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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살아있다 100년 전 오늘

[100년 전 오늘] 1926년 9월 8일 – 「횡설수설」 한 줄에 기자 최원순, 징역 8개월 구형받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7159

오전판 · 100년 전 오늘

1926년 9월 8일 수요일, 경성

🕙 오전 10시 10분 – 시계가 미소 짓는 시간, 100년 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0시 10분의 경성

1926년 9월 8일 수요일 아침, 경성지방법원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초가을 바람이 부는 정동 법원 뜰에 방청객들이 줄지어 섰다. 보름 전 동아일보 「횡설수설」란에 실린 짧은 글 한 줄이, 오늘 기자 한 사람의 운명을 가르는 재판대에 올랐다.

그날의 경성

이날 경성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사는 동아일보 기자 최원순에게 징역 8개월을, 편집 겸 발행인 김철중에게는 금고 6개월을 구형했다. 사건은 지난 8월 22일자 「횡설수설」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원순이 쓴 글이 조선총독부의 통치를 빗대어 비판했다는 이유로, 그는 보안법 위반으로, 그 글을 지면에 실은 김철중은 신문지법 위반으로 나란히 기소됐다. 체포 소식이 전해진 지 보름, 재판을 기다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여드레 만에, 마침내 검사의 구형이 내려진 것이다. 최원순은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 3년 전 도쿄에서 2.8독립선언서를 몰래 등사해 뿌렸던 이가 바로 그였다. 귀국 후 동아일보에 들어와 기자들의 모임 ‘무명회’를 되살렸고, 지난해 4월에는 전조선기자대회를 열자고 앞장서 제안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법정에 선 그는 담담한 얼굴로 검사의 구형을 들었다고, 방청석에 있던 이들은 전했다.

경성과 한반도

이 재판은 올여름 조선을 뒤흔든 6.10만세운동의 그림자와도 겹친다. 지난 6월 25일 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학생 11명은, 이날까지도 판결을 받지 못한 채 두 달 넘게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신문지면 한 줄에 기자가 구속되고, 거리에서 만세를 부른 학생들이 반년 가까이 미결수 신분으로 갇혀 있는 사이, 조선총독부는 경복궁 옛터에 새 청사를 거의 다 짓고 낙성식 날짜(10월 1일)를 세고 있었다. 조선인의 목소리를 담던 지면과, 조선인이 오가던 궁궐 정문 광화문은 같은 여름 나란히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그날의 세계

같은 날 지구 반대편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독일이 국제연맹에 정식으로 가입해 상임이사국 자리까지 얻었다. 1차대전 패전국이었던 독일이 8년 만에 국제사회의 한 축으로 복귀한 순간이었다. 중국에서는 장제스가 이끄는 북벌군이 사흘 전과 이틀 전 한양과 한커우를 잇달아 점령한 뒤, 우창성을 포위한 채 공방을 이어가고 있었다. 태평양 건너 필리핀에서는 레너드 우드 총독이 자치기구인 통제위원회의 권한을 혼자 틀어쥐겠다고 선언하자, 케손을 비롯한 필리핀 정치인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식민지 조선의 언론 재판과, 식민지 필리핀의 자치권 다툼은 같은 시대, 다른 대륙에서 벌어진 닮은꼴 사건이었다.

경성 24시

이른 아침 정동 법원 앞, 신문팔이 소년들은 오늘따라 목소리를 더 높였다. 재판 소식이 실린 호외 한 장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광화문통 동아일보 사옥 안 편집국은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고 한다. 사옥에서 멀지 않은 경복궁 옛터에서는 총독부 신청사 공사가 한창이었고, 광화문은 여전히 뜯긴 채 이전 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를 마친 학생들 몇몇은 법원 담장 밖에 모여 재판 결과를 수군거렸다. 해거름이 되어서야 거리는 다시 평소의 소음을 되찾았다.

100년의 거울

항목 1926년 2025년
언론 통제 신문지법·보안법에 따른 검열, 기사 삭제·정간·필자 구속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 사전검열 금지
재판받는 이유 총독부 비판 칼럼 한 줄 명예훼손·허위사실 등 개별 사안에 한정
학생의 정치적 목소리 만세를 불렀다는 이유로 몇 달째 미결수 신분 집회·시위의 자유로 보장

100년 전 오늘, 기자 한 사람이 쓴 글 한 줄은 징역 8개월을 구형받을 만큼 무거웠다. 지금은 신문에 무엇을 쓰든 그 이유만으로 감옥에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자유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동 법정 앞에 줄 섰던 100년 전 그 사람들이 말해주고 있다.

내일을 기다리며

최원순의 형량은 석 달 뒤 항소심에서 절반 넘게 줄어들지만,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이야기다. 내일 아침 10시 10분, 경성의 또 다른 하루가 다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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