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진 작 ‘맹진사댁 경사’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낭독공연으로 원주 무대에 올랐다. 예술단 바우는 2026년 8월 14일 오후 7시 원주 중앙청소년문화의집 2층 B도로 소극장에서 인생2막 희곡읽기 낭독공연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강원문화재단 생애주기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통해 진행된 프로그램의 결과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 [코리안투데이] 맹진사댁 경사, 예술단 바우 인생2막 희곡읽기로 시민과 무대 잇다 © 이선영 기자 |
인생2막 희곡읽기는 혼자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명작 희곡을 참여자들이 함께 읽고 표현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대본을 읽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언어와 움직임, 공간과 소리를 공유하며 작품을 이해하고 배역을 맡아 인물의 감정을 표현한다. 상대의 대사를 듣고 반응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는 낭독공연으로 완성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예술단 바우가 꾸준히 이어온 희곡 낭독공연의 흐름을 잇는 무대였다. 이 프로그램은 2023년 전승세의 만선과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읽고 낭독공연으로 선보였다. 2024년에는 춘향전, 2025년에는 차범석의 산불을 무대에 올렸다. 올해는 오영진의 맹진사댁 경사를 선택해 한국 희곡의 해학과 풍자를 시민들과 나눴다.
그동안 선택한 작품의 폭도 넓다. 한국 근현대 희곡에서 해외 고전, 전통 서사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었다. 참여자들은 해마다 새로운 작품을 읽으며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했다. 문학 작품을 읽기에서 낭독과 연기로 확장한다는 점은 인생2막 희곡읽기의 특징이다.
올해 선택한 맹진사댁 경사는 결혼과 신분, 외형에 대한 편견과 인간의 욕망을 해학적으로 풍자하며, 원작의 대사를 중심에 두면서 참여자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같은 대사도 말하는 속도와 호흡, 표정과 몸짓에 따라 다른 감정으로 전달된다. 참여자들은 반복적인 읽기와 연습을 통해 등장인물의 관계를 이해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인물을 만들어 갔다.
이동훈이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에는 임선희가 기획과 무대, 주명숙이 의상과 해설, 이수정이 음향으로 참여했다. 서명택, 나경숙, 김이선, 임용은, 조영해, 오정순, 정동화, 이선영, 김영재 등 출연진은 각자의 배역을 맡아 낭독과 연기로 작품을 완성했다.
![]() [코리안투데이] 맹진사댁 경사, 예술단 바우 인생2막 희곡읽기©이선영 기자 |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대사만 읽는 데 머물지 않았다.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감정의 흐름에 맞춰 반응했으며 서로 다른 해석과 표현을 조율했다. 개인의 희곡 읽기가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만나 하나의 공연으로 변화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공연 방식은 예술단 바우가 걸어온 창작 활동과도 맞닿아 있다. 예술단 바우는 2008년 마당극 배우와 춤꾼, 작가가 결합해 창단한 전문예술단체다.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과 창작력을 바탕으로 재미와 감동을 갖춘 공연을 만들며 지역 문화예술 현장에서 활동해 왔다.
창작의 뿌리에는 전통 연희가 자리하고 있다. 예술단 바우는 전통을 기반으로 춤과 소리, 풍물굿 등 무대와 마당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연희를 창작공연에 접목해 왔다. 특정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마당극과 뮤지컬, 인형극, 노래극 등으로 표현 영역을 넓혀 온 것도 특징이다.
그동안 선보인 작품도 다양하다. 방랑시인 김삿갓, 깽쇠의 모험, 꿈꾸는 춘향, 1907년 의병대장 민긍호, 삶과 죽음의 소리굿 등을 창작했다. 여자나이 마흔과 환쟁이 광대 거리에서 놀다 역시 예술단 바우의 주요 레퍼토리다.
특히 환쟁이 광대 거리에서 놀다는 예술단 바우의 융복합 공연 성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화 퍼포먼스와 마당탈굿을 기본 틀로 삼고 탈과 연극, 난타, 춤과 소리 등 서로 다른 장르를 한 무대에서 결합했다. 공연 장소와 주제에 따라 새로운 예술 요소를 더하며 작품을 발전시켜 온 것도 특징이다.
예술단 바우의 창작 활동은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공연예술로 되살리는 작업으로도 이어졌다. 방랑시인 김삿갓과 의병대장 민긍호 등 지역과 연결된 역사문화 자원을 무대 언어로 풀어냈다. 조선 후기 원주 출신 여류시인 김금원의 삶과 여행을 소재로 한 공연을 기획하는 등 지역의 인물과 이야기를 공연 콘텐츠로 확장하는 작업도 이어왔다.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과 함께 시민이 예술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문화예술교육도 예술단 바우 활동의 한 축이다. 예술단 바우는 2018년부터 매년 강원문화재단 지원사업을 수행하며 지역 주민과 만나는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왔다. 전문예술인이 완성된 공연을 보여주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이 예술의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접점을 넓혀온 것이다.
![]() [코리안투데이] 희곡읽기, 시민의 목소리로 읽기에서 공연으로 이어진 특별한 무대 © 이선영 기자 |
인생2막 희곡읽기는 이러한 활동 방향을 잘 보여준다. 참여자는 완성된 공연을 객석에서 바라보는 관객에 머물지 않는다. 직접 작품을 읽고 배역을 맡으며 다른 참여자와 대사를 주고받는다. 작품을 이해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하나의 공연을 만드는 전 과정에 참여한다.
희곡을 매개로 한 문화예술교육은 문학과 공연예술을 함께 경험하도록 한다. 종이 위에 머물던 문장은 사람의 목소리를 만나 살아나고, 등장인물의 관계는 대화와 움직임으로 구체화된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표현을 찾아가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해석을 듣고 받아들이며 함께 무대를 만들어 간다.
예술단 바우가 2023년부터 작품을 바꿔가며 희곡읽기를 이어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 번의 공연을 만드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시민들이 읽고, 듣고, 표현하고, 함께 무대를 만드는 경험을 쌓도록 했다.
올해 맹진사댁 경사 역시 이러한 과정 속에서 완성됐다. 참여자들은 희곡을 함께 읽는 것에서 출발해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배역을 나눴다. 반복해서 대사를 연습하고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쌓아온 시간이 이날 낭독공연으로 이어졌다.
2008년 창단 이후 예술단 바우가 축적해 온 마당극과 전통 연희, 융복합 창작공연의 경험은 시민 참여형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예술단체의 창작 역량과 시민의 참여가 만나면서 예술을 관람하는 경험에서 직접 만들고 표현하는 경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예술단 바우 인생2막 희곡읽기 연습 현장 © 이선영 기자 |
이번 맹진사댁 경사 낭독공연은 한 편의 희곡을 무대에 올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았다. 오랜 시간 지역에서 창작공연을 만들어 온 예술단 바우의 경험과 시민들의 참여가 한 무대에서 만났다. 읽기에서 출발해 연습과 소통을 거쳐 공연에 이르는 과정에는 참여자 각자의 목소리와 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통과 지역의 이야기를 공연으로 만들어 온 예술단 바우는 이번에는 시민들이 직접 희곡 속 인물이 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문예술단체와 시민이 함께 읽고 듣고 표현하며 완성한 맹진사댁 경사는 지역 문화예술교육과 공연예술이 만나는 현장이자 시민의 일상 속으로 예술의 영역을 넓힌 무대가 됐다.
[ 이선영 기자: wonju@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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