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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지승주

[WYD 2027 대한민국은 준비됐는가 ②] 세계 청년 100만 명이 서울에 모인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숫자 100만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하루’…공항에서 숙소·식사·교통·기도·의료까지 모두 연결돼야 한다
서울시와 조직위원회의 준비에 교회와 신자의 봉사 더해져야…질서와 양보도 훌륭한 신앙의 실천

기사입력 기사번호 54903

  100만 명이라는 숫자를 잠시 잊어보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가 있다.

100만 명.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는 2025년 발표한 마스터플랜에서 폐막미사 참석자가 약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검토 중인 주요 행사장과 함께 출입국, 숙박, 식사, 교통, 안전관리 계획을 설명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소방·의료 등 여러 기관의 협력이 필요한 대규모 국제행사라는 점도 밝혔다. 

그런데 오늘은 이 100만이라는 숫자를 잠시 지워보려고 한다.

대신 한 사람만 생각해보자.

가령 남미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스무 살 청년 한 명이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해보자.

긴 비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한국어를 모른다.

공항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야 한다.

배낭이 무겁다.

한여름이라 날씨도 덥다.

숙소는 처음 가보는 서울의 어느 본당 또는 공공시설이다.

배가 고프다.

휴대전화 배터리는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 보는 음식 중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잘 모른다.

다음날 행사장까지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친구들과 떨어질 수도 있다.

몸이 아플 수도 있다.

화장실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저녁에는 기도하고 미사에 참여한다.

밤이 되면 다시 낯선 숙소로 돌아와야 한다.

이것이 한 사람의 하루다.

그리고 이런 하루가 수십만 번 반복되는 것이 세계청년대회다.

그래서 ‘100만 명을 준비한다’는 말은 결국 100만이라는 숫자를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한 명의 순례자가 불안하지 않도록 하루 전체를 연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등록부터 이미 ‘교통·숙박·식사·보험’이 하나로 묶여 있다

현재 공식 FAQ를 보면 이러한 방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등록 자체는 모든 행사 참여의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등록된 순례자는 선택한 순례자 패키지에 따라 숙박, 식사, 교통, 보험, 순례자 키트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조직위원회는 2026년 6월 순례자 패키지의 기초정보를 공개했고, 패키지는 일정과 서비스 조합에 따라 미화 70달러에서 340달러 범위로 안내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등록절차와 일정은 향후 공식 시스템을 통해 추가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것은 중요한 대목이다.

숙박이 따로 있고 교통이 따로 있고 식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하루에서는 모두 연결돼 있다.

숙소가 멀어지면 교통수요가 늘어난다.

식사시간이 한꺼번에 몰리면 이동시간도 겹친다.

배식이 늦어지면 사람이 한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폭염 속에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의료수요가 늘 수 있다.

화장실과 급수시설이 부족하면 군중의 흐름까지 바뀐다.

통신이 불안하면 길찾기와 친구 찾기, 긴급정보 전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100만 명 규모의 WYD를 잘 준비한다는 것은 각 분야를 잘 준비하는 것뿐 아니라 각 분야가 서로 잘 연결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코리안투데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특정 행사장만 준비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공항과 지하철, 숙소와 식사, 의료와 통신까지 한 사람의 하루 안에서 모두 연결된다. 세계 청년들의 이동을 돕는 한국 신자와 자원봉사자의 친절도 중요한 도시 인프라가 된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지승주 기자

서울 지하철과 도심에서 2027 세계청년대회 해외 순례자들의 이동을 돕는 한국 가톨릭 자원봉사자

숙소는 이미 준비방향이 보인다…이제 중요한 것은 ‘잠자리 이후’다

세계청년대회 공식 FAQ는 숙박 형태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직위원회가 제공하는 숙박은 홈스테이뿐 아니라 연수시설, 체육관, 강당 등 공공시설을 활용한 단체숙박도 포함한다. 단체숙박 장소는 실내 냉방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준비하며, 참가자는 침낭을 사용하고 공동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홈스테이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특정 형태나 특정 장소를 참가자가 직접 선택하는 방식은 아니며 운영상 필요에 따라 배정된다. 

폐막미사 전날에는 순례자들이 주요 행사장에서 교황과 함께 밤샘기도를 하고 개인 침낭으로 현장에서 밤을 보내게 된다. 조직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식수, 위생, 폐기물, 의료지원을 포함한 운영 요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걸음 더 생각할 수 있다.

어디에서 자느냐도 중요하지만 실제 참가자 입장에서는 그 다음 질문이 더 많다.

샤워는 언제 할 수 있는가.

수건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화장실 대기줄은 얼마나 길까.

휴대전화는 어디에서 충전할 수 있을까.

새벽에 아프면 누구에게 말해야 할까.

숙소에 늦게 도착하면 누구를 찾을까.

약을 냉장보관해야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할까.

휠체어 이용자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까.

이것은 지금 준비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조직위원회가 숙박형태를 구체화하고 서울시와 교육청도 제도적 지원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 실제 생활단위의 세밀한 운영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단계라는 의미다.

서울시는 2026년 7월 시행된 지원 조례에서 교통·숙박·급식·의료·관광을 지원계획에 포함하도록 했고, 안전·질서유지·환경정비, 자원봉사자 교육, 학교시설 이용 등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2026년 7월 별도의 지원 조례를 시행해 학교와 학교시설의 활용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준비는 분명 시작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시설 숫자에서 사람의 생활로 시선을 옮기는 것이다.

