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이라는 숫자를 보고 먼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이야기하면 다시 하나의 숫자가 등장한다.
100만 명.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마스터플랜에서는 폐막미사 참석 규모를 약 100만 명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경찰·소방·의료·자원봉사 인력이 함께하는 다층적인 안전체계와 미성년자 보호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향도 밝혔다.
100만 명이라는 숫자만 보면 걱정부터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군중안전에서 숫자 하나만 바라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100만 명이 넓은 공간에 오랜 시간 나뉘어 있는 것과,
수만 명이 짧은 시간 좁은 길 하나로 몰리는 것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오전과 오후에 나누어 도착하는 것과,
행사가 끝나는 순간 모두가 같은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것도 다르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것과,
앞에서는 멈추고 뒤에서는 계속 밀려오는 상황도 다르다.
그래서 군중안전을 생각할 때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몇 명이 오는가?”
만이 아니다.
“언제 오는가.”
“어디에서 만나는가.”
“어느 길로 들어오는가.”
“행사 중에는 어디로 움직이는가.”
“끝난 뒤에는 어느 방향으로 흩어지는가.”
이 질문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도 다중운집인파 사고를 한정된 공간에 인파가 몰리면서 생명·신체·재산에 피해가 발생하는 사회재난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전에 예정된 축제·행사뿐 아니라 지하철·버스정류장처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밀집과 예측하기 어려운 인파밀집까지 별도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6회에서는 100만 명을 공포의 숫자로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100만 명이 안전하게 만나고, 함께 기도하고, 다시 안전하게 각자의 숙소와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대한민국에는 이미 다중운집인파 안전관리체계가 있다
이 부분을 먼저 분명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세계청년대회를 처음 준비하면서 군중안전이라는 개념도 처음 배우는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현재 관계부처와 지방정부 등과 함께 다중운집인파 사고 예방을 위한 4단계 안전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첫째는 현황조사다.
위험현황을 조사하고 집중관리지역을 지정한다.
둘째는 안전관리계획이다.
전문가 사전검토와 최대 수용인원, 안전요원 배치 등을 검토한다.
셋째는 사전점검이다.
지방정부와 관계기관이 현장을 함께 살핀다.
넷째는 모니터링과 대응이다.
긴급연락체계를 구축하고 현장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2026년 7월에도 행정안전부는 문체부·국토부·해수부, 경찰·소방청, 지방자치단체와 재난관리책임기관 등이 참여한 여름철 다중운집인파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여름철 행사와 지하철·공항·해수욕장 등 인파밀집 장소의 안전대책을 점검했고, 중점관리 행사를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사전 현황조사 → 안전관리계획 → 사전점검 → 현장 모니터링·신속대응의 4단계 체계를 강조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기반이다.
따라서 서울 WYD 군중안전 논의를
“대한민국에 인파관리 시스템이 있는가 없는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할 필요는 없다.
이미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다음이다.
“이 체계를 2027 서울 WYD라는 매우 특별한 국제 종교행사의 일정과 참가자 특성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 [코리안투데이] 대한민국은 다중운집인파 안전관리를 위해 현황조사, 안전관리계획, 사전점검, 모니터링·대응의 4단계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서는 이 기존 체계를 행사별 인파 흐름과 외국인 순례자, 장애인·미성년자 등 다양한 참가자의 특성에 맞게 세밀하게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지승주 기자 |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군중 이동 동선과 안전계획을 함께 점검하는 경찰 소방 의료진과 가톨릭 행사 관계자`
군중안전은 행사장 문 앞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세계청년대회의 군중을 ‘행사장 안에 있는 사람들’로만 생각하면 놓치는 것이 많다.
참가자는 숙소에서 출발한다.
본당에서 지하철역까지 걷는다.
지하철을 탄다.
환승한다.
역에서 내린다.
행사장까지 이동한다.
입구에서 기다린다.
보안검색이나 등록확인을 거칠 수 있다.
행사장 안으로 들어간다.
화장실과 급수시설을 찾는다.
행사가 끝나면 다시 출구로 움직인다.
지하철역이나 버스 승차장으로 간다.
숙소로 돌아간다.
즉 안전은 행사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숙소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다시 숙소로 돌아갈 때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이동과정이다.
영국 보건안전청(HSE)의 공식 행사안전 지침도 군중관리의 핵심 단계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행사장으로 도착하고 입장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는 행사장 내부에서 사람들이 순환하고 이동하는 과정이다.
세 번째는 행사장을 떠나고 분산되는 과정이다.
이 세 단계는 서울 WYD에도 그대로 생각해볼 만하다.
입장만 잘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행사 중에도 사람이 움직인다.
