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5] 두 번 아버지를 바꾼 자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

여포가 동탁의 군영 안쪽에 들어선 그날 아침, 술자리가 서둘러 벌어졌다. 동탁의 잔에서 넘쳐 흐른 술이 탁자 위를 깊게 적셨다. 그 적심을 닦아 내러 온 시종이 있었으나, 그가 천을 들어 올리기 전에 동탁이 손을 저었다. “그대로 두어라. 오늘 아침의 이 얼룩은 낙양의 한 해 첫 기록이다.” 시종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섰다.
여포는 탁자 아래에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이마를 바닥에 대었다.
“오늘부터 저는 의부(義父)를 이 자리에 다시 뵈옵니다.”
그 한 마디 ‘의부’라는 단어가 낙양 군영의 공기를 가볍게 흔들었다. 동탁이 기쁨으로 붉어진 얼굴로 자기 잔을 여포의 손에 직접 쥐여 주었다.
그날 낮 동안, 동탁이 여포에게 세 가지 벼슬을 한꺼번에 내렸다. 기도위(騎都尉)·중랑장(中郎將)·도정후(都亭侯). 한 사람의 이름 옆에 하루 안에 세 줄의 관직명이 한꺼번에 붙었다. 여포가 세 줄 가운데 한 줄씩 번갈아 읽어 보았다. 지난 다섯 해 동안 오원에서 낙양까지 올라와도 받지 못했던 자리들이, 오늘 아침의 술자리에서 한꺼번에 이름 옆에 내려앉고 있었다.
오후에 여포가 군영을 나와, 낙양의 큰 거리 한쪽을 적토 위에 올라 달렸다. 적토의 붉은 기운이 거리의 먼지 위로 한 줄기 불길처럼 지나갔다. 지나가는 자리마다 낙양의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고, 그 가운데 몇몇이 아주 짧게 서로 한 마디씩 속삭였다.
“저 젊은 장군이 오늘 아침 동 태사의 의붓아들이 되었다 하오.”
“이틀 전까지는 정원(丁原) 공의 아들이 아니었소?”
“그러니,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두 번 아버지를 바꾼 사람이지.”
그 한 마디가 낙양의 거리를 한 바퀴 돌았다. 한 바퀴가 돌아오는 데 한 시진(時辰)도 채 걸리지 아니하였다.
저녁 무렵, 여포가 자기 군막으로 돌아왔다. 어린 마부가 고삐를 잡아 주던 그 잠깐 동안, 마부의 두 눈이 여포의 얼굴보다 적토의 눈 쪽에 먼저 가 있었다. 여포가 그것을 알아챘으나, 한 마디도 꺼내지 아니하였다. 다만 갑옷의 끝을 천천히 매만졌다.
군막 안쪽에서 여포가 오늘 하루 동안 처음으로 혼자가 되었다. 방천화극을 먼저 벽 한쪽에 세워 두고, 자기 이름을 소리 내어 발음해 보았다. “여포. 봉선….” 그 끝에 ‘여(呂)’라는 글자 뒤에서 한 호흡 멎었다. 입 안에서 ‘동(董)’이라는 한 글자가 떠올랐다가 입 바깥으로 나오기 전에 다시 가라앉았다.
그 밤, 여포가 적토의 곁에 앉아 있었다. 등불 아래에서 적토의 털이 더 붉게 빛났다. 여포가 적토의 옆구리를 한 손으로 가볍게 쓸었다. 쓸리는 자리에서 오늘 낮에 낙양 거리에서 들은 그 한 마디가 귀 쪽으로 천천히 되돌아왔다. 말의 온기가 사람의 손바닥을 덥힐 수는 있었으나, 귀 뒤쪽에는 닿지 아니하였다.
‘두 번 아버지를 바꾼 자.’
여포가 그 말을 소리 내어 반복하지 아니하였다. 다만 이마 위에 식은 땀이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그 식은 땀은 이십육 년의 생애 동안 어떤 적 앞에서도 흘려 본 일이 없는 종류의 땀이었다. 오늘 밤만은 자기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흘려 준 다섯 글자 앞에서 조용히 돌아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식은 땀이 내려앉는 순간에도 다른 한 손은 여전히 적토의 옆구리 위에서 느리게 왕복하고 있었다. 그 손의 움직임만은 한 번도 멈추지 아니하였다.

낙양 궁궐 한 구석에서는 오늘 아침부터 한 가지 일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폐위된 유변(劉辯)이 홍농왕(弘農王)의 칭호로 내려갔고, 어머니 하(何) 태후와 함께 궁궐 북쪽의 외진 전각으로 옮겨져 있었다. 그 전각의 이름은 영안궁(永安宮). ‘영원히 편안한 궁’이라는 이름이었다. 그 이름과 달리 영안궁의 바깥 정원에 오늘부터 한 무리의 병사가 새로 배치되어 있었다.
