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노년의 삶을 어떻게 기록하고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양천구가 어르신들의 삶을 예술로 풀어낸 전시회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 복지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양천구는 오는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오목공원에서 ‘제5회 시간을 담은 캔버스 전시회’를 열고,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해 완성한 작품 240여 점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 [코리안투데이] 지난 해 열린 ‘시간을 담은 캔버스 전시회’ 전경(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시간을 담은 캔버스’는 2021년 시작된 양천구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복지 프로그램으로, 어르신 개개인의 인생 여정을 예술로 기록하고 이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유년기 기억부터 가족과의 추억, 노동의 시간, 노년의 일상과 감정에 이르기까지 삶의 다양한 장면을 그림과 공예, 혼합 매체 등으로 표현해 왔으며,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사회적 소통과 자존감 회복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 이번 전시회에는 목동·밝은내·서서울·양천·신정 등 지역 내 5개 복지기관과 재단법인 양천문화재단, 문화예술협동조합 ‘예술로’가 함께 참여한다. 총 80명의 어르신이 참여해 약 240여 점의 작품을 출품할 예정으로, 각 작품에는 참여자 개개인의 삶의 기억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로 다른 인생 궤적이 하나의 전시 공간에서 어우러지며, 관람객들에게 세대 간 공감과 정서적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접근성과 개방성이다. 기존 실내 전시 공간을 벗어나 오목공원이라는 열린 장소에서 전시가 진행되며, 누구나 산책하듯 자연스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공원이라는 일상 공간 속에서 예술과 삶이 맞닿는 구조를 통해, 문화예술이 특정 계층이나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주민 모두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 기간 동안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함께 열린다. 마을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공연을 비롯해 관람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체험 프로그램, 어르신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일일카페 등이 마련돼 전시를 넘어선 체험형 문화행사로 확장된다. 이는 어르신을 단순한 ‘전시 주체’가 아닌, 지역 문화의 능동적 생산자이자 운영자로 조명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양천구는 그간 어르신 문화예술 활동을 복지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 왔다. 지난 5월 열린 Y교육박람회 평생학습축제에서도 ‘거리 전시회’ 형식으로 어르신들의 작품을 공개하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는 어르신의 예술 활동이 개인 치유를 넘어 지역 문화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고령사회에서 문화예술 복지의 역할을 재조명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정신적 건강을 증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해외에서도 시니어 아트 프로그램은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공동체 회복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 역시 지자체 주도의 문화예술 복지 모델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양천구의 ‘시간을 담은 캔버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속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갖춘 사례로 평가받는다.
양천구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취약 어르신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문화예술 참여 기회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단기 전시에 그치지 않고 창작 과정, 전시, 지역 연계를 하나의 순환 구조로 정착시켜 양천구만의 특화된 문화예술 복지 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번 전시가 가을의 정취 속에서 세대와 세대를 잇는 문화예술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어르신의 삶과 경험이 존중받고 기록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5회 시간을 담은 캔버스 전시회’는 예술을 통해 삶을 기록하고, 기록된 삶이 다시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노년의 시간이 추억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문화로 재해석되는 이 전시는, 지역 문화정책이 나아갈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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