끝났다고 안전관리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폐막 직후의 퇴장과 교통수단으로의 분산까지 봐야 한다.
입장보다 퇴장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행사에 들어갈 때는 사람들이 여러 시간에 나누어 도착할 수 있다.
일찍 오는 사람이 있다.
늦게 오는 사람도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도 나뉜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는 순간은 다를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이고 싶어 한다.
배가 고프다.
피곤하다.
숙소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부족할 수도 있다.
비가 올 수도 있다.
지하철 막차시간을 걱정할 수도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장 가까운 출구와 가장 가까운 역을 찾는다.
이때 안전계획이 중요해진다.
HSE도 대규모 행사에서는 필요에 따라 참가자의 입장과 퇴장을 시간차로 운영하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한꺼번에 떠나지 않도록 분산시키는 방안을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교통기관과 협력해 추가 대중교통을 준비하고, 행사장 주변의 보행과 도로 흐름까지 함께 관리하도록 안내한다.
서울에서도 같은 원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
행사가 끝났다고 모두에게
“이제 돌아가십시오.”
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권역별로 출발시간을 나눌 수 있는가.
숙소별 추천역을 달리할 수 있는가.
일부 참가자는 행사장 주변에 조금 더 머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가.
지하철과 버스의 상황을 보고 순차적으로 이동하도록 안내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서울 WYD에서 특히 중요한 순간, 8월 7일과 8일
현재 공식 일정에서 군중안전 관점으로 특별히 눈여겨볼 날이 있다.
2027년 8월 7일 토요일과 8월 8일 일요일이다.
공식 일정에 따르면 8월 7일에는 순례자들이 폐막미사가 열릴 장소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교황과 함께 기도하고 성체조배를 한다.
그리고 순례자들은 그 장소에서 밤을 보낸다.
다음 날인 8월 8일 아침에는 교황이 주례하는 폐막미사가 열린다.
미사 뒤에는 다음 세계청년대회 개최지가 발표되고, 교황은 별도로 자원봉사자들과 만난다.
이 일정은 매우 아름답다.
세계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밤을 새우며 기도한다.
하지만 안전의 눈으로 보면 동시에 매우 특별한 상황이다.
대규모 참가자가 한 장소로 이동한다.
장시간 머문다.
식사를 한다.
물을 마신다.
화장실을 사용한다.
침낭을 펴고 밤을 보낸다.
다음 날 아침 다시 대규모 미사에 참여한다.
그리고 미사가 끝나면 다시 흩어진다.
공식 FAQ도 이 밤샘 일정에서 식수, 위생, 폐기물 관리와 의료지원 같은 필수 운영요소를 고려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군중의 이동까지 연결해서 보아야 한다.
들어오는 흐름.
밤새 머무는 흐름.
화장실과 급수대를 오가는 내부 흐름.
아침 미사 뒤 밖으로 나가는 흐름.
이 네 가지가 모두 안전해야 한다.
‘100만 명’보다 ‘순간 최대 인파’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
행정안전부도 최근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에서 순간 최대 인파를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2026년 여름철 대책에서는 순간 최대 인파가 3만 명 이상으로 예상되는 일부 행사와 폭염 위험이 큰 행사 등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원리를 WYD에도 적용해 생각해볼 수 있다.
전체 행사기간에 몇 명이 왔는가보다 특정 시각 특정 장소에 몇 명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오후 3시 전체 행사장에는 30만 명이 넓게 분산돼 있지만,
한 출입구 앞에는 짧은 시간 2만 명이 모일 수 있다.
행사장 전체는 여유가 있어도 화장실 하나 앞에는 긴 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지하철역 전체 수용능력은 충분해도 에스컬레이터 하나에 사람이 집중될 수 있다.
넓은 광장은 안전해도 광장에서 역으로 연결되는 좁은 도로가 병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군중안전은 전체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시간·이동방향을 함께 보는 문제다.
사람은 ‘행사’ 때문에만 움직이지 않는다
군중흐름을 예측할 때 프로그램 일정만 보면 부족하다.
사람은 여러 이유로 움직인다.
배가 고프면 이동한다.
화장실이 필요하면 움직인다.
비가 오면 한꺼번에 지붕 아래로 간다.
햇볕이 강하면 그늘로 몰린다.
휴대전화 충전시설을 찾는다.
물을 받으러 간다.
교황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친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사진을 찍기 좋은 곳으로 간다.
행사장 지도에 작은 시설 하나를 어디에 배치하느냐가 수천 명의 이동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급수대와 화장실, 휴식공간과 의료지원소는 단순 편의시설이 아니다.
군중을 분산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① ― ‘사람이 몰리지 않는 서비스 배치’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안해본다.
