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월 6일 국무총리 주재 제12차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범정부 「AI 기본의료 전략」을 확정했다. 보건복지부와 국가AI전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수립한 이번 전략은 ‘생명을 지키는 AI, 모두가 누리는 의료혁신’을 목표로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의료혁신 ▲전국적인 AI 의료혁신 디지털 기반 구축 ▲지속 가능한 AI 의료 생태계 마련 등 3대 전략과 12대 중점 추진 과제로 짜였다. 전국 보건소·보건지소와 취약지 일차의료기관에 진료를 돕는 AI 지원 도구(패키지)를 보급하고, 전국 책임의료기관 72개소를 잇는 ‘공공의료 AI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략의 배경에는 의료수요와 의료공급의 어긋난 속도가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역의 공백과 지역 간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는 추세다. 정부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공중보건의가 배치되지 않은 읍·면 보건지소는 2025년 730개소로 전체의 59.5%였는데, 2027년에는 1,083개소(86.9%)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을 더 뽑아 메우는 방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정부가 이번 전략을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인공지능(AI) 활용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규정한 이유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동네 의료기관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지역 보건의료기관과 취약지 일차의료기관에 도입되는 일차의료 AI 지원 도구는 엑스레이 등 영상판독을 보조하고, 진료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하며, 만성질환 관리를 지원한다. 의료진이 부족한 섬·산간 지역에는 방문간호사가 AI로 분석한 환자 정보를 토대로 원격지 의사와 협진하는 ‘AI 기반 비대면 재택협진’이 시범 적용된다. 먼 병원까지 이동하기 어려운 주민이 집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여는 조치다.
응급의료 분야에서는 이송 지연 문제가 표적이다. 구급차가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해 이송이 늦어지는 이른바 ‘응급실 미수용’을 줄이기 위해, 구급대 이송부터 적정 병원 선정까지 실시간 AI 분석으로 지원하는 ‘(가칭)응급 통합 AI 플랫폼’을 올해 하반기 대구 지역에서 시범 적용한 뒤 단계적으로 확산한다. 병원별 진료역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적기 이송을 돕는 응급의료 정보망을 고도화하고, 환자 분류와 모니터링 등 응급실 내 판단을 보조하는 ‘지능형(스마트) 응급실’도 개발한다.
환자의 기록도 병원 담장을 넘는다. ‘나의 건강기록(PHR)’을 기반으로 병원 간 진료기록과 CT·MRI 등 의료영상 공유체계를 마련해, 병원을 옮길 때마다 광디스크(CD)에 영상을 복사하고 같은 검사를 되풀이하던 불편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처방전과 검진 결과를 일상 언어로 풀어 설명하고 맞춤형 건강 가이드를 제공하는 ‘국민 AI 건강비서’도 도입된다. 연구개발 쪽에서는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등 혁신 신약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K-AI 신약 플랫폼’을 구축하고,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올해 하반기 12만 명 규모로 우선 개방해 2029년 70만 명 이상, 2032년 100만 명 이상으로 확대한다.
![]() [코리안투데이] 보건복지부 제공 © 송정숙 기자 |
기반 시설 투자도 병행된다. 재정 여건상 첨단 AI 도입이 어려웠던 지역 공공병원을 위해 국가 GPU 기반 ‘공공의료 AI 플랫폼’에 책임의료기관을 연결하는 ‘공공의료 AI 고속도로’가 올해 하반기 9개소 시범 개통을 시작으로 2027년 30개소, 2029년 72개소 전체로 확대된다. 노후 지방의료원 전산시스템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교체하며, 방문부터 귀가까지 전 과정을 AI가 지원하는 ‘AI 지능형 병원정보시스템’과 권역별 ‘AI 특화병원’도 추진된다. 국가 보건의료데이터 허브를 토대로 국내 임상데이터와 독자 AI 모델에 기반한 ‘한국형 의료 AI’는 2027년부터 본격 개발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데이터 이용 제한과 유출 방지, 관리·감독 체계를 정비하는 「디지털헬스케어법」(안) 제정도 추진된다.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 설계도 과제에 포함됐다. 정부는 AI 도입에 따른 의료서비스에 대한 적정 보상 체계를 마련하되, 개별 AI 의료기술 사용에 보상하는 현행 방식과 함께 AI 기술의 의료성과를 평가·보상하는 체계를 폭넓게 검토한다. 지역 국립대병원의 R&D 투자를 확대하고 바이오헬스케어·로봇 등 지역 특화사업과 연계한 지역 AX 거점도 조성한다. 안전 측면에서는 의료 AI 윤리 지침과 ‘(가칭)보건의료 보안 지침’을 마련하고, 국내외 AI·바이오헬스 인재 양성·유치에 나선다. 대외적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 AI 허브를 국내에 설립하고, 2026년 10월 열리는 제5차 세계 바이오 서밋을 계기로 ‘(가칭)AI 헬스케어 서울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AI는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공백을 메우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도구”라며 “이번 「AI 기본의료 전략」 의결을 계기로 국가AI전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전국 어디서나 국민 모두가 AI 의료혁신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전략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전략의 성패는 결국 시범사업에서 확인될 이행 속도와, 보상·윤리·보안 등 뒷받침 제도가 현장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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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숙 기자 | gangseo@thekorean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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