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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A 삼국지 365

[Day 55] 옥새를 담보로 한 병(兵)

2월 · 주인 없는 칼 | 약 3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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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5] 옥새를 담보로 한 병(兵)

2월 · 주인 없는 칼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55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55 헤더 일러스트

허도의 조서와 밀서가 서주의 서랍 안쪽에 조용히 눕혀지던 그 무렵, 강동(江東)의 청년 한 사람이 북쪽 수춘(壽春)의 문 앞에 말을 세우고 있었다.

청년의 이름은 손책(孫策), 자는 백부(伯符). 강동의 맹장 손견(孫堅)의 장자였다. 한 해 전 아버지가 유표(劉表)의 화살 아래 잠기고, 수춘의 원술(袁術) 아래에 몸을 기댄 지 한 자락 세월이었다.

원술의 지붕 아래에서 손책은 자기 팔을 접어 두고 긴 날들을 보냈다. 원술은 약속을 지키지 아니하였다. 구강 태수(九江太守)의 자리를 주겠다 하고도 진기(陳紀)를 봉하였다. 여강 태수(廬江太守)의 자리를 주겠다 하고도 유훈(劉勳)을 봉하였다. 손책의 손에는 한 해가 지나도록 한 조각 땅도 쥐어지지 아니하였다.

자객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 소식이 허공으로 번진 저녁이 있었다. 손책이 수춘의 누각 위에서 강동의 하늘 쪽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삼켰다. 곁에 주치(朱治)와 여범(呂範) 두 막장(幕將)이 서 있었다. 주치가 낮게 말을 꺼냈다. “주공. 이 북방의 지붕 아래에서 팔을 접고 사시겠습니까. 강동은 주공의 고향이옵니다. 아버지의 옛 군사가 강동의 성읍 아래에 아직 흩어져 있사옵니다. 강을 건너시옵소서.”

손책이 낮게 되물었다. “강을 건너려면 먼저 병(兵)이 있어야 한다. 병은 어디에서 빌리는가.”

여범이 낮은 계(計)를 꺼내었다. “주공. 주공의 품속에 한 조각 옥새(玉璽)가 있지 아니하옵니까. 아버님께서 낙양의 우물 안쪽에서 꺼내오신 전국새(傳國璽)이옵니다. 원술은 황제의 꿈을 가슴 안쪽에 키우고 있사옵니다. 그 옥새를 원술의 눈앞에 놓아 보이시고, 그것을 담보(質)로 병삼천(兵三千)만을 빌리시옵소서. 강을 건너신 뒤에 옥새를 찾으러 돌아오실 수도 있사옵고, 찾지 아니할 수도 있사옵니다. 강동의 땅을 얻으신 뒤의 결정이옵니다.”

삼국지 365 Day 55 중간 일러스트

손책의 두 눈이 깊게 젖었다. 품속에 손을 넣었다가 다시 뺐다. 아버지의 마지막 호흡이 그 옥새의 표면에 묻어 있었다. 그 한 조각의 표면을 원술의 탁자 위에 놓는다는 것은, 아버지의 마지막 호흡을 원술의 손에 놓는 것과 같은 한 결이었다. 손책이 긴 호흡을 삼킨 뒤에 낮게 답하였다. “담보이지, 증여가 아니다. 병삼천만을 빌려 강을 건너고, 강동을 얻은 뒤에 그 옥새를 다시 이 품속으로 돌려 받겠다. 그리 약속하되, 한 장의 질서(質書)를 함께 쓰자.”

여범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질서의 첫 줄은 제가 쓰겠사옵니다.”

그 밤, 한 장의 질서가 쓰였다. 첫 줄에 이렇게 놓였다. “강동의 손책이 부친의 유물인 전국새 한 조각을 수춘의 원공(袁公)에게 담보로 맡기고, 병삼천과 말오백을 빌려, 강을 건너 강동을 정(定)하고자 하노라. 강동이 정하여진 날, 옥새는 다시 손책의 품속으로 돌아오리라.”

다음 날 아침, 손책이 원술의 앞에 섰다. 품속의 옥새가 탁자 위에 조용히 놓였다. 원술의 두 눈이 깊게 벌어졌다. 황제의 꿈이 그 한 조각의 표면 위에 비친 것이다. 손책이 낮게 말하였다. “공(公)이시여. 이 한 조각을 담보로 병삼천과 말오백을 빌리고자 하옵니다. 강동을 정한 뒤에 이 조각을 되찾으러 돌아오겠사옵니다.”

원술이 긴 침묵 뒤에 낮게 웃었다. “좋다. 이 한 조각이 이 탁자 위에 머무는 동안, 병삼천과 말오백을 내주겠다. 강동의 승패는 자네의 몫이다.” 질서가 두 손을 거쳐 두 사람의 인으로 눌려졌다. 한 조각 옥새가 원술의 탁자 안쪽으로 들어갔다.

손책이 수춘의 문을 나서며 하늘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의 호흡이 그 품속에서 잠시 떨어져 나간 저녁이었다. 주치와 여범이 그의 양옆에 서 있었다. 병삼천과 말오백이 성 밖에 도열해 있었다. 강동으로 가는 길이 오늘 밤 처음으로 열리고 있었다.

Book 2의 쉰다섯 번째 밤이 수춘의 탁자 위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借兵璽(차병새, 병을 빌리는 옥새)의 세 글자가, 아버지의 마지막 호흡이 한 조각 표면에 묻어 있던 옥새가, 한 장의 질서 위에 탁자의 자리를 내어주고, 그 자리 위에 병삼천과 말오백의 수(數)가 한 장의 숫자로 되돌아 놓이는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54의 밀서가 서랍 안쪽에 눕혀진 그 저녁에, 오늘 밤은 한 옥새가 탁자 위에 눕혀진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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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55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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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사람의 품속에 오래 놓여 있던 한 조각 유물이, 다른 사람의 탁자 위에 담보로 놓이는 저녁이 있지요. 그 한 조각을 내려놓는 순간에, 아버지의 마지막 호흡이 탁자의 자리로 함께 옮겨 앉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품속에도, 담보로 놓아야 할 한 조각 유물이 혹시 놓여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놓음의 결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내일 Day 56: 소패왕의 도포

“강을 건넌 손책이 주유(周瑜)와 재회하였다. 두 젊은이의 어깨 위에 한 자락 도포(戰袍)가 내려앉았다. 소패왕(小霸王)의 이름이 강동의 하늘 아래에 막 태어나고 있었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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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삼흠 평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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