·여덟째 줄은 원술(袁術)이 면류관을 벗으려 손을 올린 그 순간에 세 줄이 함께 끊어졌다. 원술이 깜짝 놀라 손을 거두었다. 관의 옥패의 반이 이미 탁자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원술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오늘의 관이 스스로 나를 벗으려 하는구나.”

그 저녁 수춘 성 안쪽 식량 창고 위에서 아홉째 줄이 끊어졌다. 곡식의 마지막 한 말(斗)이 병사들의 그릇에 나누어지는 순간이었다. 열째 줄은 기영(紀靈)이 성벽 위에서 화살 하나를 허공으로 쏘아 보낸 순간에 끊어졌다. 그 화살이 북문 바깥쪽에 떨어졌고, 하후돈의 병사 이마에 가벼운 상처를 남겼다. 그 상처에서 흐른 한 방울의 피가 수춘 옥패의 열째 줄과 같은 순간에 바닥에 떨어졌다.
열한째 줄은 양봉(楊奉)과 한섬(韓暹)의 군이 만총(滿寵)의 삼천 경기 앞에서 무너진 순간에 끊어졌다. 서문 도망로의 끝이 만총의 덫에 조용히 닫힌 저녁이었다. 수춘 왕의 마지막 도망로 한 줄기가 바깥쪽에서 그렇게 잘렸다.
열두째 줄은 원술이 홀로 단(壇) 위에 올라 한 잔의 술을 들어 올린 순간에 끊어졌다. 술잔이 그의 손 안쪽에서 기울었고, 한 방울의 술이 탁자 위에 떨어졌다. 그 한 방울과 함께 열두째 줄의 옥패가 탁자 위에 내려앉았다. 원술의 이마 위에 더 이상 한 줄의 옥패도 흔들리지 아니하였다. 면류관이 빈 관(冠)이 되어 그의 머리 위에 얹혀 있었다.
그 소식이 네 방향 장수의 탁자 위에 동시에 올라왔다. 조조가 낮게 웃었다. “열두 줄의 관이 스스로 제 주인을 벗어 냈구나. 내일 아침 네 방향의 칼이 한 걸음 더 들어가자.”
Book 3의 예순셋 번째 저녁이 수춘의 단 위 빈 관 아래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冕旒落(면류락, 면류관의 낙하)의 세 글자가, 남문의 물과 동문의 빗장과 북문의 고함과 서문의 덫이 열두 줄 옥패와 함께 한 자리에 놓인 한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62 壽城閉의 첫 줄의 끊어짐이, 오늘 저녁 열두 줄의 낙하로 함께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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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참칭의 면류관 열두 줄 옥패가 한 줄씩 끊어져 탁자 위에 떨어지는 저녁이 있지요. 그 한 줄씩의 낙하가 성 바깥의 사건과 조용히 맞물려 있음을 보게 되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저녁에도, 너무 일찍 얹은 관의 옥패가 한 줄씩 끊어져 탁자 위에 떨어지고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낙하의 결을 한결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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