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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건강 혁신

고혈압이 골관절염 악화시키는 ‘연결고리’ 밝혀졌다

전남대·인제대 공동연구팀, 뇌 호르몬이 연골 파괴 촉진하는 기전 규명…사이언스 게재

기사입력 기사번호 60209

나이가 들면서 흔히 겪는 고혈압과 골관절염이 서로 무관한 질환이 아니라, 전신의 혈압 신호가 관절 연골의 파괴를 직접 촉진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뇌에서 분비되는 혈압 조절 호르몬이 혈액을 타고 관절까지 원격으로 작용해 연골을 무너뜨린다는 것으로, 그동안 치료제가 없던 골관절염에 새로운 치료 전략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리안투데이] 고혈압에 따른 바소프레신 증가가 골관절염 연골 파괴를 촉진하는 기전 모식도 © 장형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장관 배경훈)는 전남대 류제황 교수와 인제대 전장수 교수 공동연구팀이 고혈압이 골관절염(퇴행성관절염)을 악화시키는 구체적인 분자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기초연구사업(선도연구센터 및 중견연구 등)으로 수행됐으며,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10월 2일(현지시간 10월 1일 오후 2시, EDT)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Hypertension fuels osteoarthritis through neuroendocrine signaling’이다.

골관절염과 고혈압은 고령층에게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두 질환은 각각 관절과 혈관에 생기는 서로 관련 없는 병처럼 보이지만, 오래전부터 고혈압 환자에게서 관절염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관찰돼 왔다. 그러나 두 질환이 함께 악화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그 관계는 오랫동안 ‘원인 모를 우연’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먼저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고혈압이 있는 사람일수록 골관절염 유병률이 높고, 관절염이 심할수록 고혈압과의 관련성도 뚜렷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혈압을 유발한 두 종류의 생쥐 모델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고혈압이 실제로 골관절염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했으며, 연골 손상뿐 아니라 그 아래 연골하골의 변화까지 커지는 것을 관찰했다.

핵심은 뇌에서 분비돼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 바소프레신(AVP)과, 이를 받아들이는 바소프레신 수용체 1A(AVPR1A)였다. 바소프레신은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돼 체내 수분 조절과 혈압 상승에 관여하는 신경호르몬이다. 고혈압 상태에서는 혈중 바소프레신 농도가 높아지는데, 건강한 연골에는 거의 없는 바소프레신 수용체는 관절이 손상되거나 노화되면 크게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늘어난 바소프레신과 증가한 수용체가 결합하면 연골을 분해하는 신호는 켜지고 연골을 유지하는 신호는 꺼지면서 연골 파괴가 촉진된다.

연구팀은 이 신호가 켜지면 연골 분해 효소인 MMP3·MMP13이 늘고 연골을 구성·유지하는 제2형 콜라겐과 아그리칸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생쥐에서 AVPR1A 유전자를 없애거나 억제제인 렐코밥탄(Relcovaptan)을 관절에 투여하자 고혈압에 의한 연골 손상이 크게 줄었다. 또한 이 신호를 연골 분해로 이어 주는 핵심 전사인자가 NR4A3임을 밝혀 신호 전달의 전 과정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관절염은 관절만의 병’이라는 오랜 통념을 깨고, 뇌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이 관절 건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실제 증거로 보여준 첫 사례다. 특히 이 신호가 무작정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연골이 이미 손상·노화된 상태에서만 강하게 켜진다는 맥락 의존적 발병 원리까지 규명해, 관절 안만 들여다보던 연구의 시야를 ‘뇌-호르몬-관절’을 잇는 전신의 축으로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민과 환자 입장에서 이번 성과는 골관절염 관리 방식의 전환을 예고한다. 골관절염을 볼 때 관절 국소 부위뿐 아니라 혈압 같은 전신 상태를 함께 관리해야 함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이거나 관절 손상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게는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관절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고혈압 환자의 관절 건강 평가와 골관절염 환자의 혈압 관리를 아우르는 통합 환자 관리지침, 보건의료 정책 수립의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성과는 순수 국내 연구진의 주도로 완성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연구를 이끈 전장수 인제대 석좌교수는 2014년 셀(Cell), 2019년 네이처(Nature)에 이어 이번 사이언스까지 세계 3대 과학 학술지에 모두 교신저자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논문의 제1저자는 김수진 박사후연구원(전남대)과 김효은 연구원(전남대)이 맡았다.

류제황 전남대 교수는 “이번 성과는 골관절염 환자를 진료할 때 관절 국소 부위뿐만 아니라 고혈압 같은 전신 건강 상태를 함께 관리해야 함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바소프레신 신호 체계를 표적으로 하는 근본적인 관절염 치료제 개발로 후속 연구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질환의 발생과 진행 원리를 밝히는 기초연구가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기초연구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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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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