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 앞에서 한 걸음을 떼지 못하는 아기 거북이의 망설임은 유치원 문 앞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 아이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강지연 작가의 그림책 『초록북』은 이 익숙한 두려움을 정면으로 다루며, 용기란 두려움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두려운 채로 내딛는 한 걸음이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반짝이는 초록 등껍질을 가진 아기 거북이 초록북이 주인공으로, 바다라는 낯선 세계 앞에서 아이들이 흔히 겪는 감정을 그대로 옮겨온 이야기다.
국내외 유아 그림책 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성취나 지식 전달보다 감정 조절과 자존감을 다루는 작품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아이들이 겪는 첫 좌절과 낯선 환경 앞에서의 불안을 그림과 짧은 문장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실질적인 대화 도구로 쓰인다. 사회성 발달과 인성 교육을 그림책 한 권에 녹여내려는 시도가 국내 창작 동화에서도 눈에 띄게 늘었고, 『초록북』 역시 이런 흐름 위에 서 있다. 다만 이 작품은 교훈을 직접 설명하는 대신, 바다라는 무대와 거북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성장의 속도가 저마다 다르다는 점을 에둘러 보여준다는 차이가 있다.

저자 강지연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따뜻한 이야기를 만드는 동화 작가다. 평범한 일상 속 작은 행복과 소중한 감정을 그림책에 담아, 아이들이 웃고 공감하며 꿈을 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이야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고 믿으며, 아이들이 한 권의 그림동화책을 통해 웃고 상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를 바란다는 창작 철학은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상상력과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로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작가가 되고자 한다는 포부도 밝혔다.
『초록북』은 두근거림으로 시작해 첫 도전으로 끝나는 열 개의 장면으로 짜여 있다. ‘두근두근, 넓은 바다 앞에서’로 문을 열어 ‘무서워서 한 발짝 뒤로’, ‘새로운 친구를 만났어요’를 거쳐 ‘용기를 내어 한 걸음!’에 이르는 구성은 감정의 흐름을 순서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됐다. 이어지는 ‘풍덩! 첫 바다 여행’과 ‘문어 할아버지의 따뜻한 칭찬’에서 초록북은 주변의 지지 속에 두려움을 딛고, ‘나도 할 수 있어!’, ‘출렁이는 파도도 괜찮아’를 지나 ‘바다 친구들과 신나는 모험’으로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마지막 장 ‘내일은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릴까?’와 작가의 말로 마무리되는 구조는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다음 모험을 상상할 여지를 남긴다.
미리보기에는 “저 넓은 바다로 나가 볼까?”라며 반짝이는 초록 등껍질의 아기 거북이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이 담겼다. “헤엄치러 가볼까? 아니야, 너무 무서운걸”이라는 초록북의 혼잣말과 함께 모래사장을 한 발짝 물러서는 대목은 낯선 도전 앞에서 망설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축소판처럼 보여준다. 이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이는 찰나는 새 학기를 앞둔 아이들의 마음과 정확히 겹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입학을 앞둔 3~7세 아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미취학 아동에게 특히 맞춤한 이유다.
부모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 읽는 그림책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초록북이 한 발짝 물러섰다가 다시 나아가는 장면마다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물어볼 여지를 남겨두었고, 문어 할아버지의 칭찬이 등장하는 대목은 부모가 아이의 작은 시도를 어떻게 인정해줄지 생각해보게 한다. 정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남기는 방식은 취침 전 독서 습관을 들이려는 가정에도 부담 없이 스며든다. 부드러운 그림과 따뜻한 문장으로 아이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공감하도록 짠 구성은, 처음 학교에 가는 아이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아이 모두에게 적용해볼 만하다.
다음 볼거리는 초록북이 열 번째 장에서 남기는 여운이 후속작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이 작품이 유아 창작 그림책 목록에서 얼마나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지다. 『초록북』은 강지연 작가가 쓰고 WIA Book이 2026년 8월 1일 전자책(PDF)으로 출간했으며 정가는 1만 원이다.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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