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4] 처음 고삐를 돌린 자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

호뢰관(虎牢關) 위의 여포(呂布)는 오늘 밤 혼자 관문 위 돌 난간에 기대어 서 있었다. 관문 바깥의 밤바람이 깃발을 크게 쓸고 지나갔다. 깃발의 한쪽 끝이 여포의 뺨을 스쳤다. 다른 밤 같았으면 그 스침을 조용히 즐겼을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밤만은 그 스침이 날카로움으로 뺨에 남았다.
여포의 스물여섯 해 동안, 그는 한 번도 적 앞에서 먼저 고삐를 돌린 일이 없었다. 오원(五原)의 들판에서 자라던 시절부터 자기 말의 고삐를 적 쪽으로 돌리는 일은 배웠으나, 적의 반대쪽으로 돌리는 일은 배우지 못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마을 노인 한 분이 “봉선아. 사람은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자기 말을 자기 뜻의 반대쪽으로 돌려 세울 줄도 알아야 하느니라” 하고 말씀하신 일이 있었다. 그 한 마디를 어릴 적의 여포가 웃고 흘려 버렸었다.
오늘 오후, 호뢰관 앞 평원에서 그는 난생 처음 자기 말 적토(赤兎)의 머리를 적의 반대쪽으로 돌렸다. 어린 시절 노인의 한 마디가 스물여섯 해가 지난 오늘 오후에야 손끝의 고삐 한 줄 위에 무겁게 내려와 앉고 있었다. 그 돌림이 어깨 위에 새로운 무게를 내려앉게 하였다. 그 무게의 이름을 오늘 밤 여포가 입 안으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뒤쪽에서 이유(李儒)의 발소리가 들렸다.
“봉선. 오늘 오후의 일은 장군의 잘못이 아니시옵니다. 세 사람이 하나를 에워싼 자리에서 먼저 물러나신 것은 오히려 현명한 판단이셨지요. 승상께서 내일 장군께 별도의 말씀을 내리실 것이옵니다. 그 말씀의 끝에 장군께서 한 번 더 무릎을 꿇어 주시면 오늘 오후의 그 돌림은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돌아갈 것이옵니다.”
여포의 손이 허리의 방천화극 자루 위에서 더 오래 머물렀다. 이유의 한 마디 안쪽에 숨어 있는 결을, 여포는 이미 읽고 있었다. “별도의 말씀”이란, 오늘 오후의 돌림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일을 요구하는 말씀이었다. 그 다른 일의 이름을 여포는 아직 듣지 못하였으되, 자기 어깨 위의 무게가 그 말씀의 무게에 맞먹을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바로 그때, 호뢰관 관문 아래쪽에서 전령의 말발굽 소리가 올라왔다. 전령이 숨을 헐떡이며 관문 위로 올라왔다. “보고드리옵니다. 연합 진영 쪽에서 한 무리의 기병이 남쪽으로 이탈하였사옵니다. 장사(長沙) 태수 손견(孫堅)의 군이라 하옵니다.”
여포의 눈썹이 올라갔다. 이유가 조용히 웃었다. “봉선. 보시옵소서. 오늘 오후의 돌림은 호뢰관 바깥쪽에서도 일어나고 있사옵니다. 세 자루 창의 나란함이 승상의 결을 흔들었으되, 연합의 결도 오늘 밤 흔들리고 있사옵니다. 손견의 고삐 돌림이 연합의 첫 실금이옵니다.”
여포가 고개를 돌려 남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낙양의 남쪽에 한 가닥의 먼지가 남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손견의 말발굽이 연합을 먼저 등지고 있었다. 그 먼지의 결이 여포의 뺨을 다시 스쳤다. 오늘 오후 호뢰관 앞에서 자기가 돌린 고삐의 방향과, 오늘 밤 호뢰관 바깥에서 손견이 돌린 고삐의 방향이, 한 결의 두 갈래였다. “物反目(물반목)”의 한 결이었다. 적과 적이 서로 돌아섰고, 동지와 동지도 서로 돌아서고 있었다.
Book 1의 스물네 번째 밤이 호뢰관의 돌 난간과 낙양 남쪽의 먼지 한 가닥 위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初轉轡(초전비, 처음 고삐를 돌린 자) 세 글자가, 어린 시절 노인의 한 마디가 스물여섯 해 만에 손끝의 고삐 위에 내려앉은 한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23의 三英會의 나란함이 오늘 밤 여포의 어깨 무게와 연합의 첫 실금이라는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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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평생 한 번도 적 앞에서 먼저 고삐를 돌린 일이 없는 사람이, 어느 날 오후에 처음으로 자기 말의 머리를 반대쪽으로 돌린 한 호흡이 있지요. 어린 시절 노인의 한 마디가 스물여섯 해 만에 손끝의 고삐 위에 내려앉는 자세이옵니다. 오늘 밤 당신의 손끝의 고삐 위에도, 오래된 한 마디가 무겁게 내려앉는 자리가 혹시 있으신지요. 그 내려앉음의 결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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