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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송정숙

[디지털치유론] 몸이 먼저 말을 겁니다, 우리가 듣기 전에

기사입력 기사번호 53863

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지난달 KIHA 정기 세미나에서 한 회원분이 손목에 찬 밴드형 기기를 가리키며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협회장님, 이 숫자가 매일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대체 뭘 보고 있는 건가요?” 그 질문 하나가 오늘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날 회원분께 되물었습니다. “오늘 몸 상태가 어떠세요?” 대부분의 분들이 “그냥 피곤해요”,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말끝을 흐립니다. 그런데 몸은 훨씬 더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심장이 뛰는 미세한 간격으로, 호흡의 깊이로, 어깨의 긴장으로요. 제가 곁에 두고 자주 펼쳐보는 「디지털치유론 Level I」 5장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몸은 이미 객관적인 답을 말하고 있습니다. 심장 박동의 미세한 변화로, 뇌파의 리듬으로, 피부의 전기 신호로.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KIHA 워크숍에서 만난 여러 회원분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만성적으로 몸이 긴장 상태에 머물러 있는 분들은 그것을 스트레스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장이 늘 조금 빠르게 뛰고, 호흡이 얕고, 어깨가 굳어 있는 상태를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스스로 규정해버리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분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이 얼마나 큰 전환점이 되는지를 실감합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 이야기를 워크숍에서 다룰 때, 저는 늘 자동차의 페달과 브레이크에 비유합니다. 위협을 느끼면 몸은 가속 페달을 밟고, 안전하다고 느끼면 브레이크를 밟아 쉬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회원분들의 몸은 브레이크를 밟는 법을 잊어버린 채 살아갑니다. 소화가 잘 안 되고, 잠들기까지 오래 걸리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는 것이 그 신호일 수 있습니다. 진단을 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의 패턴을 알아차리자는 이야기입니다.

웨어러블 기기가 우리 일상에 들어온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예전에는 이런 신호를 확인하려면 전문 기관을 방문해 값비싼 장비를 써야 했지만, 지금은 손목 위 밴드나 반지 하나로 하루 종일 자신의 심박 리듬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KIHA 회원 중 한 분은 매일 아침 5분씩 느린 호흡을 하며 화면의 숫자가 바뀌는 것을 지켜보는 습관을 들이셨는데, 몇 달 뒤 “예전보다 화를 낼 뻔한 순간에 한 박자 멈추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몸의 언어를 배우고 스스로 조절하는 자가 돌봄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치유론 보조 이미지

이 훈련의 핵심에는 미주신경이라는, 뇌에서 시작해 온몸을 방랑하듯 내려가는 신경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이 신경의 활성도가 우리의 회복력과 정서적 안정에 깊이 관여한다고 설명합니다.

미주신경 톤이 높은 사람의 특징: 스트레스에서 빠르게 회복, 염증 반응이 낮음, 정서 조절 능력 우수, 사회적 관계 형성 능력 높음.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통합치유 현장에서 자주 확인하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몸과 마음은 분리된 두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느린 호흡 하나가 심장의 리듬을 바꾸고, 그 리듬이 다시 감정의 회복력을 만들어냅니다. 통합치유 접근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순환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특정 증상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몸이 스스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지요.

협회장으로 활동하며 저는 매달 여러 세대의 회원분들을 만납니다. 20대 청년은 스마트워치의 스트레스 점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루를 설계하고, 60대 어르신은 숫자보다 “몸이 가볍다, 무겁다”는 직관적인 표현을 더 편하게 여기십니다. 이 차이를 조율하는 것이 요즘 제 활동의 큰 부분입니다. 디지털 지표와 몸의 직관적인 언어를 서로 통역해주는 역할, 그것이 통합치유 실천가의 몫이라고 느낍니다.

한국인의 스트레스 지수가 국제적으로도 높은 축에 든다는 조사는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이 통계보다,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알아차리고 다루는 문화가 우리 안에 얼마나 자리 잡았는가에 관심이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사이의 격차, 그리고 약물에 의지하지 않고도 일상을 정돈하려는 분들이 늘어나는 흐름을 함께 지켜보면, K-치유라는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생활 속 실천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심장은 몇 번의 리듬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었을까요?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내쉬어 보시면 어떨까요. 저와 KIHA는 이런 작은 알아차림들이 모여 각자의 일상에 균형을 되찾아주는 여정을 함께 걷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디지털치유론 Level I」 Chapter 5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자율신경과 심박변이도, 그리고 호흡 훈련의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https://wiabook.com/books/digital-therapeutics-leve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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