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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송 작가, 《새벽 두시》에 담은 각자의 시간…멈춤 속에서 자라는 가능성

잠든 나무늘보와 깨어 있는 동물이 공존하는 숲…그림책·NFT·회화로 이어온 마음과 시간의 탐구

기사입력 기사번호 59361

안나송 작가는 모두가 같은 시간에 같은 속도로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작품 《새벽 두시》에는 잠든 나무늘보와 깨어 있는 표범, 큰부리새가 함께 등장한다. 같은 밤의 숲에서도 저마다 다른 리듬을 유지하는 동물들을 통해 휴식과 깨어 있음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장면을 그렸다.

 [코리안투데이] 잠든 나무늘보와 깨어 있는 표범이 함께하는 《새벽 두시》…서로 다른 삶의 리듬을 담다  © 김현수 기자

작가에게 잠은 다음 시간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겉으로 고요해 보여도 몸과 마음은 회복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이어진다. 《새벽 두시》의 은빛에 가까운 빛과 조용한 숲은 이러한 생각을 담기 위한 장치다. 잠든 동물에게는 지금 쉬어도 괜찮다는 마음을, 깨어 있는 동물에게는 각자의 방식으로 밤을 지나고 있다는 감각을 부여했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동물들이 하나의 상태로 맞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자고, 누군가는 깨어 있으며, 누군가는 생각을 품는다. 안나송 작가가 말하는 “각자의 시간”은 이처럼 사람마다 다른 삶의 속도와 리듬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 시선에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 담겨 있다. 그림책 작가로 활동한 뒤 일본에서 생활했고,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며 오랫동안 작업에서 멀어졌다. 당시에는 자신의 삶이 멈춰 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그림을 시작한 뒤 돌아보니 그 기간에 쌓인 경험과 감정이 현재의 작업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코리안투데이] 그림책에서 NFT·회화로 이어진 마음과 시간의 탐구…몽환적인 숲으로 넓어진 작품 세계  © 김현수 기자

“그래서 저는 멈춤을 실패나 단절로만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작업의 공백을 바라보는 변화는 잠든 동물을 이해하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당장 드러나는 결과가 없어도 삶의 경험은 쌓인다. 화면 속 나무늘보는 그렇게 외부에서 쉽게 알아보기 어려운 시간을 품고 있다.

그림책에서 NFT, 회화로 표현 방식이 바뀌는 동안에도 마음의 상태와 시간에 대한 관심은 이어졌다. 그림책에서는 이야기로 감정을 표현했고, NFT에서는 디지털 이미지와 반복되는 캐릭터를 통해 서사를 실험했다. 현재의 회화에서는 그 관심을 더욱 느리고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코리안투데이] 결혼과 육아로 멀어졌던 작업, 다시 그림으로…공백 속에 쌓인 경험을 회화에 담다  © 김현수 기자

동물과 숲을 그리는 과정은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감정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공간을 설계하기보다, 화면을 완성해가며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알아차리는 편이라고 밝혔다. 표범을 그리면서 처음부터 외로움을 표현하려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작업을 진행한 뒤 자신의 외로움이 화면에 들어 있음을 느낀 경험이 그 예다.

이 때문에 숲의 색과 공간, 사물의 배치는 정해진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동물과 풍경을 그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숲은 점차 실제 자연을 묘사하는 공간에서 작가의 마음이 머무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

최근 작업에서는 휴식과 안온함에 더해 복잡한 감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간에 대한 압박과 생각의 과잉, 불안과 욕망이 숲 안에 함께 자리한다. 작가는 이 변화를 아직 알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따뜻함과 유머를 유지하고 싶다는 방향은 분명히 했다.

 [코리안투데이] 귀여운 동물의 모습 안에 공존하는 휴식과 불안…관객이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는 풍경  © 김현수 기자

책과 시간,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물에도 여러 의미가 겹쳐 있다. 책은 지식과 가능성을 나타내지만 알아야 한다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시간 역시 삶을 만들어가는 바탕이면서 사람을 조급하게 만드는 요소다. 작가는 익숙한 사물을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상황에 놓아 이러한 양면성을 드러낸다.

관객이 처음에는 재미있거나 귀엽다고 느끼다가, 조금 더 오래 바라보며 다른 감정을 발견하는 화면을 지향한다. 친근함은 복잡한 마음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

“제 작품에서 귀여움은 단순한 장식이라기보다 관객이 작품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주는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코리안투데이] 1. 뱅크아트페어·서울아트쇼 참여 예정…다양한 동물과 상징으로 확장하는 각자의 시간  © 김현수 기자

동물의 역할도 넓어지고 있다. 나무늘보에는 느림과 휴식, 큰부리새에는 빠른 움직임과 호기심을 연결한다. 표범에서는 긴장감과 완벽함을, 부엉이에서는 밤과 깨어 있는 상태를 떠올린다. 이는 동물의 실제 습성이나 외형에서 출발한 작가의 해석이며, 각 동물은 서로 다른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는 존재가 된다.

현재 사용하는 주재료는 아크릴과 유화물감이다. 아크릴은 빠르게 층을 쌓고 색을 조정할 때, 유화물감은 깊고 무거운 질감을 표현할 때 활용한다. 그림책 작업에서 익힌 구도와 이야기성은 한 장면의 전후를 상상하게 하는 화면 구성으로 이어졌다. NFT 작업에서 경험한 과감한 색과 반복되는 캐릭터, 단순한 형태의 표현도 회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작품의 의미를 관객에게 열어두는 태도는 해외 전시 경험을 통해 더욱 깊어졌다. 작가는 2025년 싱가포르 아트페어에서 언어로 충분히 소통하기 어려운 관람객이 작품 앞에 오래 머물며 공감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에게도 느림과 휴식의 감정이 전해질 수 있음을 느꼈다고 밝혔다.

 [코리안투데이] 책은 가능성이자 부담, 시간은 흐름이자 압박…익숙한 사물에 담은 마음의 양면성  © 김현수 기자

관람객이 편안함을 느끼거나 자신도 쉬고 싶다고 말하는 반응은 작품을 하나의 해석으로 묶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는 설명을 앞세우기보다 관객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겹쳐볼 수 있는 여백을 남기려 한다.

안나송 작가는 SI그림책학교를 졸업했으며, 2009년 한솔수북에서 그림책 《다다의 의자》를 출간했다. 제공된 프로필에는 2007년 한국 안데르센상 출판미술 부문 우수상과 2023년 서울로 미디어캔버스 네이처 프로젝트 작가 선정 등의 이력이 소개돼 있다.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2026년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뱅크아트페어, 12월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아트쇼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작업과 함께 최근 변화가 드러나는 작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2027년 1월에는 개인전 형태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조율 중이다.

앞으로의 숲에서는 사물이 열매처럼 나무에 달리고, 동물이 그 사물과 예상하지 못한 관계를 맺는 장면을 확장할 예정이다. 시간과 지식, 기억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사물로 표현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하나의 숲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들을 통해, 각자에게 필요한 쉼과 회복의 모습을 계속 탐구할 계획이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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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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