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4] 두 호랑이의 먹이
2월 · 주인 없는 칼 | 약 3분 읽기

허도의 첫 조회가 끝난 그 저녁, 조조의 장막 안쪽에서 순욱이 다시 낮은 한 마디를 주공의 귓가에 올리고 있었다.
순욱이 낮게 말을 꺼냈다. “주공. 허도의 그늘이 굳어진 오늘 밤, 다음 수를 미리 두어야 하옵니다. 지금 주공의 손에는 천자의 인이 쥐여 있사옵니다. 이 인을 처음으로 쓸 자리를 고르옵소서.”
조조가 낮게 물었다. “문약. 그 자리는 어디인가.”
순욱이 낮은 미소를 지었다. “서주(徐州)의 여포(呂布)와 유비(劉備)이옵니다. 여포가 유비의 지붕 아래에 붙어 있사오니, 두 호랑이가 한 굴에 함께 놓여 있는 자리이옵니다. 두 호랑이를 서로의 먹이로 먹게 하시면, 한 호랑이가 다른 호랑이를 물어뜯고, 남은 호랑이는 주공의 손에 스스로 걸어 들어오게 되옵니다. 이를 이호경식(二虎競食)의 계(計)라 하옵니다.”
조조가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그 수의 첫 줄은 어떻게 놓는가.”
순욱이 붓을 들었다. “천자의 조서의 이름으로, 유비를 정동장군(征東將軍) 의성정후(宜城亭侯) 서주목(徐州牧)으로 봉(封)하시옵소서. 유비에게는 별도의 밀서를 따로 함께 내리시어, 여포를 죽이라 분명히 명하시옵소서. 유비가 그 명을 따르면 여포라는 맹장이 사라지고, 유비가 그 명을 따르지 못하면 여포가 먼저 유비를 물어뜯게 되옵니다. 어느 쪽이든 주공의 손에는 한결 더 큰 이득이 남사옵니다.”
조조가 낮게 웃었다. “두 호랑이의 먹이가 서로가 되는 자리. 이 밤의 붓을 따르겠네.”
그 밤 조서와 밀서가 함께 쓰였다. 조서에는 천자의 이름이 큰 인으로 눌렸고, 밀서에는 조조의 작은 인이 조용히 눌렸다. 사자가 두 장의 서(書)를 품속에 나란히 넣고, 서주 쪽으로 길을 떠났다.

며칠 뒤 사자가 서주(徐州)의 성문 안쪽에 도착하였다. 유비가 정중히 조서를 받들었다. 유비가 북향하여 네 번 절하였다. 그 뒤에 사자가 품속의 밀서를 조용히 건네었다. 밀서의 첫 줄에는 조조의 손이 적은 한 줄이 놓여 있었다. “여포를 베시오. 그 공으로 서주를 더 깊이 맡기시리라.”
유비가 긴 호흡을 삼켰다. 유비가 장비(張飛)와 관우(關羽)를 곁으로 불렀다.
장비가 크게 외쳤다. “형님. 여포는 주인을 두 번 바꾼 개이옵니다. 이 밀서를 따라 그를 베옵소서.” 관우가 낮은 목소리로 이었다. “형님. 여포가 우리에게 의탁(依託)한 몸이옵니다. 의탁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의(義)에 어긋나옵니다.”
유비가 두 아우를 바라본 뒤에 낮게 답하였다. “관우 아우의 말이 옳다. 의탁한 사람을 내 손으로 치는 것은 도원(桃園) 결의의 이름에 금이 가는 자리이다. 조조의 밀서는 이호경식의 계(計)이다. 이 계를 그대로 따르면 내 이름이 조조의 호랑이의 앞잡이로 적히게 된다. 이 밀서는 받지 않은 듯 조용히 서랍 안쪽에 눕혀 두자.”
유비가 사자에게 사은(謝恩)의 절을 올린 뒤, 사자를 다시 조조에게로 돌려보냈다. 밀서의 답은 쓰지 않고, 조서의 감사만 올렸다. 사자가 돌아간 뒤, 유비가 그 밀서를 품속에서 꺼내 촛불 위에 가까이 놓았다. 관우가 낮게 만류하였다. “형님. 태우시지 마옵소서. 이 한 장의 밀서가 훗날 우리의 결백을 증(證)할 한 장의 증(證)이 될 수 있사옵니다.” 유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밀서를 다시 서랍 안쪽에 눕혔다.
한편 여포는 서주 성 안쪽의 객방(客房)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술을 들고 있었다. 하루는 장료(張遼)가 조용히 여포의 곁에 앉았다. “장군. 조조의 사자가 유비의 성 안쪽에 다녀갔사옵니다. 조심하시옵소서.” 여포가 한 잔을 비우며 웃었다. “나는 유 현덕의 지붕 아래에 누운 몸이다. 현덕은 나를 치지 않으실 것이다.” 장료가 고개를 낮게 숙일 뿐 더는 말을 잇지 아니하였다.
Book 2의 쉰네 번째 밤이 유비의 서랍 위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二虎計(이호계, 두 호랑이의 계)의 세 글자가, 조서와 밀서가 한 품속에 나란히 놓이고, 밀서가 불에 닿지 않고 서랍 안쪽에 눕혀지는 한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53의 許都朝의 옥새의 자리가 오늘 밤 밀서의 작은 인의 자리 위에 옮겨 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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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사람의 손에 두 호랑이를 서로의 먹이로 먹게 하는 계(計)의 밀서가 건네지는 저녁이 있지요. 밀서의 줄을 그대로 따르면 자기 이름이 다른 사람의 호랑이의 앞잡이로 적히고, 따르지 아니하면 자기 지붕 아래의 맹장이 살아남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서랍 안쪽에도, 그 한 장의 밀서가 혹시 눕혀져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눕힘의 결을 한결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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