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4] 적로마의 이름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신야(新野)의 성 안쪽에 흰 말 한 마리가 들어왔다. 그 말의 이름이 적로(的盧)였다.
적로는 흰 털의 말로, 이마 가운데에 흰 점 하나가 눈처럼 자리해 있었다. 그 점의 이름이 적로(的盧, 이마의 흰 점)였다. 옛부터 말 감정가(馬鑑)들이 적로를 보면 “주인을 해친다(妨主)”는 말을 붙여 왔다.
적로가 유비(劉備)의 손에 들어온 사정(事情)은 이러하였다. 형주(荊州) 막하의 장수 장무(張武)와 진손(陳孫)이 반란(叛亂)을 일으켰고, 유표(劉表)가 유비에게 이 반란을 다스려 주기를 청하였다.
유비가 군을 일으켜 장무·진손을 치러 나갔다. 장무의 말이 바로 적로였다. 조운(趙雲)이 장무를 벤 뒤, 그 적로를 끌고 왔다.
조운은 당시 유비의 막하에 새로 합류한 장수였다. 조운이 적로를 유비에게 바쳤다.
“사군. 오늘의 이 말은 명마(名馬)이옵니다.”

유비가 적로의 이마의 흰 점을 낮게 바라보았다. 그의 입이 낮은 한 마디를 흘렸다.
“자룡(子龍). 고맙네. 이 말의 이름을 오늘부터 내 두 다리 아래에 얹어 두겠네.”
적로가 유비의 손 아래에 들어온 소식이 양양(襄陽)의 유표의 귓가에 닿았다. 유표가 웃으며 유비에게 낮게 말하였다.
“현덕. 오늘의 이 말은 옛부터 주인을 해친다 하였소. 조심하시게.”
유비의 막하의 이적(伊籍)이 낮게 이었다.
“사군. 그 말을 원수(怨讐)에게 먼저 선물하시옵소서. 원수가 그 말에 해를 입은 뒤에 사군께서 다시 그 말을 받으시옵소서.”
유비가 낮게 고개를 저었다.
“이공(伊公). 한 사람의 해를 다른 사람 위에 먼저 얹는 수는 내 결이 아니라오. 적로의 결은 내 두 다리 아래에 머물게 하겠소.”
그 저녁, 유비가 적로의 등 위에 올랐다. 적로의 네 발이 얕게 떨렸다. 그러나 유비의 손이 적로의 목덜미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적로의 발의 결이 고요해졌다.
Book 4의 아흔네 번째 저녁이 신야 성 안쪽의 적로의 흰 점 아래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的盧馬(적로마, 적로라는 말)의 세 글자가, 흰 점과 조운의 바침과 방주(妨主)의 말과 이적의 간과 쓰다듬음이 한 자리에 놓인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93의 新野坐의 성루가, 오늘 저녁 적로의 등 위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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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흰 말 한 마리의 이름이 “주인을 해친다”는 한 결의 말 아래에 놓이는 저녁이 있지요.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 먼저 얹어 해를 옮기는 수가 있을 때, 한 사람의 결은 그 수를 물리치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저녁에도, 해를 다른 사람 위에 먼저 얹는 수를 물리치는 한 결이 혹시 놓여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물리침을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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