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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송정숙

[디지털치유론] 그 앱이 유독 나에게만 다르게 말을 걸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6779

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지난주 늦더위가 한풀 꺾인 오후, 협회 세미나실에는 선풍기 바람과 종이 넘기는 소리만 낮게 깔려 있었습니다. 자연치유사 보수교육 시간, 한 회원이 태블릿을 들고 다가와 물었습니다. “회장님,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 회원은 명상 안내 앱을 두 달째 쓰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같은 강의실에서 같은 앱을 써 본 옆자리 동료와 화면 구성이 전혀 달랐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에게는 차분한 호흡 훈련이 먼저 떴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활동적인 걷기 명상이 먼저 떴습니다. 나이도, 등록한 목적도 비슷했는데 말입니다. “기계가 사람 봐가며 다르게 대하는 거 아니에요?” 라는 농담 섞인 질문에, 저도 바로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AI는 감정도, 선입견도 없으니 누구에게나 똑같이 반응할 거라고요. 사람은 그날의 기분이나 첫인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기계는 오직 데이터와 규칙으로만 움직이니 오히려 더 공평하지 않겠냐는 것이지요.

[코리안투데이] 디지털치유론 © 송정숙 칼럼니스트

실제로는 다릅니다. AI는 사람이 모은 데이터를 먹고 자랍니다. 그 데이터를 누가, 어떤 집단을 중심으로 모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한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참고한 사용자 표본이 특정 연령대나 특정 생활 습관에 치우쳐 있었다면, 그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는 애초에 잘 맞지 않는 답을 내놓게 되는 것이지요. 사람의 편견이 데이터라는 형태로 옮겨 앉았을 뿐, 편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숫자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

실제로 올해 3월 미국 KFF 조사에 따르면 성인 여섯 명 중 한 명(16%)이 최근 1년 사이 정신건강 관련 정보나 조언을 얻기 위해 AI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30세 미만은 50세 이상보다 세 배 가까이(28% 대 8%) 더 많이 이용했고, 보험이 없는 사람과 흑인·히스패닉계 성인도 다른 집단보다 더 많이 기계에 마음을 털어놓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누가 더 자주, 더 절실하게 AI를 찾는지가 곧 그 데이터가 누구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셈입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올해 들어 일리노이·네바다에 이어 다섯 개 주가 추가로 AI 상담 프로그램의 활동 범위를 법으로 제한하고 나섰습니다. 기술이 앞서 나가면, 제도가 뒤늦게라도 균형을 잡으려 뒤따라가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필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정리한 여섯 가지 원칙 가운데 제가 자연치유 현장에서 가장 자주 되새기는 문장은 “AI는 사람의 결정을 도울 뿐, 대신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협회 회원들에게도 늘 당부합니다. 앱이 건넨 추천은 하나의 참고 자료로만 받아들이고, 그 결과가 내가 현장에서 오래 지켜본 그 사람의 모습과 다르다면 망설이지 말고 자신의 경험을 우선하시라고요. 개인정보를 입력할 때는 이 정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분명히 알려드리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빼놓지 말아야 합니다. 편리함 뒤에 숨은 책임까지 함께 짊어지는 것, 그것이 기술을 다루는 사람의 몫이라고 믿습니다.

[코리안투데이] 디지털치유론 © 송정숙 칼럼니스트

그날 세미나실을 나서며 그 회원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저는 이 앱을 계속 써도 될까요?” 저는 쓰시라고 했습니다. 다만 화면에 뜨는 답을 마지막 답으로 여기지 말고, 옆에 앉은 동료의 화면도 한 번씩 들여다보시라고 덧붙였습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화면을 나란히 놓고 보는 순간, 우리는 기계가 놓친 것을 비로소 보게 되니까요.

📚 이 칼럼은 송정숙 협회장의 저서 「디지털치유론 Level I」을 바탕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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