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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문학과 역사, 음악으로 번역하다…‘문화예술 기획자이자 실천적 철학가’ 권성화의 예술 세계

- 윤동주·이육사의 저항시부터 조선 ‘내방가사’까지, 인문학적 성찰을 선율로 풀다
- 서양 클래식과 국악, 전통과 현대의 간극을 잇는 독창적 ‘통섭(Convergence)’의 미학
- 예술을 통한 사회적 연대와 치유… 무대를 넘어 삶의 현장으로 흘러가는 음악

기사입력 기사번호 50484

음악은 때로 백 마디 말보다 강렬한 시대의 기록이자,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가장 보편적인 번역이다. 여기, 단순한 청각적 유희를 넘어 텍스트와 역사 속에 갇혀 있던 인간의 정신을 음악으로 번역해내는 ‘예술적 번역가’가 있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그리고 문화예술 기획자인 권성화의 이야기다.

 [코리안투데이] 서양 클래식과 국악, 전통과 현대의 간극을 잇는 독창적 ‘통섭(Convergence)’의 미학  © 김현수 기자

독일 국립음대와 연세대학교에서 서양 클래식(피아노, 쳄발로)을 깊게 파고든 그가 성균관대학교에서 유네스코 국제문화정책학을 전공한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이는 ‘동서양의 결합’과 ‘이론과 실제의 융합’이라는 확고한 철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한국의 정신문화라는 원석을 발견해 세계적인 어법으로 다듬어내는 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만나본다

-시대정신’의 음악적 번역: 문학과 역사의 승화

권성화의 작업은 박제된 과거의 기억을 현재진행형의 감동으로 되살려내는 데서 출발한다. 대표적인 작업이 바로 윤동주와 이육사의 저항시를 오페레타 《님그리다》로 재창조한 것이다. 그는 역사적 비극과 저항 정신을 현대적인 무대 위로 소환하며 청중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그의 성찰은 소외된 목소리를 향해서도 뻗어 나간다. 세계 최초로 ‘내방가사’를 가야금 병창과 결합한 시도는 조선 시대 여성들의 주체적인 문학 세계와 철학을 현대 예술의 중심부로 끌어올린 기념비적인 작업이다. 문학을 음악으로, 역사를 시대정신으로 번역해내는 그의 철학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 [코리안투데이] 윤동주·이육사의 저항시부터 조선 ‘내방가사’까지, 인문학적 성찰을 선율로 풀다  © 김현수 기자

-시공간을 넘는 ‘통섭(Convergence)’의 미학

그의 예술은 한국적 정체성을 세계 무대에 당당히 선보이는 글로벌 소통의 도구이기도 하다. 《풍류병산 프로젝트》에서는 서애 류성룡의 시라는 조선의 정신적 뼈대에 국악과 클래식이라는 동서양의 선율을 아름답게 입혔다.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으로 확장할 때 비로소 세계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철학을 몸소 대변한 것이다.

이러한 독창성은 세계 무대에서도 큰 공명을 일으켰다. 2023년 주독 한국대사관 베를린문화원 초청 공동기획 ‘한국 인문학콘서트’를 통해 한국의 깊은 정신문화를 가장 서양적인 어법(클래식)으로 풀어내며 이질적인 두 문화의 아름다운 공존을 증명했다. 이어 2024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예술 입은 한국 문화유산’ 공모에 당당히 선정되며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예술의 사회적 실천: 연대와 치유의 다리

그에게 예술은 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독백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의 삶으로 흘러 들어가 상처를 어루만지는 실천적 매개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모니를 이루는 합창단을 구성하여 ‘차별 없는 연대’를 시각적·청각적으로 증명해내는가 하면, 말기암 환자와 장애인 시설에서의 음악 봉사를 통해 인간의 실존적 한계 앞에서 예술이 제공할 수 있는 궁극의 위로와 치유를 실천해왔다.

 [코리안투데이] 예술을 통한 사회적 연대와 치유… 무대를 넘어 삶의 현장으로 흘러가는 음악  © 김현수 기자

인터뷰_문학과 무대, 사회의 간극을 잇는 다리가 될 것”

최근 국내외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권성화는 다가오는 전시와 축제를 통해 또 한 번의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전통 음악과 클래식, 인문학의 융합을 넘어 이번에는 대중적인 매체인 ‘웹툰’과의 만남을 시도한다.

지난 2025 홍대 인문학 웹툰 전시&콘서트 축제’를 통해 시각 예술과 청각 예술, 그리고 현대적 서사가 어떻게 하나의 스펙트럼 안에서 녹아들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권성화는 단순히 ‘피아노를 치고 지휘를 하는 음악가’라는 틀에 갇히지 않는다. 문학과 예술, 전통과 현대, 그리고 무대와 사회의 간극을 끊임없이 잇는 다리이자, 한국 문화의 깊이를 세계에 전하는 실천적 철학가로서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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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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