가톨릭 신자에게 숙박 문제는 ‘정부가 어디 마련해주나’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우리 신자들에게 다시 질문하고 싶다.

세계청년대회의 숙소가 부족할까 걱정하기 전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 집에서 홈스테이가 가능한가.

가족에게 먼저 물어볼 수 있다.

방을 내주는 것이 어렵다면 본당 단체숙소에서 다른 봉사를 할 수 있는가.

할 수 있다.

침구를 정리할 수 있다.

화장실 청소를 도울 수 있다.

샤워시설을 안내할 수 있다.

늦게 도착하는 순례자를 기다릴 수 있다.

아침을 준비할 수 있다.

통역을 도울 수 있다.

짐을 옮길 수 있다.

숙소 주변 편의시설을 알려줄 수 있다.

물론 홈스테이에는 안전과 개인정보, 미성년자 보호, 호스트 교육 등 세밀한 원칙이 필요하다.

공식 FAQ에 따르면 한국법상 미성년자로 분류되는 참가자는 부모 동의서를 제출하고 지정된 책임 성인과 함께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조직위원회도 미성년자를 위한 보호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선의만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따뜻한 마음에 안전한 기준이 더해져야 좋은 환대가 된다.

하지만 규정이 필요하다고 해서 마음까지 행정에 맡길 수는 없다.

방 한 칸은 정부가 만들 수 있어도,

“잘 주무셨어요?”

라고 묻는 마음까지 정부가 만들어줄 수는 없다.

 ‘100만 명의 식사’보다 ‘한 사람이 안심하고 먹을 한 끼’를 생각하자

대규모 행사에서 식사는 상당히 복잡하다.

공식 순례자 패키지에도 식사가 포함될 수 있고, 조직위원회는 등록 순례자에게 숙박·식사·교통·보험 등을 조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런데 식사는 양만 맞추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 청년은 서로 다른 음식문화를 가지고 온다.

어떤 사람은 특정 고기를 먹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채식한다.

어떤 사람은 견과류나 우유, 달걀 등에 심한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당뇨나 다른 질환 때문에 식사시간과 음식 종류를 조절해야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음식을 보여주기 전에 먼저 한 가지를 물어야 한다.

“무엇을 드실 수 있습니까?”

이 질문이 진짜 환대다.

김치와 불고기를 자랑하는 것도 좋다.

비빔밥과 김밥을 소개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손님이 먹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권한다면 그것은 환대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손님에게 좋은 음식을 차려주는 것을 정성으로 생각해왔다.

2027 WYD에서는 그 정성을 한 단계 발전시켜 상대방의 문화와 건강상 필요를 먼저 확인하는 정성으로 보여주면 어떨까.

음식 알레르기 정보를 쉬운 그림과 색상, 간단한 여러 언어로 표시할 수 있다.

채식 여부를 한눈에 구분할 수 있다.

식재료의 주요 정보를 QR이나 공식 안내체계에서 확인하게 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다운 식탁은 많이 차려주는 식탁만이 아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식탁이다.

식사시간도 군중관리의 일부다

식사는 교통과도 연결된다.

수십만 명이 같은 시간에 식사를 받으러 움직인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사람이 몰린다.

대기줄이 길어진다.

행사장 주변이 혼잡해진다.

더운 날씨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식사장소에서 다시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하면 특정 시간대에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

따라서 식사시간을 권역과 그룹별로 적절히 나누고, 배식장소와 이동동선을 함께 설계한다면 식사는 동시에 군중 분산정책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과거 개최도시를 참고할 수 있다.

2023년 리스본 WYD 당시 포르투갈 정부는 행사가 열리는 기간만 보지 않았다. 순례자들이 일찍 도착하고 행사 후에도 체류한다는 점 때문에 이동과 안전을 국가적 차원에서 바라봤고, 약 400일 동안 관계 지자체와 기관들이 함께 이동·안전계획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포르투갈 정부][5])

리스본 수도권은 WYD 기간 평일 하루 35만4천 석, 주말 하루 78만 석의 대중교통 수송능력을 추가로 제공했다. 동시에 모든 역을 무조건 열어놓기보다 일부 지하철역과 철도역을 특정 날짜에 폐쇄하고, 좁은 도로 등 안전위험이 높은 구간을 운행하는 일부 버스노선을 변경하거나 제한했다.

여기에서 배울 것은 단순히 “서울도 몇십만 석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 아니다.

도시구조와 교통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배워야 할 것은 원칙이다.

사람을 가장 빨리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안전하게 분산해 보내는 것.

이 원칙은 서울에도 충분히 생각해볼 만하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① ― 가장 빠른 길이 아니라 ‘가장 안전한 순례길’

서울은 길찾기가 편리한 도시다.

스마트폰 지도에서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장 빠른 지하철과 버스를 알려준다.

하지만 대규모 WYD 기간에는 모든 사람이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0만 명이 하나의 지하철역을 가장 빠른 역이라고 선택하면 그 역은 위험해질 수 있다.

조금 더 멀더라도 다른 역으로 분산하는 편이 안전하다.

그래서 가칭 WYD Safe Route, ‘안전한 순례길’을 제안해본다.

일반 지도는 최단시간을 알려준다.

WYD 안내체계는 다른 기준을 추가한다.

현재 혼잡도가 낮은 길.

보행공간이 넓은 길.

엘리베이터 이용이 편한 길.

자원봉사자가 배치된 길.

급수대가 있는 길.

