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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송정숙

[디지털치유론] 가상 숲에서 다시 걷는 법을 배운 사람들 이야기

기사입력 기사번호 53870

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오늘은 얼마 전 협회 세미나에서 한 회원분이 들려주신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려 합니다. 발표 자리만 서면 숨이 가빠지고 손이 떨려 몇 년째 회의 시간을 피해 다녔다는 그분은,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낯선 사람들 앞에 서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엔 화면 속 사람들인데도 심장이 뛰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진짜였어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제가 공부해 온 디지털치유의 핵심이 바로 거기 있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참고한 자료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가상 환경에서의 경험이 실제처럼 느껴져야 치료적 개입의 효과가 발생한다.

이른바 ‘임장감’이라 부르는 이 감각이 핵심입니다. 화면 너머의 세계를 머리로 아는 것과, 몸이 실제로 그렇다고 반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까요. 저희 협회 워크숍에서도 종종 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음이 정말로 움직이려면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몸이 함께 경험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자연치유가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원리이기도 합니다.

디지털치유론

디지털 도구는 여기서 진단이나 처방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연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는 훈련이나, 심박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며 지금 내 몸이 얼마나 이완되어 있는지 알아차리는 습관 같은 것들입니다. 저는 이것을 ‘자기 돌봄의 거울’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숫자로 보이니 막연했던 긴장이 구체적으로 느껴지고, 그 순간 스스로 조절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치유론 보조 이미지

제가 다시 짚고 싶은 문장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용자의 일상 패턴을 학습한 뒤 최적의 시간에 구체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신호를 준다.

사소해 보이지만 저는 이 대목에서 협회 회원분들과의 대화를 자주 떠올립니다. 많은 분들이 마음을 다잡으려 큰 결심을 하셨다가 며칠 만에 지치곤 합니다. 그런데 하루 5분, 정해진 시간에 아주 작은 행동 하나를 반복하는 것만으로 흐름이 바뀌는 걸 여러 번 지켜봤습니다. 점심 식사 후 5분 스트레칭, 잠들기 전 세 번의 깊은 호흡처럼요.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거창하지 않아서 오래갑니다.

디지털치유론

통합치유 현장에서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은,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기 자신을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곁에서 거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산림욕의 고요함을 화면 속에서나마 경험하고, 명상 호흡의 리듬을 기기의 도움으로 익히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약에 기대지 않고도 일상을 정돈해 나가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그 여정의 곁을 지키는 것이 저희 협회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세대에 따라 이런 도구를 대하는 온도 차이도 뚜렷합니다. 젊은 세대는 기기를 익숙하게 다루지만 정작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는 서툰 경우가 많고, 반대로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는 능숙하셔도 기기 앞에서 머뭇거리십니다. 저는 이 간극을 메우는 일이야말로 K-치유가 해야 할 몫이라 믿습니다. 기술은 낯설어도, 자기 자신을 돌보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같으니까요.

오늘 이 글을 읽으시는 분께 여쭙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의 하루에 5분만 내어줄 수 있는 작은 습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거창한 계획보다, 오늘 저녁 딱 한 번의 깊은 숨부터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희 협회도 그런 작은 시작들이 모여 만든 곳입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디지털치유론 Level I」 Chapter 8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https://wiabook.com/books/digital-therapeutics-level-1/ 에서 더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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