화장실과 급수대, 충전시설, 식사공간을 좋은 위치에 많이 설치하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인파를 분산시키는 도구로 설계하면 어떨까.
가령 가장 가까운 급수대가 붐비면 참가자의 스마트 안내화면에서
“앞으로 200m 떨어진 급수대가 더 여유롭습니다.”
라고 알려준다.
화장실도 같은 방식이다.
한 곳에 줄이 길어지면 다른 시설로 안내한다.
의료지원소도 위치만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혼잡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곳을 안내한다.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면 서울의 디지털 기술이 단순 편의를 넘어 군중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시스템 설계에는 개인정보 보호와 통신 안정성, 현장운영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군중이 보내는 ‘작은 경고’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사고는 어느 순간 갑자기 시작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전에 여러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
사람들의 걷는 속도가 갑자기 느려진다.
앞으로 가고 싶은데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계속 부딪힌다.
통로에서 역방향 이동이 많아진다.
사람들이 한곳에서 멈춰 사진을 찍는다.
줄이 다른 동선까지 침범한다.
출구 앞에 사람이 쌓인다.
행정안전부가 국민행동요령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내용도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는 좁은 길이나 비탈길을 주의하고, 보행속도가 느려지거나 다른 사람과 신체가 닿기 시작한다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도록 안내한다. 위험이 느껴지면 112 또는 119에 신고하도록 한다.
이것은 매우 실용적인 기준이다.
즉 “아직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괜찮다”가 아니라,
평상시와 다른 흐름이 보이는 순간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 [코리안투데이] 군중안전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보다 보행속도 저하, 병목구간 형성, 역방향 이동 등 작은 변화의 신호를 먼저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 안전요원과 자원봉사자가 같은 기준을 배우고 위험징후를 빠르게 공유한다면 사고 가능성을 더 낮출 수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지승주 기자 |
`서울 세계청년대회 군중 이동 훈련에서 보행 흐름과 병목구간을 살피는 안전요원과 가톨릭 자원봉사자`
‘멈추세요’라는 말이 불친절한 것이 아니다
환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면 안전통제가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손님에게
“여기 못 들어갑니다.”
“조금 기다려주세요.”
“다른 길로 가주세요.”
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 말을 잘못하면 외국 청년에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 필요한 통제라면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전달방법이다.
“No.”
한마디로 끝내지 않는다.
왜 기다려야 하는지 알려준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알려준다.
다른 경로가 있다면 안내한다.
다국어와 그림으로 설명한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대체경로를 안내한다.
즉 통제에도 환대가 필요하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② ― ‘안전한 거절의 언어’
수많은 봉사자가 세계 청년을 안내하게 된다면 이런 표현을 미리 교육하면 어떨까.
“이 길은 현재 혼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더 안전한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휠체어 이용자는 이쪽 경로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안전통제를 명령이 아니라 설명과 대안의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다.
여러 언어의 짧고 표준화된 문장을 마련하면 봉사자도 편하다.
참가자도 이해하기 쉽다.
이것이 번역하기 쉬운 언어이면서 동시에 따뜻한 안전관리다.
일정이 바뀌는 순간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사전에 계획된 일정은 관리하기 쉽다.
문제는 계획이 달라질 때다.
폭우가 온다.
기온이 크게 올라간다.
행사 시작이 늦어진다.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한 지하철역에 문제가 생긴다.
어떤 출입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원래의 군중흐름이 바뀐다.
WHO의 대규모 집회 위험평가 원칙도 행사의 위험요인을 미리 식별하고, 위험 수준을 평가한 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준비·대응계획에 반영하도록 권고한다.
그리고 위험정보를 참가자와 직원,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도 중요한 준비요소로 본다. 최신 WHO 대규모 집회 위험소통 도구도 위험평가와 함께 risk communication and community engagement, 즉 위험소통과 공동체 참여를 별도 축으로 다루고 있다.
결국 계획변경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한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기관이 같은 상황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참가자에게 빠르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알려주는 것.
가짜 정보 하나가 수천 명을 움직일 수도 있다
2027년에는 대부분의 참가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것이다.
단체 채팅방도 있을 것이다.
SNS도 사용한다.
누군가 이런 글을 올릴 수 있다.
“저쪽 출구가 더 빨라요.”
“교황이 이쪽으로 온대요.”
“행사 장소가 바뀌었대요.”
“지하철이 끊겼대요.”
그 정보가 틀렸다면 어떻게 될까.
수천 명의 이동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공식 조직위원회도 이미 가짜 WYD 웹사이트가 등장하자 등록과 패키지 관련 개인정보·결제정보를 비공식 사이트에 제공하지 말고 공식 웹사이트와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정보를 확인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것은 군중안전에도 중요한 교훈이다.