의료지원과 연결하기 쉬운 길.

조금 더 걸리더라도 안전한 길.

대한민국의 첨단 교통정보 기술을 이용해 이런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면 K-Technology가 안전을 위한 K-Hospitality로 바뀌는 순간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본 칼럼의 제안이며 실제 적용에는 조직위원회와 서울시, 교통기관, 지도서비스 사업자 등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데 신자에게도 ‘안전한 순례길’이 있다

정부와 기술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 신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질서를 지켜야 한다.

지하철이 혼잡하면 한 대 보내고 다음 열차를 탈 수 있다.

안내요원이 기다려 달라고 하면 기다려야 한다.

길이 조금 돌아가더라도 지정된 동선을 따라야 한다.

휠체어 이용자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먼저 보내줄 수 있다.

교통통제가 불편해도 행사 전체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이것도 봉사다.

우리는 봉사라고 하면 형광조끼를 입고 안내판을 드는 모습부터 생각한다.

하지만 질서를 지키는 것 자체가 대규모 행사에서는 중요한 봉사다.

내가 3분 먼저 가기 위해 줄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

내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뛰지 않는 것.

내가 편하기 위해 통제선을 넘지 않는 것.

이런 작은 행동이 모여 수십만 명의 안전을 만든다.

기도하는 신자라면 이런 질서에서도 신앙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8월의 서울에서는 ‘물 한 잔’이 가장 중요한 환대가 될 수도 있다

서울 WYD 본대회는 2027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열린다.

한여름이다.

기온과 습도가 높은 시기다.

장시간 걷거나 야외에서 대기할 경우 더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건강문제가 될 수 있다.

WHO는 대규모 종교순례나 문화·스포츠행사에서 많은 사람이 장시간 야외에 노출되고 신체활동을 하며 밀집할 경우 폭염 관련 건강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26년 WHO는 대규모 행사 폭염대응을 위해 조기경보, 행사별 위험평가, 상황 단계별 대응절차와 완화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지원 조례에도 안전관리와 재난예방, 의료·위생 등 관련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근거가 포함돼 있다. 

그러니 준비가 없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기대해볼 수 있다.

행사장에 충분한 급수대가 생기고,

그늘과 냉방 휴식공간이 마련되고,

위험한 시간대에는 프로그램을 조정할 수 있고,

몸이 약한 참가자는 빠르게 쉴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신자의 역할은 있다.

더위에 지친 외국 청년을 보면 먼저 물을 권할 수 있다.

자신보다 몸이 약한 사람에게 그늘자리를 양보할 수 있다.

봉사자는 자신의 건강도 챙겨야 한다.

손님을 돕는 사람이 쓰러지면 좋은 봉사가 아니다.

WHO 역시 대규모 행사 참가자뿐 아니라 행사 인프라를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와 현장인력의 폭염·대기오염·자외선 노출, 식수와 위생, 산업보건 문제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님을 귀하게 여기는 만큼 손님을 맞는 사람도 귀하게 여겨야 한다.

 [코리안투데이] 한여름에 열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서는 물과 그늘, 휴식공간과 의료지원이 가장 현실적인 환대가 될 수 있다. 더위에 지친 순례자를 먼저 살피는 신자의 작은 배려 역시 안전한 WYD를 만드는 중요한 힘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지승주 기자

`한여름 서울 세계청년대회 행사장에서 해외 청년에게 물과 휴식을 제공하는 한국 가톨릭 자원봉사자`

화장실 이야기가 왜 중요할까

세계적인 종교행사를 이야기하면서 화장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생활적인 이야기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모이면 가장 현실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가 화장실이다.

수십만 명이 같은 장소에서 몇 시간씩 머문다.

물을 많이 마신다.

밤샘기도도 한다.

그러면 화장실이 필요하다.

충분한 수량뿐 아니라 청결이 중요하다.

여성화장실과 장애인화장실도 중요하다.

손 씻는 물과 위생용품도 필요하다.

줄이 너무 길어지면 사람의 이동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공식 FAQ 역시 폐막 전야의 대규모 야외 숙박을 준비하면서 식수, 위생, 폐기물 관리, 의료지원 같은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3])

WHO도 대규모 집회에서 식품과 물의 안전, 방문객 건강정보, 감염병 감시와 대응, 응급환자 이송 등 기본적인 공중보건 체계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우리는 화장실을 ‘시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외국 참가자 입장에서 깨끗하고 쉽게 찾을 수 있는 화장실은 대한민국의 서비스다.

그리고 신자에게는 또 다른 역할이 있다.

사용한 공간을 깨끗하게 쓰는 것.

다음 사람을 위해 정리하는 것.

청소 봉사자를 존중하는 것.

쓰레기를 아무 곳에 버리지 않는 것.

화장실 청소가 덜 중요한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전례 봉사만 신앙적인 봉사가 아니다.

누군가가 편하게 기도할 수 있도록 화장실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도 훌륭한 봉사다.

쓰레기도 우리의 신앙을 보여줄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쓰레기도 많이 발생한다.

생수병.

음식용기.

포장재.

티슈.

행사물품.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 이어지는 행사라면 양은 더욱 커진다.

여기에서 대한민국의 청결한 도시 이미지를 보여줄 기회가 있다.

그러나 청소인력을 많이 배치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것이 더 좋다.

가능한 곳에서는 개인 물병을 활용한다.

급수대를 충분히 제공한다.

