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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신 건강

서울 도심 24곳 걸으며 ‘평화’를 잇는다… 2026 ‘9월愛 동행’ 8월 15일 출발

천주교 서울 순례길 따라 순교 신앙 되새기고 이웃사랑 실천… 9월 1일 절두산서 여는 미사, 20일 서소문서 여정 마무리

기사입력 기사번호 54606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2026년 순교자성월을 맞아 ‘순례로 잇는 평화의 여정, 9월愛 동행’을 진행한다. 8월 15일부터 9월 20일까지 천주교 서울 순례길의 성지와 순례지를 걸으며 스탬프를 모으고 기부에 동참하는 방식이다. 순례자여권세트 구입비는 전액 이웃사랑실천 기금으로 사용되며, 9월 1일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순교자성월을 여는 미사, 20일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닫는 미사가 봉헌된다.

 [코리안투데이] 2026 ‘9월愛 동행’ 천주교 서울 순례길 따라  © 지승주 기자

서울의 도심을 걷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출퇴근이고, 누군가에게는 여행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역사를 찾아가는 길이 된다. 같은 길이라도 무엇을 기억하며 걷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올가을 서울에서는 순교 신앙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평화와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순례가 이어진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2026년 순교자성월을 맞아 ‘순례로 잇는 평화의 여정, 9월愛 동행’을 마련한다. 올해 행사는 8월 15일부터 9월 20일까지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직접 걸으며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을 기억하고 이웃을 위한 나눔에도 참여한다.

‘9월愛 동행’의 핵심은 단순히 성지를 찾아가는 데 있지 않다. 안내문에는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따라 걷는 걸음마다 사랑과 평화가 스며들고, 우리 마음에는 위로와 희망이 피어나기를 바란다”며 “신앙 선조들의 굳건한 믿음을 본받아 오늘의 삶 속에서 평화를 실천하는 여정에 동행을 청한다”고 행사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한 사람의 걸음에서 시작된 순례가 기억으로 이어지고, 그 기억이 다시 이웃을 돕는 나눔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2019년 시작된 ‘9월愛 동행’… 걷기와 나눔을 하나로

‘9월愛 동행’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선포된 것을 기념해 2019년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에도 순례자들이 서울의 성지와 순례지를 걸으며 순례자여권에 도장을 찍고, 여권 판매를 통해 마련된 기금을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대교구의 2026년 사목지침에서도 ‘9월愛 동행’의 대표 프로그램인 ‘순례길 걷고 기부하기’를 통해 순교 정신을 바탕으로 애덕을 실천하고 사회적 약자와 동행할 계기를 마련한다는 방향이 제시돼 있다. 

이는 순례를 개인적인 신앙 체험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올해 참가 방법도 이러한 취지를 그대로 담았다.

참가자는 먼저 성지와 순례지 또는 순교자현양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순례자여권세트’를 마련한 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걸으며 각 지점의 스탬프를 찍는다.

회장님이 제공한 2026년 행사 안내문에는 순례 대상이 11개 성지·순례지를 중심으로 한 서울 순례길 24곳으로 안내돼 있다.

순례자여권세트 구입처는 가회동성당, 광희문순교자현양관, 교구역사관(명동), 국군중앙성당(왜고개성지), 당고개순교성지, 삼성산성당, 새남터순교성지, 서소문밖네거리순교성지, 절두산순교성지, 종로성당, 중림동약현성당과 순교자현양위원회 홈페이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순례자여권세트 구입비가 전액 이웃사랑실천 기금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걷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순례자의 발걸음이 기부를 매개로 또 다른 삶과 연결되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이전 행사에서도 지속돼 왔다. 2025년 행사 안내에서도 순례자여권세트 구입비 전액을 이웃사랑실천 기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당시 행사 역시 성지 순례와 기부를 결합해 운영됐다. (

9월 1일 절두산에서 순교자성월 연다

2026년 순교자성월의 공식적인 여정은 9월 1일 오전 10시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봉헌되는 ‘순교자성월을 여는 미사’로 시작한다.

절두산은 한국 천주교 순교의 역사를 기억하는 대표적인 장소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서 순교자성월의 문을 연다는 것은 단순한 행사 개막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순례가 ‘어디까지 걸었느냐’를 확인하는 행위라면, 성지는 ‘왜 걷는가’를 되묻게 하는 장소다.

특히 ‘9월愛 동행’이 매년 순례와 기부를 연결해 온 배경에는 과거의 순교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정신을 현재의 삶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리한다.

실제로 순례자성월과 서울 순례길을 연계한 프로그램은 여러 해에 걸쳐 이어졌다. 2022년에도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순례로 함께하는 희망의 여정, 9월愛 동행’을 마련해 순례와 기부를 함께 진행했으며, 순례자여권을 활용해 성지와 순례지를 걸은 뒤 완주자에게 축복장을 수여했다. 

행사의 외형은 ‘걷기’이지만 그 안에는 기억, 묵상, 나눔이라는 세 개의 축이 함께 놓여 있는 셈이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하나의 순례 공간으로

‘9월愛 동행’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순례의 무대가 서울이라는 사실이다.