공식정보의 출처가 하나의 체계로 명확해야 한다.
참가자도 그 출처를 미리 알아야 한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③ ― ‘한 문장 공식 확인’
긴 공지보다 더 빠른 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식 앱이나 공식 웹페이지에서 현재 상태를 한눈에 표시하는 것이다.
“현재 정상 진행 중입니다.”
“○○방향은 혼잡합니다. △△방향을 이용해주세요.”
“행사 시작이 30분 늦어졌습니다.”
“현재 공식 대피 지시는 없습니다.”
이처럼 짧고 확실한 공식 문장을 여러 언어로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소문이 돌 때 사람들은 긴 보도자료를 읽지 않는다.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공식 답이 필요하다.
어린 청년이라고 해서 모두 스스로 안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WYD 참가자의 주 대상은 청년이다.
그러나 공식 FAQ는 주된 참가 연령을 14~30세로 설명한다. 다른 연령과 비가톨릭 참가자도 참여할 수 있다.
14세와 29세는 다르다.
처음 해외에 나온 청소년도 있을 수 있다.
외국어를 잘하지 못한다.
단체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휴대전화를 잃을 수도 있다.
불안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조직위원회는 마스터플랜에서 미성년자를 위한 별도 보호체계와 그룹리더와 함께하는 숙박체계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군중안전에서도 미성년자는 별도로 생각해야 한다.
일행과 떨어지면 어디로 갈 것인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
보호자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미성년자의 개인정보를 누구에게 알려줄 수 있는가.
이런 것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
장애가 있는 참가자는 ‘나중에 별도로’가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에 들어가야 한다
군중동선을 먼저 만들고 마지막에
“장애인은 어떻게 하지?”
라고 묻는 방식은 좋지 않다.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
휠체어 이용자는 계단을 사용할 수 없다.
청각장애인은 음성 안내만으로 위험정보를 받기 어렵다.
시각장애인은 복잡한 시각표지만으로 길을 찾기 어렵다.
인지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긴 안내문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안전안내도 여러 방식이어야 한다.
소리.
화면.
색상.
기호.
진동이나 모바일 알림.
사람의 직접 안내.
여러 방식이 서로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 봉사자가 장애인을 ‘이동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조금 더 시간이 걸려도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포용이다.
가톨릭 신자에게 질서는 신앙과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이제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자.
정부가 잘 준비해도 참가자가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어려워진다.
안전요원이 아무리 많아도 모든 사람 옆에 한 명씩 설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가톨릭 신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주 간단하다.
기다린다.
줄을 지킨다.
안내에 따른다.
허가되지 않은 구역으로 가지 않는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뛰지 않는다.
사람들이 몰려가는 방향이라고 무조건 따라가지 않는다.
위험하다고 느끼면 멈추고 안전요원에게 알린다.
휠체어와 어린 참가자에게 길을 내준다.
구급차와 구조인력이 지나갈 길을 비운다.
휴대전화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지 않는다.
이것이 군중안전이다.
그리고 이것은 신앙과도 무관하지 않다.
내 편의보다 다른 사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황님을 가까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질서 안에서
세계청년대회에서 교황을 가까이 보고 싶은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멀리서 온 청년에게는 평생 한 번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마음 때문에 통제선을 넘거나 한곳으로 몰리면 다른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좋은 자리보다 안전이 먼저다.
사진 한 장보다 사람이 먼저다.
신앙행사에서 질서는 억압이 아니다.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약속이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④ ― ‘한 사람 한 걸음 뒤로’
한국적인 아주 작은 캠페인을 하나 생각해본다.
가칭
“한 사람, 한 걸음 뒤로.”
사람이 몰릴 때 한 발 앞으로 가려고 하지 말고 한 걸음 여유를 만든다.
문 앞을 막지 않는다.
출구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진을 찍으려고 갑자기 서지 않는다.
친구를 기다릴 때 통로 밖으로 나온다.
한 사람의 한 걸음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만 명이 한 걸음의 여유를 생각한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은 공식 안전기준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의 생활 속 안전문화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봉사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외국어만은 아닐 수 있다
외국인을 맞으니 영어를 잘하는 봉사자가 필요하다.
맞다.
통역도 중요하다.
하지만 군중안전에서는 다른 능력도 필요하다.
상황을 관찰하는 능력.
이상한 흐름을 발견하는 능력.
자신이 판단할 일과 보고할 일을 구분하는 능력.
당황한 사람에게 차분하게 설명하는 능력.
확인되지 않은 말을 하지 않는 태도.
자기 구역을 함부로 떠나지 않는 책임감.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받은 절차를 따르는 자세다.
따라서 봉사자 교육도
“친절하게 안내하세요.”
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보고하는가.”
까지 구체적이어야 한다.