분리배출 안내를 여러 언어와 그림으로 쉽게 만든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

봉사자와 참가자가 함께 정리한다.

세계청년대회 준비에는 이미 영적 준비뿐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적 실천을 연결하려는 방향이 제시돼 있다. 조직위원회의 영성 준비자료도 WYD를 단순한 행사로 보지 않고 신앙의 여정으로 경험하도록 교회 공동체와 청년들이 실천할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을 지키는 일도 순례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내가 마신 물병 하나를 정확하게 분리배출하는 것.

다른 사람이 버린 작은 쓰레기 하나를 주워주는 것.

이것도 기도 후의 행동이다.

통신이 끊기면 스마트폰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세계 청년들이 서울에 오면 스마트폰은 매우 중요하다.

지도다.

통역기다.

연락수단이다.

교통카드와 결제도구가 될 수도 있다.

행사정보를 확인하는 창구다.

사진과 영상을 가족에게 보내는 수단이다.

친구와 헤어졌을 때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그런데 한 지역에 수십만 명이 모이면 통신량도 크게 늘어난다.

따라서 통신은 편의시설을 넘어 안전과도 연결된다.

길을 잃었을 때 연락해야 한다.

응급상황 정보를 받아야 한다.

행사장 변경이나 교통통제 안내를 받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높은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갖고 있다.

이 강점을 2027년에는 ‘빠른 인터넷을 자랑하는 나라’가 아니라 ‘낯선 손님이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나라’로 보여주면 좋겠다.

하지만 기술에도 한계가 있다.

배터리가 떨어질 수 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기기가 고장날 수도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없어도 기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날로그 체계가 필요하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② ― 스마트폰이 없어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가칭 WYD Color Route를 생각해본다.

숙박권역을 색깔과 숫자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파란색 A권역, 초록색 B권역, 노란색 C권역처럼 단순하게 표시한다.

순례자 패스에도 해당 색상과 번호를 넣는다.

주요 환승거점과 안내소에서도 같은 표시를 사용한다.

언어를 읽지 못해도 자신이 속한 색깔을 확인하면 기본적인 방향을 찾을 수 있게 한다.

물론 색각이상 이용자를 고려해 색상만 사용해서는 안 되고 숫자나 도형 같은 다른 표시도 함께 사용해야 한다.

첨단 AI 번역과 실시간 교통정보를 사용하면서도 전기가 나가거나 휴대전화가 꺼졌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다.

가장 첨단의 도시는 기술이 없을 때도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의료는 병원이 많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서울에는 많은 의료기관이 있다.

하지만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중요한 것은 병원 숫자만이 아니다.

환자가 발생한 순간부터 치료까지의 연결이다.

어디에 의료지원소가 있는가.

누가 응급상황을 판단하는가.

가벼운 탈수나 작은 상처는 현장에서 치료할 수 있는가.

중증환자는 어느 병원으로 보낼 것인가.

구급차가 군중을 뚫고 이동할 길은 확보되는가.

외국인이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복용 중인 약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동행자와 떨어진 환자는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WHO는 대규모 행사에서 위험평가와 감염병 감시, 집단환자 대응, 충분한 진단역량과 인력, 환자이송 절차, 식품과 물 안전, 방문객 대상 건강정보와 비상연락 안내 등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시 조례 역시 의료와 위생 분야를 세계청년대회 지원체계의 한 축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의 의료편에서는 “서울에 병원이 충분한가” 같은 단순한 질문보다 ‘한 명의 외국인 환자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연결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의료현장에서도 가톨릭 신자가 할 일이 있다

의료인은 전문적으로 봉사할 수 있다.

의사와 간호사, 약사와 응급구조사 등이 자신의 전문성을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의료인이 아닌 신자도 할 일이 있다.

아픈 사람을 혼자 두지 않는다.

통역자를 찾아준다.

의료지원소로 안내한다.

환자가 일행과 연락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필요하면 물을 가져다준다.

의료진의 지시를 따른다.

사진을 찍지 않는다.

아픈 사람의 사생활을 지킨다.

이 마지막 부분도 중요하다.

오늘날에는 무슨 일이 생기면 휴대전화부터 꺼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쓰러진 사람을 촬영해서 SNS에 올리는 것이 도움은 아니다.

아픈 사람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도 가톨릭 신자의 배려다.

장애가 있는 청년에게도 ‘똑같이 오세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공식 FAQ는 장애 등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참가자를 환영하며 모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세부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부분은 서울 WYD가 특별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청년에게 엘리베이터가 있는가.

청각장애인이 미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수어·자막 또는 청취지원이 가능한가.

시각장애인은 행사장의 이동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

인지적 지원이 필요한 참가자는 복잡한 안내를 이해할 수 있는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충전이 가능한가.

숙소와 화장실은 접근 가능한가.

이것은 단순 복지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교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신앙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 신자들에게도 질문이 돌아온다.

휠체어가 들어오면 길을 막고 서 있지는 않은가.

장애인용 좌석에 먼저 앉아 있지는 않은가.

말이 조금 느린 사람을 재촉하지는 않는가.

청각장애인이 못 알아들었다고 같은 말을 짜증내며 반복하지는 않는가.

