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실수를 저지른 아이가 집으로 돌아와 침대 구석에 웅크려 앉는다. 그 곁에 다가온 부모가 건네는 것은 훈계가 아니라 자신의 어린 시절 실수담이다. 김인숙 작가의 신작 「가장 따뜻한 포옹」은 이 한 장면으로 위로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그림동화다.
그림동화에서 위로는 낯설지 않은 소재다. 다만 최근 국내외 아동·가족 콘텐츠는 어른이 정답을 쥐고 아이를 가르치는 구도에서 벗어나, 감정을 함께 견디는 서사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흐름이 뚜렷하다. 부모가 완벽한 해결사로 등장하지 않고 자신도 실수하고 넘어졌던 존재였음을 먼저 고백하는 방식이 그렇다. 정서 회복을 다루는 그림책 시장에서도 사건의 크고 작음보다 감정이 처리되는 속도와 방식을 얼마나 정직하게 그리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아이의 실수를 곧바로 바로잡으려 들지 않고 감정이 가라앉을 시간을 먼저 내어주는 태도가 여러 창작자들 사이에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지점이다. 「가장 따뜻한 포옹」은 이 흐름 위에서 가족 간 대화의 결을 세밀하게 옮겨 놓는다.

저자 김인숙은 가족의 사랑과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온 그림동화 작가다.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이해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전해왔다. 작은 일상 속에서 발견한 사랑과 용기를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신작에서도 그 방식은 다르지 않다. 거창한 사건 대신 학교에서의 작은 실수 하나를 출발점으로 삼아, 그 안에서 가족이 나누는 감정의 온도를 있는 그대로 옮겨 담았다.
책은 ‘저자소개’, ‘가장 따뜻한 포옹’, ‘작가의 말’ 세 갈래로 구성된다. 중심 이야기는 학교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속상한 마음으로 돌아온 소명이가 침대 구석에 웅크려 앉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원고는 이 순간을 이렇게 담는다. ‘소명이는 오늘, 학교에서 실수를 해서 마음이 너무 속상했어요. 집으로 돌아와 침대 구석에 웅크려 앉았지요.’ 이 문장을 기점으로 곁에 다가온 엄마와 아빠가 각자의 어린 시절 실수담을 하나씩 꺼내놓으며 아이를 천천히 안아준다. 사건을 해결하거나 실수를 만회할 방법을 알려주는 대신,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감정을 겪었던 시간을 나눈다.
독자 대상은 폭넓다. 자녀와 함께 읽을 부모, 감정 표현을 배워가는 초등 저학년, 위로를 건네는 방식을 다시 돌아보고 싶은 성인 독자까지 아우른다. 실수와 부끄러움이라는 보편 감정을 다루면서도 그 감정을 서둘러 가리거나 봉합하지 않고, 곁을 지키며 천천히 풀어내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최근 감정 회복을 주제로 삼는 그림책들의 흐름과 결을 함께한다. 특히 부모 세대가 자신의 실패담을 아이에게 먼저 들려준다는 설정은, 훈계 중심의 전통적 육아 서사와 분명한 거리를 두며, 부모와 자녀가 같은 책을 각자의 자리에서 다르게 읽어낼 여지를 남긴다. 완독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 분량이어서 잠자리 대화의 도입부로도 무리 없이 쓰인다.
문장은 짧고 담백하다. 화려한 수사 대신 일상의 언어로 감정의 결을 하나씩 짚어가며, 포옹이라는 단순한 몸짓이 왜 가장 강력한 위로가 되는지를 설명이 아니라 장면으로 보여준다. 미리보기에서 확인되는 구성 역시 이 기조를 그대로 따른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 곁으로 엄마와 아빠가 다가와 자신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로를 건네는 흐름은, 별도의 설교 없이도 독자 스스로 위로의 순서를 체감하게 만든다. 그림동화 특유의 여백이 이 감정의 흐름을 서두르지 않고 지켜보게 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짧은 대사 사이사이의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전한다. 그림과 글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같은 속도로 나란히 걷는다는 인상을 준다.
다음으로 지켜볼 지점은 이 그림동화가 실제 가정 내 대화법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옮겨지는가다. 부모가 먼저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는 위로의 순서가 독자의 일상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가장 따뜻한 포옹」은 김인숙 지음, 정가 10,000원, 전자책(PDF) 형식으로 WIA Book이 2026년 7월 7일 펴냈다.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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