안전봉사자는 영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선한 마음 때문에 무리하게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전문훈련을 받지 않은 봉사자가 위험구역에 들어가면 또 다른 구조대상이 될 수 있다.
불이 났다면 소방의 지시를 따른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을 부른다.
폭력이나 치안문제가 있으면 경찰에 알린다.
봉사자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정확히 수행한다.
모든 것을 내가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 또한 책임 있는 봉사다.
해외 순례자에게 한국의 ‘질서’가 좋은 기억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질서라고 하면 딱딱한 말을 떠올린다.
하지만 질서가 잘 작동하면 참가자는 오히려 편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안다.
어떤 줄이 자신의 줄인지 안다.
위험할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지 안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안다.
정보가 명확하면 사람은 불안하지 않다.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친절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좋은 인상으로 남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의 국민행동요령을 WYD 참가자에게도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이미 마련한 다중운집인파 행동요령에는 매우 실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방문 전에 혼잡상황과 주변 이동로를 확인한다.
좁은 길과 비탈길을 주의한다.
보행속도가 느려지거나 신체 접촉이 많아지면 그 장소에서 벗어난다.
군중 속에 갇혔을 경우 가슴 앞에 호흡공간을 확보하도록 한다.
넘어져 일어나기 어려울 경우 머리를 보호하는 자세를 취한다. ([행정안전부][3])
이런 내용을 2027년에는 영어와 스페인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주요 참가국 언어와 그림 중심으로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어려운 재난용어를 사용할 필요 없다.
짧고 명확하면 된다.
“사람이 너무 많아 걸을 수 없으면 그곳을 벗어나십시오.”
“좁은 길에 오래 머물지 마십시오.”
“위험하면 112 또는 119에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한국어 원문부터 이렇게 쉬운 언어를 쓰면 번역도 정확해진다.
![]() [코리안투데이] 대규모 국제행사에서는 복잡한 안전규칙보다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짧고 명확한 행동안내가 중요하다. 한국의 다중운집인파 국민행동요령을 여러 언어와 쉬운 그림으로 제공한다면 세계 청년들에게도 유용한 안전정보가 될 수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지승주 기자 |
`서울 세계청년대회 행사장에서 해외 순례자들에게 안전한 이동방향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한국 가톨릭 자원봉사자`
비가 오면 우산도 군중흐름을 바꾼다
서울의 8월에는 날씨 변화도 생각해야 한다.
비가 내리면 참가자는 지붕이 있는 곳으로 움직인다.
우산을 편다.
보행속도가 느려진다.
젖은 바닥은 미끄러울 수 있다.
배수상태도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강한 비로 행사가 변경되면 사람들이 동시에 이동할 수도 있다.
이것은 7회 폭염·폭우 편에서 더 깊게 다루겠지만, 군중안전과 기상은 분리할 수 없는 문제다.
날씨가 바뀌면 군중의 행동도 바뀐다.
그래서 군중계획은 고정된 지도 한 장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출구는 많다고 끝나지 않는다
출구가 여러 개 있어도 사람들이 하나만 알고 있다면 실제로는 하나처럼 작동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들어온 길로 다시 나가려는 경향도 있다.
친구가 그쪽에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역이 그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구마다 어디로 연결되는지 명확해야 한다.
“이 출구는 A·B 숙소권역.”
“이 출구는 C·D 권역.”
처럼 분산시킬 수도 있다.
다만 이런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실제 행사장과 교통계획이 확정된 뒤 전문기관이 판단해야 한다.
현재 조직위원회도 주요 행사 장소는 교황청과 정부, 관계기관과 협의해 준비 중이며 확정되는 내용을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행사장을 전제로 출입구 숫자나 세부동선을 미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끝났습니다’ 이후가 안전계획의 마지막 장이다
폐막미사가 끝났다.
교황이 다음 WYD 개최지를 발표한다.
사람들이 환호한다.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행사 관계자에게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100만 명 규모로 전망되는 참가자들이 도시로 다시 흩어지는 과정이 남아 있다.
어느 역으로 갈까.
버스는 어디에서 탈까.
짐은 어디에 있을까.
외국 청년들은 인천공항으로 언제 움직일까.
숙소에 다시 들르는가.
일부는 바로 다른 지역으로 여행하는가.
이것까지 봐야 한다.
좋은 군중안전의 마지막 기준은 사람들이 모인 모습이 아니라 모두 무사히 돌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⑤ ― ‘마지막 순례자까지’
가칭 Last Pilgrim Home, ‘마지막 순례자까지’라는 원칙을 제안해본다.
행사가 끝났다고 안내체계를 바로 철수하지 않는다.