WYD를 준비하면서 대한민국의 시설만 고칠 것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도 함께 고쳐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코리안투데이] 서울 WYD가 모든 청년에게 열린 대회가 되려면 휠체어 이동, 청각·시각 지원, 쉬운 안내와 의료 접근성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먼저 기다려주는 태도 역시 가톨릭 신자가 보여줄 수 있는 환대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지승주 기자

 `서울 세계청년대회에서 휠체어 이용 순례자와 해외 청년의 이동을 함께 돕는 한국 가톨릭 봉사자`

세계청년대회는 청년만 준비하는 행사가 아니다

WYD라는 이름 때문에 흔히 젊은 사람들만의 행사라고 생각한다.

공식 FAQ는 주된 참가대상을 14~30세 청년으로 설명하면서도 참여 자체는 모든 연령과 신앙 배경에 열려 있다고 안내한다. 비가톨릭 신자도 참석할 수 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2])

준비하는 봉사에도 다양한 세대가 필요하다.

젊은이는 체력을 나눌 수 있다.

어르신은 삶의 경험과 따뜻한 환대를 나눌 수 있다.

외국어를 잘하는 신자는 통역을 도울 수 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식사봉사를 할 수 있다.

운전 경험이 많은 사람은 이동지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의료인은 전문봉사를 할 수 있다.

사진·영상·IT 전문가도 필요할 것이다.

조직위원회가 2026년 모집한 장기봉사자 외에도, 향후 각 본당에서는 순례자 환대를 돕는 본당 봉사자를 별도로 모집할 예정이며 본당 봉사자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대목이 반갑다.

“나는 나이가 많아서 WYD와 관계없다.”

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외국 청년에게 한국의 어르신이 건네는 따뜻한 한 끼와 미소는 그들이 오래 기억할 수도 있다.

봉사자를 ‘무료 인력’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데 많은 봉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봉사자는 싸게 쓸 수 있는 인력이 아니다.

그들도 순례자다.

그들도 신앙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조직위원회가 2025년 봉사자들과 함께 성모성월 행사를 진행하면서 봉사자들의 기도와 수고를 ‘행사를 만드는 노동’이 아니라 은총의 씨앗과 공동체의 영적 여정으로 강조했던 점은 의미가 있다.

또 청년 리더십 연수를 통해 WYD의 의미와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배우고, 청년이 다시 다른 청년을 돕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좋은 방향이다.

앞으로 더 많은 봉사자가 참여하게 되면 휴식과 식사, 안전교육, 역할교육, 언어교육, 미성년자 보호교육, 응급상황 대응도 함께 중요해질 것이다.

신앙이 있다고 해서 무리해서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희생과 소진은 같은 말이 아니다.

좋은 봉사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봉사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③ ― ‘봉사자에게도 감사합니다’

WYD가 끝날 때 세계 청년들에게만 작별인사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수많은 봉사자에게도 대한민국과 교회가 감사했으면 한다.

경찰.

소방관.

의료진.

청소인력.

지하철 직원.

운전기사.

본당 봉사자.

통역자.

홈스테이 가족.

이름도 남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면 어떨까.

가칭 WYD Seoul Thank You Archive다.

외국 청년이 “서울에서 고마웠던 사람”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남긴다.

어느 이름 모를 할머니가 지하철 길을 알려줬다.

본당 아저씨가 새벽까지 기다려줬다.

봉사자가 자신의 우산을 건네줬다.

식당 직원이 알레르기를 확인해줬다.

그런 이야기들을 모은다.

WYD의 역사에는 교황과 100만 군중의 사진도 필요하지만,

이 행사를 가능하게 한 평범한 사람의 얼굴도 남아야 한다.

 리스본에서 배울 것은 숫자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연결됐다는 점’

2023 리스본 WYD는 많은 것을 보여줬다.

포르투갈 정부는 순례자들이 행사 전후에도 국가 곳곳을 이동한다는 점을 고려해 안전계획을 사실상 국가계획으로 바라봤다. 이동과 치안대책은 약 400일 동안 지자체와 여러 관계기관이 함께 준비했다. 

서울도 리스본과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배울 만하다.

기관들이 서로 다른 계획을 가지고 따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

행사시간이 바뀌면 교통기관이 알아야 한다.

교통동선이 바뀌면 봉사자도 알아야 한다.

폭염경보가 내려오면 행사운영팀과 의료진, 숙박시설과 순례자 모두가 알아야 한다.

지하철역이 혼잡하면 행사장에 있는 사람의 출발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응급상황이 생기면 경찰·소방·의료·교통이 같은 상황을 공유해야 한다.

서울시 지원 조례가 관계 중앙부처와 서울시교육청, 자치구, 조직위원회 등이 참여할 수 있는 협의체와 분야별 지원단의 근거를 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지원단 분야에도 숙박·시설, 급식, 안전, 위생·의료, 교통, 문화·관광, 행정지원 등이 포함된다. 

제도적 틀은 마련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 틀이 현장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를 기대해보면 된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④ ― 한 화면에서 서울을 이해할 수 있게

서울에는 많은 정보가 있다.

지하철 정보가 있다.

버스 정보가 있다.

날씨가 있다.

병원 정보가 있다.

관광정보가 있다.

그런데 외국 청년이 각각의 서비스를 찾아다녀야 한다면 어렵다.

그래서 가칭 WYD Seoul One Screen을 생각해본다.

새로운 거대한 앱을 반드시 만들자는 뜻은 아니다.

기존 시스템을 잘 연결해도 된다.

한 화면에서 오늘 필요한 정보만 확인하는 것이다.

오늘 일정.

현재 기온.

폭염 안내.

추천 이동경로.

지하철 혼잡정보.

급수대.

화장실.

의료지원소.

장애인 이동경로.

분실물.