순례라고 하면 흔히 일상과 떨어진 먼 장소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도시 공간과 한국 천주교 역사의 흔적을 연결한다.

명동과 종로, 서소문, 절두산, 당고개, 새남터 등 서울의 익숙한 지명들이 순례자의 시선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2018년 교황청 승인을 받은 국제 순례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서울의 종교·역사문화 자원을 걸어서 연결하는 순례 코스로 활용돼 왔다. 순교자현양위원회 역시 관련 안내를 통해 서울 순례길의 의미와 순례 방법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종교적 순례이면서 동시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적 층위를 다시 읽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평소 자동차나 지하철로 지나쳤던 공간을 두 발로 천천히 걸을 때 도시의 속도도 달라진다.

성지에서 성지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묵상이 되고,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과 거리, 오래된 장소가 순례의 일부가 된다.

스탬프 24곳 채우면 축복장

참여 방식에는 ‘순례자여권’이라는 친숙한 장치가 사용된다.

참가자는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걸으면서 각 순례 지점에서 스탬프를 찍는다. 단순한 인증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 장 한 장 쌓이는 도장은 참가자가 직접 걸어온 시간과 거리를 기록한다.

2026년 안내문에 따르면 8월 15일부터 9월 20일까지 순례에 참여한 뒤, 9월 20일 오후 3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봉헌되는 ‘순교자성월을 닫는 미사’에 참석해 스탬프를 찍은 순례자여권을 제출하면 축복장을 받을 수 있다.

완주여권을 제출한 참가자에게 축복장을 수여하는 방식 역시 ‘9월愛 동행’이 여러 해 동안 이어온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결국 순례자여권에 찍히는 도장은 방문 횟수를 표시하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 도장과 마지막 도장 사이에는 순례자가 직접 걸은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순교의 기억에서 오늘의 ‘평화’로

올해 안내문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단어는 ‘평화’다.

행사는 자신을 ‘순례로 잇는 평화의 여정’으로 설명한다.

순교자들의 삶을 기억하는 일이 과거의 고통을 반복해서 되새기는 데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삶에서 사랑과 평화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로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여기에 ‘기부하기’가 결합되면서 평화는 추상적인 구호에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동한다.

누군가를 기억하며 걷는 일, 자신의 시간을 내어 길 위에 서는 일, 그 과정에서 이웃을 위한 기금 조성에 동참하는 일이 하나의 순환 구조를 만든다.

그 점에서 ‘9월愛 동행’의 특징은 거대한 행사나 화려한 프로그램보다 개인의 작은 걸음을 사회적 나눔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한국 사회에서 걷기 행사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행사는 걷기의 목적을 속도나 완주 기록에 두지 않는다. 얼마나 빨리 도착했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걸었고, 그 걸음이 어디로 연결됐는가에 의미를 둔다.

이는 ‘순례’라는 오래된 행위가 현대 도시에서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9월 20일 서소문에서 마지막 걸음을 잇다

행사의 마지막은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맞는다.

제공된 2026년 안내문에 따르면 ‘순교자성월을 닫는 미사’는 9월 20일 오후 3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봉헌된다. 참가자들은 완주여권을 제출하고 축복장을 받을 수 있다.

8월 15일부터 이어진 한 달여의 여정이 이곳에서 마무리되는 것이다.

하지만 ‘9월愛 동행’이 말하는 동행은 마지막 스탬프를 찍는 순간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

안내문이 강조하는 것도 신앙 선조의 믿음을 ‘오늘의 삶 속에서 평화를 실천하는 여정’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순례길에서 경험한 기억과 나눔을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가져가는 데 행사의 궁극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시작된 ‘9월愛 동행’이 여러 해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년 새로운 참가자가 같은 길 위에 서고, 순례의 발걸음은 다시 기부와 이웃사랑으로 이어진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수많은 사람은 매일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목적지가 조금 다르다.

한 걸음은 순교자를 기억하고, 다음 걸음은 평화를 생각하며, 또 다른 한 걸음은 어려운 이웃에게 이어진다.

2026 ‘9월愛 동행’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단순하다. 평화는 멀리 있는 거대한 선언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걷겠다는 작은 선택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가을 천주교 서울 순례길 위에서 이어질 수많은 발걸음 가운데 무엇보다 지켜볼 대목도 바로 그 ‘동행’이 실제 일상의 나눔으로 어떻게 이어지는가에 있다.

2026 ‘9월愛 동행’ 주요 일정

순례길 걷고, 기부하기: 2026년 8월 15일~9월 20일

순교자성월을 여는 미사: 9월 1일 오전 10시, 절두산 순교성지

순교자성월을 닫는 미사: 9월 20일 오후 3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참여 방법: 순례자여권세트 마련 → 천주교 서울 순례길 순례 및 스탬프 날인 → 9월 20일 완주여권 제출 후 축복장 수령

순례자여권세트 구입비: 전액 이웃사랑실천 기금으로 사용

문의: 순교자현양위원회 02-2269-0413

[9월愛 동행 안내 페이지]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카카오톡 공식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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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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