마지막 참가자들이 주요 교통거점을 안전하게 빠져나갈 때까지 도움을 이어간다.
분실물.
길 잃은 사람.
늦은 시간 숙소로 돌아가는 참가자.
교통편을 놓친 사람.
몸이 좋지 않은 사람.
이런 사람이 행사 마지막 순간에 더 많이 도움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세계청년대회의 마지막 환대는 폐막미사 강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순례자가 안전하게 돌아가는 순간까지 이어져야 한다.
주민의 안전도 같은 무게로 봐야 한다
WYD 참가자만 안전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 시민도 있다.
출퇴근하는 사람.
어르신.
어린이.
인근 주민.
상점 종사자.
일반 관광객.
대규모 행사 때문에 평소 동선이 바뀔 수 있다.
따라서 군중관리계획은 참가자와 일반 시민을 함께 보아야 한다.
가능하면 동선을 분리한다.
주민에게 미리 알려준다.
어느 길이 언제 혼잡한지 안내한다.
대체 교통을 알려준다.
신자들도 주변 주민에게 불편을 당연하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신앙행사가 다른 사람의 안전과 일상을 존중할 때 진정한 환대가 된다.
안전요원의 말에 화내지 않는 것도 신앙의 모습이다
누군가 좋은 자리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길을 막는다.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그때 화를 낼 수도 있다.
“나는 멀리서 왔는데 왜 못 들어가요?”
“나는 신자인데요.”
“조금만 들어갔다 나오면 되잖아요.”
그러나 안전요원은 개인을 괴롭히려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전체 사람의 안전을 보고 있다.
우리는 보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신자라면 더욱 차분하게 협조하는 태도를 보여줄 수 있다.
이것이 작은 일이지만 국제행사의 문화는 이런 작은 행동에서 만들어진다.
기도하는 사람이라면 군중 속에서도 다른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묵주기도 10억 단을 준비하는 교회다.
그 기도가 행사장에서도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내 앞의 빈 공간만 보지 않는다.
뒤에서 밀려오는 사람이 있는지 본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있는지 본다.
휠체어 이용자가 움직이기 어려운지 본다.
쓰러진 사람이 없는지 본다.
친구와 떨어져 울고 있는 청년이 없는지 본다.
기도는 눈을 감는 시간이지만, 기도 후에는 다른 사람을 더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말해온 ‘기도와 행동의 연결’이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⑥ ― ‘안전을 위한 묵주 한 단’
교구와 본당에서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을 위해 묵주기도를 바칠 때 가끔은 이렇게 지향을 정해보면 어떨까.
“행사 안전을 위해 일하는 경찰과 소방관을 위해.”
“의료진을 위해.”
“교통기관 종사자를 위해.”
“밤새 일하는 봉사자를 위해.”
“장애인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미성년 순례자들을 위해.”
“길을 잃거나 아픈 청년들을 위해.”
안전은 기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일을 맡은 사람들의 집중력과 헌신도 필요하다.
교회가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면 ‘국가에 안전을 맡기는 교회’가 아니라 **안전을 함께 책임지는 교회**라는 마음도 커질 수 있다.
대한민국의 다중운집 안전체계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인파관리체계를 계속 점검하고 보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 2월 관계부처, 경찰·소방, 전국 시·도와 서울 자치구, 서울교통공사,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다중운집인파 재난관리 정책협의회를 열어 지난 사례를 바탕으로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2026년 6월에도 정부는 신고되지 않은 부대행사나 예상 밖의 돌발성 인파밀집 같은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논의했고, 실시간 모니터링과 필요시 현장에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인파안전 제도도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경험을 통해 바뀌고 있다.
서울 WYD도 이러한 발전된 체계 위에서 준비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통제받는 WYD’가 아니다
안전 이야기를 길게 하면 행사가 너무 통제 중심으로 흘러갈까 걱정할 수 있다.
경찰.
차단선.
통제구역.
출입제한.
이런 모습만 보이면 세계청년대회의 자유롭고 기쁜 분위기가 줄어들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안전관리의 목표는 통제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통제는 정확하게 하고, 나머지 공간에서는 참가자가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질서가 잘 잡힌 곳에서는 오히려 자유가 커진다.
길을 잃지 않는다.
불안하지 않다.
줄을 어디에 서야 하는지 안다.
위험하지 않다.
친구를 쉽게 만난다.
기도에 집중할 수 있다.
좋은 안전은 눈에 많이 띄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이 가장 좋은 모습이다.
‘경찰의 안전’과 ‘교회의 환대’를 따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경찰은 통제하고,
교회는 웃으며 맞는다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지 않았으면 한다.
경찰관의 안내도 환대다.
소방관의 대기근무도 환대다.
의료진의 치료도 환대다.