긴급연락.

통역지원.

숙소 복귀방법.

이런 정보를 주요 언어로 단순하게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게 하는 것이다.

첨단 대한민국이라면 기술을 보여주지 말고,

기술로 사람을 편하게 해주면 된다.

 시민의 일상도 보호해야 한다

세계청년대회의 주인공은 순례자지만, 개최도시에는 평소 살아가는 시민이 있다.

출근해야 한다.

장사를 해야 한다.

병원에 가야 한다.

아이를 돌봐야 한다.

택배가 와야 한다.

식재료를 운반해야 한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위해 시민에게 어느 정도 협조를 요청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민의 불편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리스본도 행사구역의 교통을 통제하면서 지역별로 통제방식을 달리하고 대체 교통수단을 제공했다. 일부 지하철·철도역과 버스노선을 안전 때문에 조정했다. ([포르투갈 정부][13])

서울에서도 향후 세부계획이 구체화되면 시민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다.

어느 길이 언제 통제되는가.

대체 교통은 무엇인가.

어느 역이 혼잡한가.

상점과 주민의 물류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행사가 언제 끝나는가.

정보를 미리 알면 불편도 줄어든다.

무엇보다 시민에게 “참아달라”고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계의 청년을 우리가 함께 맞는다”고 설명하면 좋겠다.

그러면 시민은 행사의 피해자가 아니라 호스트 도시의 주인이 된다.

 가톨릭 신자는 시민에게도 좋은 이웃이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신자들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우리 가톨릭 행사니까 이해해 주세요.”

라는 태도는 안 된다.

오히려 반대여야 한다.

우리 행사 때문에 주변 주민이 불편하다면 먼저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쓰레기를 더 깨끗하게 치운다.

밤에는 소음을 줄인다.

차량을 아무 곳에 세우지 않는다.

상점 앞을 막지 않는다.

지역주민이 이동할 길을 열어준다.

행사가 끝난 뒤 더 깨끗하게 정리한다.

이것 역시 선교다.

가톨릭교회가 큰 행사를 개최한 뒤 주민들이

“정말 불편했다.”

고 기억한다면 아쉽다.

반대로

“행사는 컸는데 신자들이 참 질서를 잘 지키더라.”

“끝나고 주변을 정말 깨끗하게 정리하더라.”

라고 기억한다면 그것 자체가 좋은 증언이 된다.

100만 명을 소비자로 보지 말고 친구로 보자

대규모 국제행사가 열리면 경제효과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시 지원 조례에도 국제적 위상 강화와 지역경제·관광 활성화가 목적 가운데 하나로 명시돼 있다. 

경제적인 효과도 중요하다.

숙박업소가 이용된다.

음식점과 상점에 손님이 늘어난다.

교통수요가 늘어난다.

행사 후 관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WYD의 청년을 ‘100만 소비자’로 바라보는 순간 우리 연재의 초심과 멀어진다.

그들은 먼저 순례자다.

친구다.

손님이다.

한국에서 좋은 경험을 하면 나중에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

친구와 가족에게 한국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들이 10년, 20년 뒤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행사의 가장 큰 국가적 효과는 당장의 소비액보다 좋은 기억을 가진 세계의 친구를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⑤ ― ‘One Pilgrim, One Memory’

한 사람에게 한 가지 좋은 기억을 남겨주자는 것이다.

거창한 기념품이 아니어도 된다.

길을 친절하게 안내받은 기억.

한국 가정에서 함께 밥을 먹은 기억.

자기 이름을 한글로 적어준 기억.

본당 어르신이 웃으며 손을 잡아준 기억.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은 기억.

더운 날 물을 받은 기억.

다른 나라 친구와 함께 기도한 기억.

한국 청년과 연락처를 교환한 기억.

이를 가칭 One Pilgrim, One Memory라고 부를 수 있다.

각 순례자가 적어도 하나의 좋은 대한민국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다.

국가홍보 캠페인이 아니다.

환대의 목표다.

대한민국 홍보는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2회에서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이번 회에서는 특별히 생활 속 실천을 생각해보자.

첫째, 질서를 봉사라고 생각하자.

줄을 지킨다.

안내에 따른다.

혼잡한 곳에서 뛰지 않는다.

약한 사람에게 먼저 길을 내준다.

둘째, 행사기간의 작은 불편을 받아들일 마음을 준비하자.

본당이 붐빌 수 있다.

교통이 평소보다 느릴 수 있다.

행사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늘어날 수 있다.

그 불편을 무조건 참으라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범위에서 손님을 맞는 작은 희생으로 받아들여보자.

셋째, 숙박봉사를 가족과 이야기해보자.

홈스테이가 가능한지 검토한다.

어렵다면 숙소 청소와 안내, 세탁, 식사 등 다른 봉사를 생각한다.

넷째, 음식으로 강요하지 말고 먼저 묻자.

“이것 한번 먹어봐요”보다

“못 드시는 음식이 있습니까?”가 먼저다.

다섯째, 장애가 있는 사람을 먼저 살피자.

엘리베이터를 양보한다.

통로를 막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도움을 묻되 마음대로 휠체어나 몸을 잡지 않는다.

여섯째, 응급상황에서는 촬영보다 도움을 먼저 생각하자.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의료진을 부른다.

사생활을 지킨다.

일곱째, 쓰레기를 하나 덜 만들자.

개인 물병 사용 등 내가 할 수 있는 환경실천을 찾는다.

