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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를 소리요정으로 그린 그림책, 다섯 살 토리 첫 통장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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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를 소리요정으로 그린 그림책이 나왔다. 《토리의 첫 초록통장》은 난청을 가진 다섯 살 토리가 소리요정 루루와 함께 국민은행을 찾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저축통장을 만드는 하루를 그린다. 청각장애를 소재로 삼되 설명이 아니라 모험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유아 그림책에서 장애를 다루는 작품은 대개 그 장애 자체를 설명하는 데 그친다. 저축이나 소비를 다루는 경제교육 그림책 역시 돈의 개념을 가르치는 선에서 멈춘다. 이 책은 두 갈래를 한 서사에 겹쳐 놓았다. 토리의 귀에 사는 비밀 친구 루루는 보청기를 형상화한 존재로, 아이가 낯선 소리와 낯선 공간을 동시에 마주할 때마다 곁을 지킨다. 장애 이해와 금융 교육을 나란히 배치한 구성은 이 분야 그림책에서 흔한 접근은 아니다. 최근 국내외 아동 콘텐츠 시장에서 조기 금융교육 도서가 꾸준히 늘고 있고, 장애 이해 교육 역시 설명서보다 이야기 형식을 택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두 흐름이 한 그림책 안에서 만난 사례는 국내에서 아직 흔치 않다.

저자 지승주는 필명 TOTOJI로 활동하며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위아 언론인협회장과 코리안투데이 종로·중구·송파지부장을 겸하고 칼럼니스트로도 글을 쓴다.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 한국AI작가협회 이사를 지내며 위아 평생교육원에서 전문교수로 활동하고,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 《신중년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쉬운 AI가이드》, 《모두의 AI활용 글쓰기와 출판가이드》 등 여러 책을 냈고, 보청기 착용자의 삶을 기록한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도 있다. 청각 분야 현장에서 보청기 적응을 돕는 실무와 글쓰기를 오래 병행해온 이력이 이번 그림책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난청 아동이 보청기를 낯설어하지 않고 자기 편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목적의식이 문장 곳곳에서 읽힌다.

책은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로 문을 열고, 본편 다섯 장을 지나 작가의 말과 판권지로 닫힌다. 1장 ‘내 귀의 특별한 비밀 친구’에서 루루가 등장하고, 2장 ‘문이 열리면, 딩동! 찌링!’에서 토리는 엄마 엘라의 손을 잡고 은행 문턱을 넘는다. 3장 ‘루루의 응원과 용기 한 걸음’, 4장 ‘위풍당당 105번 창구의 기적’을 지나 5장 ‘초록 꿈을 품고 잠든 밤’에서 하루가 마무리된다. 열두 개 장면으로 나뉜 이야기는 은행이라는 낯선 공간을 아이 눈높이에서 차례로 따라가도록 짰고, 각 장 제목만으로도 토리의 감정이 긴장에서 성취로 옮겨가는 궤적을 보여준다.

원고는 토리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안녕? 난 토리야! 내 귀에는 특별한 비밀 친구가 살고 있지.’ 아빠 네오가 구릿빛 얼굴로 토리를 안아주는 장면, 엄마 엘라가 ‘오늘 네 이름으로 된 예쁜 통장을 만들러 갈 거야’라고 묻는 장면을 지나 가족은 동네 국민은행에 도착한다. ‘우와, 정말 크다! 사람들이 아주 많아.’ 낯선 번호표 소리와 북적이는 창구 앞에서 토리가 잠시 머뭇거리는 순간을 그림책은 놓치지 않는다. 두려움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 뒤에야 용기를 그리는 방식은, 감정을 건너뛰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래 그림책과 결이 다르다.

대상 독자는 영유아와 그 가족이다. 부모가 아이 옆에서 함께 읽으며 은행 방문이나 저축의 의미를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짜여 있고, 보청기를 착용하는 아동과 그 형제자매에게는 자신과 닮은 주인공을 만나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신체적 다름을 지닌 아이가 이야기 속에서 주변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주인공으로 그려진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첫 경제 개념 학습을, 특수교육이나 청각재활 현장에서는 보완 자료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은 통장 개설의 성공이 아니라 토리가 낯선 상황 앞에서 스스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이다. 다음 권이 나온다면 토리가 이 통장으로 무엇을 하는지, 루루와 함께 마주할 다음 낯선 공간이 어디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토리의 첫 초록통장》은 지승주·JIAN 저, WIA Book이 2026년 7월 12일 펴냈다.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으로 서비스되며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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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투데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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