지하철 직원의 동선안내도 환대다.
그리고 신자의 질서 준수도 안전이다.
각자의 역할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세계 청년이 무사히 대한민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것.
이 목표를 공유하면 공공안전과 교회의 환대가 충돌하지 않는다.
서로 보완한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⑦ ― ‘K-Safe Pilgrimage’
지난 5회에서 ‘K-Safe Hospitality’를 제안했다.
이번에는 순례의 관점에서 한 단계 더 좁혀보자.
가칭 K-Safe Pilgrimage다.
뜻은 단순하다.
“한국에서는 순례자의 안전도 환대의 일부입니다.”
안전한 보행길.
쉬운 안내.
깨끗한 화장실.
충분한 물.
다국어 정보.
장애인 접근성.
의료지원.
질서 있는 입장과 퇴장.
안전요원을 존중하는 문화.
이것이 한 묶음이 되는 것이다.
대단한 기술 하나가 아니라 작은 안전들이 연결된 경험이다.
서울에서 이 모델이 잘 만들어지면 향후 다른 국제종교행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 6회의 열 가지 약속
이번 회차에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약속해보자.
첫째, 뛰지 않겠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좋은 자리를 위해 뛰지 않는다.
둘째, 줄을 지키겠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지정된 순서를 따른다.
셋째, 안내요원의 말을 따르겠습니다.
통제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넷째, 출구와 통로를 막지 않겠습니다.
사진을 찍거나 친구를 기다릴 때 통로 밖으로 이동한다.
다섯째, 약한 사람에게 먼저 길을 내주겠습니다.
장애인·어린 참가자·아픈 사람을 먼저 살핀다.
여섯째,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지 않겠습니다.
공식 채널에서 확인한다.
일곱째, 위험신호를 보게 되면 알리겠습니다.
사람이 갑자기 몰리거나 보행이 어려워지면 안전요원에게 알린다.
여덟째, 응급차량의 길을 비우겠습니다.
아홉째, 봉사자가 된다면 사전교육과 훈련에 성실하게 참여하겠습니다.
열째, 안전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이 열 가지는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수십만 명이 함께 지킨다면 강력한 안전망이 된다.
안전은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는 서비스만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경찰이 나를 지켜준다.
소방이 나를 지켜준다.
의료진이 나를 치료한다.
조직위원회가 나를 안내한다.
맞다.
하지만 대규모 군중 속에서는 참가자도 다른 참가자의 안전에 영향을 준다.
내가 밀면 누군가가 밀린다.
내가 통로를 막으면 누군가가 돌아간다.
내가 거짓정보를 전달하면 누군가가 움직인다.
내가 한 걸음 양보하면 누군가는 편하게 지나간다.
그래서 군중안전은 서비스가 아니라 공동체의 약속이다.
안전하게 만나는 것만큼 안전하게 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2027년 8월 8일.
폐막미사가 끝난다.
세계의 청년들은 서로 포옹할 것이다.
사진을 찍을 것이다.
“다시 만나자”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길로 떠난다.
그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자.
서울 지하철을 탄다.
숙소로 돌아간다.
짐을 찾는다.
공항으로 간다.
지방으로 여행한다.
누군가는 밤늦게 이동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세계청년대회는 마지막 미사가 끝났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순례자가 안전하게 돌아갈 때 완성된다.
마무리하며 ― 질서는 통제가 아니라 사랑의 다른 모습일 수 있다
가톨릭교회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면 따뜻한 모습을 생각한다.
웃는다.
밥을 나눈다.
손을 잡아준다.
기도해준다.
그런데 사랑에는 또 다른 모습이 있다.
기다리는 것이다.
양보하는 것이다.
질서를 지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잠시 포기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길을 내어주는 것이다.
위험한 곳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안전요원의 말을 따르는 것이다.
모두 다른 사람을 위한 행동이다.
그렇다면 질서도 사랑의 한 모습이 될 수 있다.
100만 명을 통제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100만 명의 한 사람 한 사람을 보호한다고 생각하자.
경찰이 보호한다.
소방관이 보호한다.
의료진이 보호한다.
공무원이 보호한다.
교통기관이 보호한다.
봉사자가 보호한다.
그리고 참가자도 서로를 보호한다.
가톨릭 신자는 그 안에서 먼저 모범을 보일 수 있다.
“나는 신자니까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가 아니라,
“저분이 먼저 가실 수 있도록 기다리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교황을 가까이 봐야 합니다.”
가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게 볼 수 있도록 질서를 지키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작은 태도가 모이면 세계의 청년들은 대한민국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시설만 좋은 나라가 아니다.
질서만 엄격한 나라도 아니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질서를 지키는 나라.
그리고 신앙이 말로만 머물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교회.