여덟째, 외국 청년에게 길을 알려줄 준비를 하자.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

간단한 인사와 지도 앱만 있어도 도울 수 있다.

아홉째, 봉사자를 존중하자.

봉사자를 하인처럼 대하지 않는다.

경찰과 소방, 의료진과 청소인력에게도 감사한다.

열번째, 하루 한 번 세계 청년을 위해 기도하자.

결국 우리의 모든 준비는 기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도’와 ‘도시 시스템’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기도는 성당 안에서 하고,

교통과 안전은 공무원이 하는 일이라고 나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WYD에서는 두 가지가 만난다.

기도한 사람이 질서를 더 잘 지킨다면 연결된다.

기도한 사람이 쓰레기를 주운다면 연결된다.

기도한 사람이 장애인을 먼저 배려한다면 연결된다.

기도한 사람이 홈스테이 방을 내어준다면 연결된다.

기도한 사람이 낯선 청년을 형제자매로 바라본다면 연결된다.

공공행정은 도로와 교통을 준비한다.

교회는 사람의 마음을 준비한다.

그리고 두 준비가 만날 때 세계적인 행사가 만들어진다.

조직위원회의 공식 준비자료도 WYD를 행사 당일에 시작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금부터 영적으로 준비하는 순례로 보고 있다. 기도생활을 깊게 하고 준비자료를 읽으며 묵주기도에 참여하고, 각자의 본당과 교구를 통해 준비하도록 권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영적 준비가 실제 생활의 환대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가장 큰 성공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국제행사가 성공하면 우리는 화려한 장면을 기억한다.

교황과 청년들의 만남.

수십만 명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

음악과 문화행사.

성대한 폐막미사.

그러나 대회를 실제로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성공의 기준도 있을 것이다.

큰 사고가 없었다.

아픈 사람이 제때 치료를 받았다.

길을 잃은 청년이 안전하게 숙소로 돌아갔다.

폭염 속에서도 심각한 피해 없이 행사가 진행됐다.

미성년자가 안전하게 보호됐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었다.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큰 혼란이 없었다.

숙소에서 참가자가 안전하게 쉬었다.

이런 것은 뉴스의 큰 제목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좋은 준비의 결과다.

WHO가 대규모 집회에서 사전 위험평가와 보건·의료·이송·식수와 식품안전, 방문객 안내 등 여러 영역을 함께 준비하도록 강조하는 것도 결국 문제가 생긴 뒤 대응하는 것보다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미리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청년대회 이후에도 서울에 남아야 할 것

WYD는 2027년 8월에 끝난다.

하지만 준비하면서 만든 좋은 시스템은 남길 수 있다.

더 쉬운 다국어 안내.

장애인 접근성 개선.

대규모 행사 폭염대응 경험.

다국어 의료지원.

군중관리 기술.

자원봉사자 교육체계.

본당의 외국인 환대 경험.

미성년자 보호체계.

기관 간 협업 경험.

깨끗한 행사운영 문화.

이런 것들이 남는다면 세계청년대회 준비에 들인 시간과 비용은 열흘짜리 행사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다음 국제행사에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교회에도 무언가가 남아야 한다.

조금 더 열린 본당.

장애인을 더 잘 배려하는 성당.

외국인에게 먼저 인사하는 신자.

청년의 말을 더 잘 듣는 공동체.

봉사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문화.

기도와 행동을 함께 생각하는 신앙.

이런 변화가 남는다면 WYD는 이미 큰 성공이다.

우리가 100만이라는 숫자에 압도되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 처음의 숫자로 돌아가자.

100만 명.

아주 크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한순간에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이동한다.

누군가는 먹는다.

누군가는 기도한다.

누군가는 쉰다.

누군가는 봉사한다.

누군가는 숙소에 있다.

누군가는 병원에 갈 수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100만 명을 한 덩어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나눈다.

지역을 나눈다.

동선을 나눈다.

역할을 나눈다.

그리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한다.

이것이 대규모 국제행사의 준비일 것이다.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미 출입국, 숙박, 식사, 교통, 안전관리 등을 포함한 준비방향을 제시했고,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숙박·급식·안전·위생의료·교통·문화관광·행정지원을 아우르는 협업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 우리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는 불안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다.

이미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의 수고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씩 물으면 된다.

혹시 이 부분까지 생각하면 더 좋지 않을까.

그것이 이 칼럼의 역할이다.

 가톨릭교회가 먼저, 대한민국이 함께

한 가지 원칙을 다시 확인하고 싶다.

WYD는 가톨릭교회의 행사다.

그러므로 가톨릭교회와 신자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숙소를 모두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봉사자를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가 환대의 마음까지 만들어줄 수도 없다.

교회는 교회가 할 일을 한다.

기도한다.

봉사한다.

본당을 연다.

가능한 범위에서 집을 연다.

청년의 이야기를 듣는다.

가난한 나라의 청년을 돕는다.

질서를 지킨다.

손님을 맞는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안전, 교통, 의료, 시설, 행정이라는 전문영역에서 협력한다.

경찰과 소방은 안전을 지킨다.

의료기관은 생명을 지킨다.

기업은 기술과 서비스를 나눌 수 있다.

시민은 대한민국의 좋은 이웃이 되어준다.

이 관계가 가장 건강하다.

교회가 먼저 준비하고, 대한민국이 함께 돕는다.

100만 명이 아니라 100만 개의 기억이 서울을 찾아온다

우리가 맞이할 사람을 다시 떠올려보자.

