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6] 복양의 한 자락 불길
2월 · 주인 없는 칼 | 약 3분 읽기

조조가 서주의 포위를 풀고 연주 쪽으로 달려가자, 연주의 성(城) 복양(濮陽)이 이미 여포의 깃발 아래에 있었다. 진궁(陳宮)이 여포에게 한 마디를 올렸다. “장수에게 맡길 사람이 있사옵니다. 복양 성의 부호 전씨(田氏)가 조조에게 거짓 편지를 보내 ‘밤에 성문을 열겠다’ 말하게 하시옵소서. 조조가 그 편지를 믿고 들어오면, 사방에서 불을 놓아 한꺼번에 태워 버리시옵소서.”
여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씨가 편지를 써 조조에게 보냈다. 조조가 그 편지를 받아 보았다. 곁의 유엽(劉曄)이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주공. 이 편지가 의심스럽사옵니다.” 조조가 웃었다. “전씨는 복양의 부호다. 여포의 폭정을 견디지 못하고 우리 쪽으로 돌아서는 것이 당연하다. 오늘 밤 복양으로 들어간다.”
그 밤, 조조가 경기(輕騎) 만 명을 이끌고 복양의 성문 앞에 닿았다. 성문이 열려 있었다. 조조가 앞장에 서서 성문 안쪽으로 달려 들어갔다. 성 안쪽의 거리가 고요하였다. 다만 양쪽 집의 문이 모두 잠겨 있었다.
조조가 한 호흡 멈추었다. 이상한 고요함이 그의 등 뒤쪽에서 조여 왔다.
바로 그때, 네 방향에서 북소리가 한꺼번에 울렸다. 사방의 지붕 위에서 불이 쏟아져 내렸다. 복양 중앙 거리의 한가운데가 한 자락의 불바다로 바뀌었다. 조조의 만 경기가 큰 포위 안쪽에 갇혀 있었다.
앞쪽에서 여포의 무리가 말을 몰고 달려 내려왔다. 방천화극의 끝이 붉은 불빛 아래에서 붉게 번뜩였다. 조조가 뒤쪽으로 말머리를 돌렸으나, 뒤쪽에도 다른 무리가 막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틀자, 오른쪽에서 또 다른 무리가 막았다. 왼쪽으로 틀자 왼쪽에서도 막았다. 조조의 몸이 불의 한가운데에 갇혀 있었다.
그때 한 대한이 조조의 옆에 말을 붙였다. 쌍철극(雙鐵戟)을 두 손에 든 전위(典韋)였다. “주공. 제가 길을 뚫어 드리겠사옵니다.” 전위가 두 쇠극을 동시에 휘둘러 한 무리의 갑옷을 크게 쪼갰다. 그가 크게 외쳤다. “주공. 이 길로 따라오시옵소서.”

조조가 전위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복양의 북문 쪽으로 달렸다. 성문 앞에 여포가 먼저 와 서 있었다. 방천화극이 조조의 얼굴 쪽으로 겨누어졌다. 여포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조조는 어디 있느냐. 나에게 넘기면 나머지는 묻지 아니하겠다.”
조조의 두 눈이 크게 벌어졌다. 불빛 아래에서 조조의 얼굴이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 조조가 급히 한 손으로 자기 긴 수염을 손바닥 안쪽으로 감추었다. 그러고는 여포의 방천화극의 끝을 피하면서 높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뱉었다. “앞쪽으로 달아났소이다. 저 앞쪽에 빨간 말을 탄 사람이 조조이옵니다.”
여포가 그 한 마디에 속았다. 말머리를 돌려 앞쪽으로 달려 나갔다. 조조가 전위의 뒤를 따라 북문을 빠져나갔다. 성문 바깥쪽 언덕 아래에서 조조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손바닥 안쪽의 수염 결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Book 2의 열여섯 번째 밤이 복양의 성문 밖 언덕 아래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濮陽火(복양화, 복양의 불)의 세 글자가, 부호의 거짓 편지와 사방의 불바다와 전위의 두 쇠극의 길이 한 자리에 모인 한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45의 單騎弓의 활이 오늘 밤 복양의 불길 앞쪽에서 다른 활의 결로 건너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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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거짓 편지의 한 글자 아래에서, 사방의 지붕 위에서 한꺼번에 불이 쏟아져 내리는 밤이 있지요. 불의 한가운데에 갇힌 한 사람의 옆쪽에, 두 쇠극의 길이 먼저 뚫리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밤 당신의 불의 한가운데에도, 두 쇠극의 길이 옆쪽에 놓이는 한 호흡이 혹시 있으신지요. 그 길의 결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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