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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건강 혁신

알츠하이머 악순환 끊는 ‘핵심 스위치’ 찾았다…ERBB4 규명

IBS 정원석 연구팀, 여러 병리 동시 완화 치료 가능성 입증…국제학술지 네이처 게재

기사입력 기사번호 56873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의 다양한 병리를 연쇄적으로 악화시키는 핵심 조절 인자 ‘ERBB4’를 규명했다. 단 하나의 표적을 조절해 여러 병리를 한꺼번에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이 열렸다.

  [코리안투데이] IBS 혈관 연구단 이세영 선임연구원(왼쪽)과 정원석 부연구단장 © 장형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배경훈)는 기초과학연구원(원장 장석복) 혈관 연구단 정원석 부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부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에서 신경회로와 시냅스 균형을 무너뜨리고 질병 진행을 연쇄적으로 악화시키는 핵심 조절 인자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8월 27일 0시(KST)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대표적 퇴행성 뇌질환으로,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그러나 질병이 진행되면 신경회로의 과도한 흥분과 시냅스 소실, 교세포의 염증 반응 등 복합적 변화가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치료제가 개발됐음에도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여러 병리가 서로 영향을 주며 질병을 악화시킨다는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 악순환을 유발하는 근본 요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질병 초기부터 나타나는 신경회로와 시냅스의 불균형에 주목했다.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해마를 분석한 결과, 뇌 회로를 자극하는 흥분성 신경세포는 과도하게 활성화된 반면 이를 억누르는 억제성 신경세포의 활성은 크게 떨어졌다. 또한 별아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흥분성 시냅스는 과도하게 제거하고 억제성 시냅스는 적게 제거하면서 불균형을 더욱 부추겼다. 연구진은 신경세포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교세포가 시냅스를 더 많이 제거하고, 낮추면 덜 제거하는 현상을 확인해 시냅스 소실 불균형의 원인이 신경세포의 비정상적 활성 상태에 있음을 밝혀냈다.

분자 수준의 원인을 추적한 연구진은 정상 뇌의 억제성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ERBB4 수용체가 특정 흥분성 신경세포 집단에서 현저히 증가해 있음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이 세포를 ‘초기 반응성 흥분성 신경세포(EREN)’로 명명하고, ERBB4를 회로 이상을 일으키는 핵심 인자로 특정했다.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 기술로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만 ERBB4를 선택적으로 제거하자, 과도했던 흥분성 신경세포의 활성은 낮아지고 저하됐던 일부 억제성 신경세포의 활성이 회복됐다. 교세포의 비정상적 시냅스 제거와 염증 반응도 완화됐으며, 아밀로이드 플라크 형성 면적과 수량이 50% 이상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기억력과 공간인지 능력도 크게 개선됐다. 반대로 정상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 ERBB4를 발현시키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신경회로의 과흥분과 시냅스 불균형, 교세포의 염증 반응 등 알츠하이머병과 동일한 병리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ERBB4가 증가하면 세포의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엠토르(mTOR)’ 신호전달 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병리가 주변으로 확산한다는 기전도 입증했다. 실제 446명의 뇌 조직 분석에서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흥분성 신경세포 내 ERBB4 발현이 유의미하게 증가해 있었으며, 발현량이 클수록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축적 정도가 크고 인지기능 저하가 심각했다. 이로써 ERBB4 변화가 단순히 알츠하이머병에 동반되는 현상이 아니라, 여러 병리의 연쇄적 진행을 촉진하는 핵심 조절 인자임이 확인됐다.

이번 성과는 아밀로이드 축적, 미세아교세포의 면역 반응, 시냅스 손실, 신경회로 이상 등을 개별 현상으로 다뤄온 기존 연구와 달리, 이들을 아우르는 상위 조절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ERBB4의 필요성과 충분성을 모두 검증하고 mTOR 신호를 통한 작동 경로까지 밝혀, 하나의 병변만 겨냥하는 접근에서 나아가 여러 병리를 함께 완화하는 치료 전략을 탐색할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완치가 어려웠던 퇴행성 뇌질환 환자와 가족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여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노화 과정에서의 ERBB4 변화와 함께 파킨슨병, 헌팅턴병, 타우 관련 질환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에서 ERBB4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추가로 연구해, 여러 질환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치료 표적 가능성을 모색할 계획이다.

정원석 IBS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의 증폭 과정을 다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라며 “질병 악순환의 핵심 고리를 표적해 복잡·다양한 병리를 동시에 완화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척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김성수 연구개발실장은 “난치성 질환 극복의 열쇠는 생명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에서 나온다”며 “기초과학이 국민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꾸준히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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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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