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오늘은 얼마 전 협회 세미나 뒤풀이 자리에서 있었던 한 장면으로 이야기를 열어보려 합니다. 회원 한 분이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 화면을 저에게 내밀며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협회장님, 저는 명상이 더 잘 맞을까요, 아니면 요가가 더 맞을까요? 데이터로 보면 답이 나올까요?” 저는 그 순간 멈칫했습니다. 오랫동안 통합치유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오면서도, 그 질문에 데이터로 답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디지털치유론 Level I」 Chapter 6의 한 구절을 다시 펼쳐 들었습니다. 그 책에는 정밀의료의 철학을 자가돌봄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정밀의료의 철학을 자연치유학에 적용하면 정밀치유(Precision Healing)라는 개념이 탄생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처방”이 아니라 “이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는다는 발상입니다.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며 세미나에서 만났던 회원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저희 협회에서는 명상이든 걷기든 호흡이든, 일단 “좋다고 알려진 것”을 권해드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밀치유의 관점에서 보면, 같은 방법이라도 누구에게는 꼭 맞고 누구에게는 전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요즘 KIHA 회원분들 중에는 스마트워치나 수면 앱으로 자신의 심박변이도(HRV)와 수면 흐름을 매일 기록하시는 분들이 꽤 늘었습니다. 한 회원분은 아침마다 앱이 보여주는 회복 지수를 확인한 뒤에야 그날 하루의 리듬을 정한다고 하셨습니다. “숫자가 낮게 나온 날은 무리한 약속을 잡지 않아요. 대신 짧게라도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집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디지털 도구가 사람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자기 상태를 더 정확히 알아차리도록 돕는 거울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디까지나 스스로를 돌보기 위한 참고 자료일 뿐, 어떤 판단이나 결정을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늘 함께 안내해 드립니다.
책에는 이런 실시간 흐름을 “필요한 순간에, 그 사람에게 맞는 개입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JITAI(Just-in-Time Adaptive Intervention) — 적시 적응형 개입의 개념입니다. 필요한 순간에, 그 사람에게 맞는 개입을 제공합니다.
아침에는 회복이 부족해 보이면 격렬한 활동 대신 짧은 호흡을, 오후에 마음이 분주해지면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저녁에 화면을 오래 들여다본 날에는 잠들기 전 정리하는 루틴을 안내하는 식입니다. 통합치유 현장에서 제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그날그날 몸과 마음의 결을 살피는 습관”과 결이 같아서, 이 대목을 읽으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상의 나”라는 개념도 소개합니다.
디지털 트윈은 개인의 의료 데이터, 유전자 정보, 생활습관, 환경 데이터를 통합하여 만든 가상의 나(Virtual Me)입니다.
처음 이 표현을 접했을 때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희 협회에서 회원분들과 함께 작성해 온 자가돌봄 기록장이나 마음 일지도 어찌 보면 소박한 형태의 “가상의 나”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몇 주치 기록을 나란히 펼쳐놓고 “이 주간에는 유독 잠을 깊이 들기 어려우셨네요, 그 무렵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라고 여쭤보면, 회원분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패턴을 발견하고 놀라시곤 합니다. 디지털 트윈은 이 기록을 훨씬 정교하고 촘촘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 그 안에서 의미를 읽어내고 삶에 적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협회 활동을 하며 가장 조심스럽게 여기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데이터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마주 앉아 눈을 맞추고 “요즘 어떠세요”라고 물어보는 시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믿습니다. 저희 KIHA 워크숍에서는 웨어러블 데이터를 함께 살펴보는 시간과, 기기를 모두 내려놓고 서로의 이야기에만 귀 기울이는 시간을 번갈아 배치합니다. 어느 회원분은 “숫자를 보는 것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마음이 더 가볍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 말씀이 정밀치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장 잘 짚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세대에 따라 이런 도구를 받아들이는 온도차도 뚜렷합니다. 젊은 회원분들은 앱 알림 하나하나를 자연스럽게 생활에 들이는 반면, 연배가 있으신 회원분들은 “숫자에 너무 의존하게 될까 봐” 조심스러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 두 태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도구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가 아니라, 그 도구가 결국 자기 자신을 더 잘 돌보는 방향으로 쓰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니까요. 최근 한국형 통합치유, 이른바 K-치유가 해외에서도 조금씩 관심을 받는 이유도, 기술과 사람 사이의 이 균형 감각에 있다고 저는 느낍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혹시 지금 손목이나 휴대폰 속에 쌓여가는 데이터가 있다면, 그 숫자들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 한 번쯤 찬찬히 들여다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번 주 KIHA 소모임에서 회원분들과 함께 각자의 기록을 꺼내놓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답을 정해두지 않고, 그저 서로의 패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작이 될 거라 믿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디지털치유론 Level I」 Chapter 6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정밀치유, 디지털 트윈, 그리고 이 모든 기술이 짊어져야 할 윤리적 책임까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iabook.com/books/digital-therapeutics-leve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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