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과 ‘수수께끼’. 클래식 음악사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남긴 두 작품이 하나의 무대에서 만난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는 7월 17일 오후 7시 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제338회 정기연주회 《ENIGMA》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명곡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이 끝내 설명하지 않는 여백과 암시를 하나의 예술적 서사로 연결한 기획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코리안투데이]부천필 제338회_출연진(사진제공=부천시립예술단) ©이예진 기자 |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ENIGMA 정기연주회는 상임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이 제안하는 음악적 해석이 중심에 놓인다. 프랑스 출신 지휘자인 그는 섬세한 음색 설계와 작품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해석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번 공연에서도 악보에 기록되지 않은 감정과 침묵의 의미를 무대 위에서 구현할 예정이다.
전반부의 핵심은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이다. 일반적인 공연에서는 두 악장을 연속으로 연주하지만, 이번 무대는 그 사이에 남성합창과 호른을 위한 작품 《숲 속의 밤 노래(D.913)》를 배치했다. 이는 단순한 프로그램의 변형이 아니라 ‘미완성’이라는 개념을 하나의 음악적 서사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1822년에 작곡된 《미완성》은 두 개의 악장만 남긴 채 완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미완의 상태가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더욱 높여 왔다. 수많은 음악학자들은 왜 슈베르트가 작품을 끝맺지 않았는지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지만, 명확한 답은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공연은 그 공백을 억지로 채우기보다 《숲 속의 밤 노래》를 통해 숲의 정적과 자연의 울림을 끌어들여 청중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부천시립합창단 남성 단원들과 호른이 만들어내는 깊은 음향은 《미완성》 제1악장의 여운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이어지는 제2악장은 보다 내면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완결된 감정선을 형성한다. 프로그램의 구성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설계됐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후반부는 에드워드 엘가의 대표작 《수수께끼 변주곡(Op.36)》이 장식한다. 1899년 초연된 이 작품은 작곡가 주변 인물들의 성격과 개성을 14개의 변주곡으로 표현한 명작이다. 각 변주에는 친구와 가족을 상징하는 이니셜과 별칭이 붙어 있으며, 음악은 단순한 선율의 변형을 넘어 등장인물의 말투와 유머, 인간적인 따뜻함까지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제목 그대로 ‘수수께끼’다. 엘가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숨겨진 주제가 존재한다고 밝혔지만, 생전에 그 정체를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100여 년 동안 수많은 음악학자와 지휘자들이 다양한 가설을 제시했지만 어느 것도 정설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러한 미완의 질문은 오히려 작품의 생명력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었고, 오늘날에도 《수수께끼 변주곡》은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오케스트라 레퍼토리로 자리하고 있다.

[코리안투데이] 부천필 제338회_포스터 © 이예진 기자
특히 제9변주 ‘님로드(Nimrod)’는 깊은 우정과 헌정을 담은 선율로 가장 널리 사랑받는다. 장중하면서도 따뜻한 음악은 콘서트홀은 물론 국가 기념행사에서도 자주 연주될 만큼 시대와 국경을 넘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번 공연의 의미는 두 작품 모두 ‘답을 제시하지 않는 음악’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는 데 있다. 슈베르트는 미완으로 남겨진 침묵을, 엘가는 끝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통해 청중에게 해석의 자유를 남겼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이러한 두 작품을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 배치함으로써, 클래식 음악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질문하고 사유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1988년 창단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국내 교향악단 가운데 가장 실험적이면서도 기획력이 뛰어난 오케스트라로 평가받는다. 이번 《ENIGMA》 역시 익숙한 명곡을 새로운 맥락에서 재조명하며 프로그램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338회 정기연주회 《ENIGMA》는 7월 17일 오후 7시 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입장료는 R석 3만 원, S석 2만 원, A석 1만 원이며, 예매는 부천아트센터와 NOL티켓, 티켓링크, 예스24티켓을 통해 가능하다.
[ 이예진 기자: bu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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