그런 서울 WYD를 기대하고 싶다.
세계청년대회는 2027년 여름 한자리에 모이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 성공은 결국 하나로 판단될지도 모른다.
“모두 무사히 돌아갔는가.”
그 질문에 기쁘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차분하게 준비하자.
서울 WYD, 한 걸음 더 — 6회의 일곱 가지 제안
① 사람이 몰리지 않는 서비스 배치
급수대·화장실·충전시설·의료지원소를 군중분산 관점에서도 배치하고 혼잡정보를 안내하는 방안.
② 안전한 거절의 언어
“안 됩니다”가 아니라 이유와 대체경로를 짧고 쉬운 여러 언어로 설명하는 표준 안전문장.
③ 한 문장 공식 확인
일정변경·교통혼잡·대피 여부 등 중요한 상황을 참가자가 공식 채널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다국어 정보체계.
④ 한 사람, 한 걸음 뒤로
출구·통로를 막지 않고 한 걸음의 여유를 만드는 참가자 안전문화 캠페인.
⑤ 마지막 순례자까지
폐막행사 종료 후에도 주요 교통거점과 숙소 복귀 동선에서 마지막 참가자까지 안내·지원하는 원칙.
⑥ 안전을 위한 묵주 한 단
경찰·소방·의료진·교통 종사자·봉사자와 취약한 참가자를 위한 기도지향을 영적 준비와 연결.
⑦ K-Safe Pilgrimage
보행·교통·의료·식수·위생·다국어·장애인 접근성과 참가자의 질서문화까지 하나로 묶는 대한민국형 ‘안전한 순례’ 모델.
위 내용은 현재 조직위원회나 관계기관의 공식 사업이 아니라 **본 칼럼의 제안**이다. 실제 적용에는 조직위원회와 정부·서울시, 경찰·소방·의료·교통 등 관계 전문기관의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 칼럼
[WYD 2027 대한민국은 준비됐는가 ⑦]
8월의 서울, 폭염과 폭우까지 준비하는 손님맞이
7회에서는 군중안전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후와 재난대응을 살펴본다.
한여름 서울에서 장시간 야외에 머무르는 세계 청년에게 폭염은 어떤 의미인가.
밤샘기도에서 수분과 휴식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폭우가 내리면 우산과 우비, 보행속도와 대피동선은 어떻게 달라질까.
태풍이나 집중호우 가능성까지 어떤 기준으로 살펴야 할까.
그늘과 물, 휴식은 단순 편의서비스일까.
아니면 세계 청년에게 대한민국이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환대일까.
WHO의 최신 대규모 행사 폭염대응 기준과 대한민국의 여름철 재난체계를 함께 살펴보면서 다시 묻는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더위에 지친 세계 청년 한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지승주
코리안투데이 서울지사장·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을 위해 준비하는 한국 천주교회와 조직위원회, 정부·서울시, 경찰·소방·의료·교통기관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현재 공개되지 않은 세부계획을 준비 부족으로 단정하지 않으며, 국내외 공식자료를 바탕으로 “혹시 한 가지를 더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건설적인 제안을 이어간다.
2027 서울 WYD 폐막미사에는 몇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나요?
조직위원회 마스터플랜은 폐막미사 참석 규모를 약 100만 명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망치이며 실제 규모는 향후 등록과 행사계획에 따라 구체화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다중운집인파를 어떻게 관리하나요?
행정안전부는 현황조사, 안전관리계획, 사전점검, 모니터링·대응의 4단계 안전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군중안전에서 입장과 퇴장이 모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규모 행사는 도착·입장, 행사장 내부 이동, 퇴장·분산의 모든 단계에서 서로 다른 군중흐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식 행사안전 지침도 세 단계를 모두 군중관리 대상으로 본다.
2027 서울 WYD의 밤샘기도는 언제 열리나요?
공식 일정에 따르면 2027년 8월 7일 참가자들이 폐막미사 장소로 이동해 교황과 기도하고 성체조배를 한 뒤 현장에서 밤을 보내며, 8월 8일 아침 폐막미사가 열린다.
군중 속에서 위험해지고 있다는 신호는 무엇인가요?
행정안전부는 보행속도가 느려지거나 다른 사람과 신체가 계속 닿는 상황 등을 위험징후로 보고, 가능하면 해당 장소에서 벗어나도록 국민행동요령에서 안내하고 있다.
가톨릭 신자는 군중안전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요?
줄과 동선을 지키고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르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지 않고 장애인·미성년자·아픈 사람에게 길을 내주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100만 명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100만 명의 한 사람 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다.”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움직이는 코드(스트림) 한 장에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담겨 있습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72초 비추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Stream.mp4 도 여기서 받습니다.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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