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6] 미오성 가는 길의 흙먼지
2월 · 주인 없는 칼 | 약 3분 읽기

이튿날 아침 장안의 서문을 나서는 수레의 흙먼지 위에서, 한숨이 다시 동쪽 궁궐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동탁의 명이 새벽 일찍 상부에 내려졌다. 수레 한 대가 앞장에 섰고, 그 뒤로 호위 군사 수백 명이 따랐다. 대신들이 장안 서문 밖 십 리 바깥까지 배웅의 길을 이루었다.
수레 안의 전거(氈車)에 초선이 앉아 있었다. 얼굴이 비단 발 너머로 반쯤만 비쳤다. 두 눈이 반쯤 내려 있었고, 입술이 반쯤 닫혀 있었다. 다만 그 반 너머의 시선이 오늘 아침 장안 서문의 길 위에서 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백관의 대열 가운데, 여포가 말 위에 올라 한 걸음 뒤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한 발자국 물러난 자리에서 수레의 흙먼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레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 거리를 두고, 초선의 두 눈이 비단 발의 틈새로 여포 쪽으로 건너왔다. 그 두 눈 안에 눈물이 먼저 내려와 있었다.
여포의 시선이 그 반 너머의 두 눈과 마주쳤다. 초선이 말없이 향라(香羅)를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어깨가 얕게 흔들렸다. 멀리서 보면 흙먼지에 두 눈이 시려 흐르는 눈물처럼 보였다. 가까이서 읽으면 여포를 향해 건네는 한 문장의 작별이었다.
“저를 이 흙먼지 밖으로 꺼내어 주시지요.”
그 한 문장이 장안 서문 밖의 흙먼지 위에서 수레의 속도와 같은 속도로 여포의 귀 쪽으로 다가왔다.
수레의 비단 발 안쪽에서 초선의 손이 다시 올라왔다. 그 손끝에 쥔 향라가 수레의 창 바깥으로 한 치(寸)만큼 내어졌다. 그 한 치의 거리가 오늘 아침 장안 서문 밖의 마지막 거리였다. 여포의 두 눈이 그 한 치의 거리를 읽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말고삐의 자리에서 한 번도 움직이지 아니하였다. 오늘 아침의 바람이 두 사람의 숨결 사이를 건너왔다가 서쪽 산길 쪽으로 먼저 돌아갔다.
수레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흙먼지의 결이 점점 더 두터워졌다. 얼마 뒤 수레가 서쪽 산길의 첫 모퉁이로 들어섰다. 그 순간 초선의 얼굴이 완전히 비단 발 뒤로 사라졌다. 여포의 손이 말고삐 위에서 조용히 굳어 있었다.

장안 서문 밖의 언덕 위에서 왕윤이 그 수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윤의 뒤쪽에 늙은 대신이 서 있었다. 이름은 황완(黃琬). 사도(司徒)와 가까운 반동탁 세력의 한 사람이었다. 왕윤이 황완에게 한 마디를 낮게 속삭였다.
“황 공. 오늘 아침 태사가 제 손으로 미오성의 문을 열고 제 손의 초선을 그 문 안쪽에 가두었소. 이제 태사의 눈이 미오와 장안의 두 자리 사이에 나뉘어 있게 되오. 눈이 둘로 나뉜 자세가 사람의 가장 약한 자세이외다. 우리가 그 약한 자세를 기다려야 할 시점이오.”
황완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사도의 뜻을 받들겠사옵니다. 다음 자리의 신호를 기다리겠사옵니다.”
서쪽 산길의 흙먼지가 완전히 가라앉은 뒤, 여포가 말머리를 돌려 장안 성내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의 허리의 화극의 끝이 오늘 아침의 흙먼지의 결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흙먼지의 결이 내일 이후의 어느 날에 한 결의 피로 바뀔 것이었다. 여포가 그 바뀜의 씨를 오늘 아침 허리의 화극의 자루 안쪽에 더 깊게 심어 두었다.
Book 2의 여섯 번째 아침이 장안의 서문 밖의 흙먼지 위에서 조용히 열렸다. 郿路塵(미로진, 미오성으로 가는 길의 흙먼지)의 세 글자가, 태사의 두 눈이 미오와 장안의 두 자리 사이에 나뉘어지는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35의 絕纓後의 결단의 씨앗이 오늘 아침 흙먼지의 결로 건너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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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수레의 흙먼지 뒤쪽에서 한 손이 한 치의 거리만큼 비단 발 바깥으로 내어지는 아침이 있지요. 그 한 치의 거리가 어깨의 무게로 바뀌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아침 당신의 자리에도, 한 치의 거리만큼 내밀어진 손의 결이 혹시 있으신지요. 그 한 치의 결을 조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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