아프리카 어느 마을에서 온 스무 살 청년.

유럽의 대학생.

남미의 작은 본당 청년.

동남아시아에서 온 자매.

전쟁을 겪은 나라의 청년.

가난한 지역에서 몇 년간 돈을 모아온 순례자.

휠체어를 사용하는 청년.

신앙이 깊은 사람.

신앙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

비가톨릭이지만 친구와 함께 참석한 사람.

모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서울에 온다.

그들에게 같은 하루를 제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공통으로 줄 수 있다.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라는 느낌이다.

공항에서.

지하철에서.

숙소에서.

식탁에서.

성당에서.

거리에서.

행사장에서.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그 마음을 느끼게 한다면 좋겠다.

마무리하며 ― 가장 큰 인프라는 결국 사람이다

도로도 필요하다.

지하철도 필요하다.

숙소도 필요하다.

화장실도 필요하다.

통신망과 의료체계도 필요하다.

AI 번역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시설을 연결하는 마지막 인프라는 사람이다.

길을 잃은 청년에게

“제가 도와드릴게요.”

라고 말하는 사람.

아픈 청년을 보고

“괜찮아요?”

라고 묻는 사람.

배고픈 사람에게

“먹지 못하는 음식은 없나요?”

라고 먼저 묻는 사람.

휠체어 이용자에게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라고 물어보는 사람.

쓰레기를 보고 조용히 줍는 사람.

혼잡한 지하철에서 한 대를 보내며 기다리는 사람.

늦은 밤 숙소 문 앞에서 순례자를 기다리는 사람.

그 사람이 대한민국이다.

그 사람이 한국교회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나일 수도 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큰 질문은 어쩌면 이것이다.

“100만 명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가 아니다.

조금 다르게 물어보자.

“세계에서 온 한 사람을 나는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100만 명이 각각 한 사람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면,

서울의 교통은 단순한 수송수단이 아니라 순례의 길이 된다.

숙소는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만남의 공간이 된다.

식사는 급식이 아니라 식탁의 친교가 된다.

물 한 잔은 물자가 아니라 배려가 된다.

질서는 통제가 아니라 서로를 보호하는 약속이 된다.

기술은 자랑이 아니라 도움의 수단이 된다.

그리고 봉사는 일이 아니라 신앙이 된다.

그렇게 준비해보자.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다른 나라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이미 수고하는 관계자에게 감사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몫부터 먼저 하자.

가톨릭교회가 먼저 준비하고, 대한민국이 함께 손을 잡는 것.

그것이 2027년 세계 청년 100만 명을 맞는 가장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닐까.

가톨릭 신자인 나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 작은 약속

이번 주에는 하나만 실천해보자.

“내 편의보다 한 사람을 먼저 배려하기.”

지하철에서 한 번 양보한다.

본당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한다.

장애가 있는 교우의 동선을 한번 살펴본다.

쓰레기 하나를 주운다.

길을 묻는 외국인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루가 끝나면 묵주기도 한 단이라도 바치며 이렇게 기도해보자.

“주님, 2027년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청년들을 제가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게 해주십시오.”

거대한 국제행사는 이렇게 작은 마음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서울 WYD, 한 걸음 더 — 2회의 다섯 가지 제안

① WYD Safe Route

가장 빠른 길뿐 아니라 혼잡도·보행안전·장애인 접근성·봉사자 배치 등을 고려한 안전한 순례동선 제공 검토.

② WYD Color Route

스마트폰이 없어도 색상·번호·도형 등을 이용해 숙소와 주요 거점을 찾을 수 있는 아날로그 안내체계 검토.

③ WYD Seoul One Screen

교통·날씨·급수·화장실·의료·통역·장애인 이동·숙소 복귀 등 필수정보를 한 화면에서 확인하도록 연결.

④ WYD Seoul Thank You Archive

대회 뒤 참가자들이 기억하는 봉사자와 시민의 작은 친절을 기록해 행사 뒤에도 남기는 디지털 유산.

⑤ One Pilgrim, One Memory

모든 순례자가 최소 한 가지 따뜻한 대한민국의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도록 하자는 환대의 목표.

위 제안은 현재 조직위원회의 공식 프로그램이 아니라 본 칼럼의 제안이며, 실제 적용에는 교회와 관계기관의 전문적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 칼럼

 [WYD 2027 대한민국은 준비됐는가 ③]

서울만 준비하면 될까…세계 청년을 처음 맞는 곳은 대한민국 곳곳의 교구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여정은 서울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본대회에 앞서 세계의 청년들은 대한민국 각 교구를 찾아 한국교회와 함께 지내게 된다.

3회에서는 전국의 교구와 본당, 가정과 지역사회가 세계 청년을 어떻게 맞이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서울의 대형 행사장보다 먼저 세계 청년들이 만나게 될 것은 지역의 작은 성당과 식탁, 골목과 시장, 그리고 그곳의 신자들일 수 있다.

대한민국 전국이 하나의 거대한 환대의 집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질문한다.

“우리 본당에는 세계 청년을 맞을 빈자리가 있는가.”

지승주

코리안투데이 서울지사장·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을 위해 애쓰는 조직위원회와 한국 천주교회, 정부·서울시·교육기관·경찰·소방·의료기관, 본당 공동체와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공개된 최신 공식자료와 역대 세계청년대회의 경험을 살펴보면서 현재의 준비를 평가하거나 폄하하기보다 “혹시 하나를 더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건설적인 제안을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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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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