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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보청기가 소리 요정이 된 순간, 지승주 그림책 『안녕? 작은 친구 루루!』

기사입력 기사번호 53934

보청기를 처음 낀 날, 아이는 무서워서 울었다. 그 울음을 소리 요정과의 만남으로 바꿔낸 그림책이 나왔다. 지승주 작가의 『안녕? 작은 친구 루루!』다.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그림책은 국내 출판시장에서 여전히 드물다. 장애 이해교육 콘텐츠 대부분이 성인 독자나 교육자를 겨냥해 만들어지는 사이, 정작 보청기를 처음 마주하는 유아 당사자의 눈높이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해외에서는 청각장애·시각장애 아동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그림책이 다양성 교육 흐름과 맞물려 꾸준히 늘어왔지만, 국내에서는 보청기라는 소재 자체가 그림책 서사의 중심에 서는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안녕? 작은 친구 루루!』는 그 빈틈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지은이 지승주는 필명 토토지(TOTOJI)로 활동하며 2009년부터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를 운영해왔다. 현장에서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매일 만나며 쌓은 경험이 이번 그림책의 바탕이다. 보건의료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코리안투데이 종로지부장·중구지부장·송파지부장으로도 활동하며, 위아 언론인협회장을 겸하고 있다.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 한국AI작가협회 이사, 위아 평생교육원 전문교수를 맡고 있고,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앞서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과 청각 건강을 다룬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 AI 글쓰기를 다룬 『모두의 AI활용 글쓰기와 출판가이드』 등을 펴낸 바 있다. 이번 작품은 그 연장선에서 처음으로 어린이 독자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야기는 다섯 살 남자아이 토리가 낯선 보청기를 처음 만나는 순간에서 출발한다. 반짝이는 기기를 처음 본 토리는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지만, 엄마가 그것을 ‘소리 요정 루루’라고 소개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루루와 함께 숲과 공원으로 소리 여행을 떠난 토리는 시계 초침 소리, 찌개 끓는 소리, 엄마 목소리처럼 그동안 놓쳤던 작은 소리들을 하나씩 되찾는다. 책은 이 과정을 ‘소리가 사라진 세상’에서 ‘반가워, 루루!’ ‘소리 요정과 함께하는 모험’을 거쳐 ‘아름다운 소리의 선물’로 이어지는 네 개 장으로 구성했고, 앞뒤로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 작가의 말을 배치해 독자가 이야기 밖 맥락까지 함께 읽도록 했다.

인물 구도는 단순하다. 호기심 대장 토리와 세상의 소리를 전해주는 요정 루루, 단 둘이다. 루루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 친구들의 목소리까지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마법을 부리는 존재로 그려지며, 토리가 힘들어할 때 곁에서 다독이고 응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처음엔 낯선 보청기를 무서워했던 토리가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 루루와 친구가 되는 이 과정이 책 전체를 떠받치는 서사 축이다.

일차 독자는 보청기를 새로 착용했거나 앞으로 착용할 유아와 그 형제자매다. 동시에 이 책은 부모와 교사에게도 쓸모가 있다. 아이에게 보청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한 보호자, 통합학급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급우를 이해시켜야 하는 교사 모두 토리와 루루의 대화를 매개로 그 설명을 대신할 수 있다. 보청기를 결핍이나 극복 대상으로 그리지 않고 아이 곁을 지키는 친구로 치환한 발상이, 이 책을 여느 장애 이해교육 자료와 구별짓는다.

책 속 문장은 군더더기를 걷어냈다. “토리는 궁금한 게 참 많아요. ‘이게 뭐지?’ 토리가 반짝이는 루루를 처음 만났어요. 무서워요! 루루가 낯설어 눈물이 핑 돌았어요. ‘안녕? 나는 소리 요정 루루야.'” 짧은 문장을 밀어붙이는 이 리듬은 유아 독자의 호흡에 맞춰져 있다. 작가는 원고 서두에 “작은 소리가 들려오면, 세상은 더 따뜻해져요”라고 적었다. 이 한 문장이 책 전체가 전하려는 정서를 압축한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 이야기를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토리’들에게 건네는 응원이라고 밝혔다.

다음 편에서 토리와 루루가 어떤 새로운 소리를 찾아 나설지가 이 시리즈를 지켜볼 독자들의 관전 포인트다. 『안녕? 작은 친구 루루!』는 전자책으로 2026년 7월 10일 WIA Book에서 출간됐으며 정가는 6만 원이다.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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