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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예 작가, ‘기억의 정원’에 피워낸 삶의 온기…2026 뱅크아트페어 참가

겹겹이 쌓은 장미 꽃잎에 기억과 사랑 담아…나이프 임파스토로 전하는 위로와 다시 피어날 희망

기사입력 기사번호 60222

장미의 꽃잎이 두터운 물감의 결을 따라 피어난다. 꽃잎 사이에는 빛이 머물고, 작은 그림자가 생긴다. 서양화가 배성예에게 이 겹침은 꽃의 형태이면서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다. 기쁨과 시련, 사랑과 그리움이 쌓여 한 사람의 삶을 이루듯, 그의 캔버스에서도 기억은 여러 겹의 색과 질감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코리안투데이] 2026 뱅크아트페어에서 선보이는 ‘기억의 정원’과 장미의 서사  © 김현수 기자

배성예 작가가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리는 ‘2026 뱅크아트페어’에 참가해 대표 연작 ‘기억의 정원’과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이프 임파스토 기법으로 표현한 장미를 통해 기억과 생명, 마음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배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남는 풍경과 감정을 색과 붓끝으로 담아내는 일에 매료됐다. 자신의 시각과 감성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서양화의 표현력은 본격적인 창작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지금도 그를 캔버스 앞으로 이끄는 것은 일상의 작은 순간과 자연의 생명력,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이다.

 [코리안투데이] 겹겹이 피어난 꽃잎에 담은 사랑과 지나온 시간의 흔적  © 김현수 기자

그는 작업을 이어가는 원동력을 “삶에 대한 애정과 예술을 통한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내면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을 때 느끼는 보람이 다음 작업을 시작하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대표 연작 ‘기억의 정원’은 지나온 시간 가운데 간직하고 싶은 순간과 따뜻했던 감정의 잔상에서 출발했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데 머무르기보다, 소중한 기억이 현재의 삶을 지탱하는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작가에게 정원은 생명이 자라는 공간이자 마음이 쉬어가는 장소다.

배 작가는 이 연작을 자신의 기억을 꽃피운 공간이면서 관람객 각자의 마음속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로 설명한다.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누군가는 사랑했던 사람을, 또 다른 누군가는 오래전의 평온한 하루를 떠올릴 수 있다. 작품의 의미를 하나로 정하기보다 각자의 경험이 들어올 자리를 남겨두는 것이다.

 [코리안투데이] 나이프 임파스토 기법으로 표현한 감정의 밀도와 생명력  © 김현수 기자

그 중심에 장미가 있다. 배 작가가 바라보는 장미는 화려함과 함께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꽃이다. 가시와 꽃잎이 한 줄기에 공존하는 모습에서는 삶의 시련과 아름다움을 함께 읽는다. 꽃잎이 겹겹이 펼쳐지는 과정은 사람이 살아가며 감정과 시간을 쌓아가는 모습과도 닮아 있다.

그는 장미의 의미를 “삶에 대한 피어남과 사랑, 그리고 소중하게 간직된 고귀한 기억”이라고 말했다. 장미를 그리는 일은 꽃의 외형을 옮기는 작업을 넘어, 어려움을 품고도 다시 피어나는 삶을 표현하는 과정이다.

 [코리안투데이] 파스텔과 깊은 청색·보라색의 대비로 그려낸 마음의 균형  © 김현수 기자

이러한 감정에 물리적인 두께를 부여하는 방식이 나이프 임파스토다. 배 작가는 평면적인 붓질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의 밀도와 자연의 생명력을 나이프 작업에서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물감을 밀고 겹쳐 올리는 과정에는 손의 움직임과 호흡, 순간의 힘이 흔적으로 남는다.

다만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물감의 두께 자체가 아니다. 질감이 빛을 만났을 때 생기는 양감과 화면 전체의 호흡이다. 나이프로 다듬은 물감의 결이 어떤 그림자와 밝은 면을 만드는지 살피며 꽃잎의 형태를 조율한다. 보는 각도와 조명에 따라 달라지는 표면도 작품을 이루는 요소다.

색채 역시 감정의 균형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에는 따뜻함과 평온을, 깊은 청색과 보라색에는 내면의 울림과 고요함을 담는다. 밝은 색과 짙은 색을 함께 사용하는 기준에 대해 배 작가는 “대비 속에서 찾아내는 마음의 균형과 신비로움”이라고 밝혔다.

 [코리투데이] ‘사랑의 향기’부터 ‘꿈꾸는 황금 낙원’까지, 위로를 향한 작품 세계 
© 김현수 기자

이번 출품작 가운데 작가가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대형 화면으로 작업한 ‘기억의 정원’ 신작이다. 그동안 탐구한 입체적인 질감과 색채의 조화를 집중한 작업으로, 장미의 형상과 파스텔·보라 계열의 대비를 넓은 캔버스에 펼쳤다.

함께 소개하는 ‘사랑의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을 채우는 사랑의 온기를 꽃과 화사한 색채로 표현한 작품이다. ‘대지의 숨결’에는 생명이 뿌리내리는 자연의 강인함과 포용력을 담았다. ‘꿈꾸는 황금 낙원’은 황금빛 표현을 통해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간직하는 희망과 마음의 쉼터를 그린 작업이다.

작품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 경험은 배 작가의 창작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다. 그는 한 전시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 오래 머물며 눈시울을 적셨던 관람객을 기억한다. 배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그 관람객은 장미를 보며 잊고 지냈던 아프고도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색채와 질감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에 닿았다는 경험은 위로를 전하는 그림을 계속 그리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코리안투데이] 빛과 그림자가 더하는 입체감…물감의 결에서 찾는 감상 즐거움  © 김현수 기자

배 작가는 관람객에게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과 함께 가까이에서 보이는 물감의 결도 살펴보기를 권한다. 나이프가 지나간 흔적과 두께가 만든 미세한 그림자는 멀리서 볼 때와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동시에 정해진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기억과 감정으로 작품을 만나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아크릴과 혼합 재료를 활용한 질감 표현을 발전시키고, 자연의 빛과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는 공간 연출도 탐구할 계획이다. 대형 화면과 오브제의 조화를 고민하는 한편, 국내외 아트페어와 기획전을 통해 관람객과의 만남을 넓히고자 한다.

 [코리안투데이] “각자의 마음속 정원을 발견하고 편안하게 쉬어가길” © 김현수 기자

배성예 작가가 ‘기억의 정원’으로 건네고 싶은 것은 잠시 쉬어갈 시간이다. 그는 전시를 찾는 관람객에게 “제 캔버스 위에 펼쳐진 ‘기억의 정원’이 여러분에게 작게나마 마음의 휴식과 따뜻한 위로, 그리고 다시 피어날 희망의 에너지를 선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라고 전했다.

전시 장소는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3104 SETEC이다. 제공된 행사 안내에 따르면 2026 뱅크아트페어는 10월 18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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