어린 유변이 정원의 나무 아래에 조용히 앉아 한 권의 책을 펼쳐 두고 있었다. 책의 글자를 그의 두 눈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어머니 하 태후만은 곁에서 먼저 알아챘다. 그러나 하 태후도 오늘 아침은 아들에게 그 사실을 일러 주지 아니하였다.
그 밤, 동탁의 군막 한쪽에서 한 모사가 동탁의 귓가에 조용히 한 마디를 속삭였다. 그의 이름은 이유(李儒). 동탁의 사위였다. 얼굴이 창백하였고, 눈빛은 한번 들여다보면 두 번 다시 잊히지 아니하는 종류의 차가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동탁의 결단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동탁이 혼자서는 내릴 수 없는 결단을 먼저 제안해 주는 사람이었다.
“주공. 의붓아들 하나를 얻는 일까지는 쉬웠으나, 이제는 그 아들의 이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의 문제만 남았사옵니다.”
그 한 마디가 끝난 뒤, 동탁의 잔이 오늘 밤 처음으로 바닥까지 완전히 비워졌다. 잔이 비워진 뒤 동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걸어 나간 방향은 영안궁 쪽이 아니었다. 그 반대쪽, 또 다른 칼날을 자기 손으로 가는 자리 쪽이었다.
Book 1의 열다섯 번째 밤이 여포의 군막의 식은 땀과 영안궁의 외진 정원, 두 자리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二易父(이역부, 두 번 아비를 바꾼 한 사람)의 세 글자가, 이름이 입 안에서 흔들렸다가 가라앉는 자세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13의 赤兎價와 Day 14의 價忠이, 오늘 한 사람의 이름 안쪽에 모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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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두기 — 정사(正史) vs 연의(演義)
🟢 정사 『삼국지』 위서 여포전(呂布傳)은 여포(呂布)가 정원(丁原)을 죽이고 동탁(董卓)을 의부(義父)로 섬긴 뒤, 기도위(騎都尉)·중랑장(中郎將)·도정후(都亭侯)의 세 관직을 한꺼번에 받았음을 분명히 기록한다. 🟢 『후한서』 영사하황후전(靈思何皇后傳)은 폐위된 소제 유변(劉辯)이 홍농왕(弘農王)으로 강등되어 하 태후와 함께 영안궁(永安宮)에 옮겨졌고, 이후 동탁이 이들을 차례로 제거하게 됨을 전한다. 🟠 『삼국지연의』 3회 말미와 4회 초반은 이 장면을 압축하여, 여포가 동탁의 “자리 세 개”를 한꺼번에 받고 의부로 절하는 자세를 한 호흡으로 묶는다. 낙양 거리에서 “두 번 아버지를 바꾼 자”라는 민간의 평이 이 시기에 돌기 시작하였다. 🟡 배송지(裴松之) 주는 여포의 본성이 ‘여(呂)’임에도 한때 ‘동(董)’으로 쓰였다는 기록과 그렇지 아니하다는 기록이 함께 존재함을 전한다. 🔴 본편의 “二易父(이역부)”의 3자 창작과, 입 안에서 ‘여’ 뒤의 ‘동’이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 호흡의 거울 해석은 본편의 재구성이다. 한자 창작의 계보가 오늘 열다섯 번째 자리에 도달하였다.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사람이 자기의 이름을 소리 내어 발음해 보다가, 한 글자 뒤쪽에서 한 호흡 멎는 밤이 있지요. 입 안에서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 글자가 있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밤 당신의 입 안쪽에도, 떠올랐다가 가라앉는 글자가 혹시 있으신지요. 그 가라앉음의 결을 한 결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그 해, 지구 반대편에서는…
서기 190년 늦봄, 로마의 코모두스의 근위대의 한 젊은 장교가, 한 달 사이에 두 번 스스로의 상관을 바꾸었다고 전해집니다. 그 장교가 자기 군막에 들어가 자기 이름을 소리 내어 발음해 보다가, 성(姓)의 뒤쪽에서 한 호흡 멎었다지요. 라틴어 구절 “bis mutatus pater(두 번 바뀐 아버지)”가 그 봄 근위대 기록의 한 모서리에 새겨졌다고 합니다. 동쪽 끝의 여포의 입 안쪽에서 ‘여’ 뒤의 ‘동’이 떠올랐다가 가라앉던 그 밤, 서쪽 끝의 한 장교의 입 안쪽에서도 같은 방식의 호흡이 떠올랐다가 가라앉고 있었지요.
📅 내일 Day 16: 일곱 별의 단도
“동탁의 매관매직이 공공연해진 뒤, 조정의 젊은 교위가 스승 왕윤의 사랑채에서 한 자루의 칠보도(七寶刀)를 받아 품에 감추었다. 그의 이름은 조조(曹操)였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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