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2] 술이 아직 따뜻하다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

단 위의 조조가 뜨거운 잔 앞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관외의 평원 쪽에서 크게 울린 북소리와 함성이 두세 호흡을 지나자 조용해졌다. 단 아래의 문이 크게 열렸다. 말방울 소리가 한 호흡 먼저 도달했다. 관우가 말 위에서 한 손에 머리를 든 채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 머리는 화웅(華雄)의 머리였다. 관우가 그 머리를 탁자 아래에 크게 내려놓았다.
조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탁자 위의 잔에 손을 뻗었다. 잔의 바깥쪽이 아직 따뜻하였다. 조조의 눈이 가늘어졌다. “운장. 잔의 증기가 아직 식지 아니하였소. 그대의 걸음이 잔의 식음보다 먼저 돌아왔소이다.”
관우가 깊게 허리를 숙였다. 두 손으로 잔을 받았다. 입에 가져가 조용히 한 번에 비웠다. 잔의 증기가 그의 수염 끝에 가볍게 닿았다가 흩어졌다. “맹덕 공의 따뜻한 잔을 이 운장이 한평생 잊지 아니하겠사옵니다.”
단상의 원소가 한 손으로 단을 가볍게 짚었다. “운장의 걸음이 이리 빠른 줄은 몰랐소.” 단상 한쪽의 원술이 얼굴을 가볍게 돌렸다. 한 마디도 꺼내지 아니하였다. 좌우 제후들의 입이 모두 조용히 열려 있었다. 자리의 공기가 한 호흡 안쪽에서 한 사람의 이름 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관우(關羽)”라는 두 글자가 오늘 아침 관외의 공기에 처음으로 뚜렷이 새겨졌다.
유비의 등 뒤에서 한 사람이 크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키가 칠 자 넉 치. 어깨가 넓고, 수염이 짧고, 두 눈이 둥글게 곤두선 사내였다. 장비. 자는 익덕(翼德).
장비가 단상 쪽을 향해 크게 외쳤다. “형님께서 화웅을 베셨소이다. 어찌 이 자리에서 그대로 멈추겠소. 이대로 관(關)을 차고 들어가 동탁을 산 채로 붙잡지 아니하고 무엇을 더 기다린단 말이오.”
원술의 얼굴이 오늘 아침 두 번째로 붉어졌다. “우리 대신들이 이미 겸양하고 있는 자리인데, 한낱 현령 밑의 졸개 한 놈이 이 자리에서 감히 무위를 뽐낸단 말이냐. 여봐라. 이놈을 당장 내쫓아라.”

조조가 다시 한 손을 들었다. “공(功)을 세운 사람에게 상을 주는데 귀천을 따지는 법이 어디 있소이까.”
원술이 벌떡 일어섰다. “그대들이 그렇게 한낱 현령을 귀중히 여긴다면 나는 이만 물러가겠소.” 조조가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어찌 한 마디로 큰일을 그르치려 하시오. 공로 공. 자리를 지켜 주시오.”
원소가 유비·관우·장비 세 사람을 향해 손을 저었다. “공손 태수. 오늘은 이 세 사람을 진영으로 데리고 돌아가시오. 내일 다시 이야기합시다.”
공손찬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유·관·장의 세 사람이 자리를 떴다. 그들의 등 뒤로, 조조가 몰래 사람을 하나 딸려 보내 소 한 마리와 술 몇 병을 실어 가 세 사람을 위로하게 하였다.
그 밤, 유비의 진영 작은 탁자 위에 잔이 다시 놓여 있었다. 세 사람의 손에 한 잔씩 들려 있었다. 관우가 수염의 끝을 조용히 쓸어내렸다. 장비가 웃었고, 유비가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오늘 아침의 뜨거운 잔의 증기가 오늘 밤 이 작은 탁자 위 세 잔 안쪽에 나뉘어 앉아 있었다. 뜨거움의 한 결이 자리를 옮기는 저녁이었다.
Book 1의 스물두 번째 저녁이 호뢰관 앞 연맹군의 단 위 탁자와 유비의 진영 작은 탁자, 두 자리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酒尚溫(주상온, 술이 아직 따뜻하다)의 세 글자가, 걸음이 잔의 식음보다 먼저 돌아온 한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21의 溫酒請의 잔의 증기가 오늘 저녁 한 사람의 이름의 뚜렷한 두 글자로 확장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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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잔의 증기가 식기 전에 걸음이 돌아온 아침이 있지요. 아침의 뜨거움이 그대로 저녁의 세 잔 안쪽으로 옮겨 앉는 자세이옵니다. 오늘 저녁 당신의 탁자 위에도, 아침의 뜨거움이 나누어 놓인 세 잔이 혹시 있으신지요. 그 옮김의 결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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