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얼마 전 협회 세미나가 끝난 뒤, 한 회원분이 저를 붙잡고 이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선생님, VR 헤드셋도 사람마다 다르게 맞춰줄 수 있나요? 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늘 어지럽던데요.” 그 한마디가 며칠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오늘은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만나 ‘누구에게나 똑같은 프로그램’에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춰지는 돌봄’으로 진화하는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사실 그 회원분의 고민은 결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협회 워크숍에서 여러 차례 비슷한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인데도 어떤 분은 금세 편안해지고, 어떤 분은 오히려 긴장이 더 올라가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습니다. 사람마다 마음이 열리는 속도가 다른데, 정작 기술은 모두에게 같은 순서, 같은 속도를 강요해왔던 셈이지요. 제가 참고한 책의 한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짚고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적응형 VR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환경이 실시간으로 변화합니다. 불안 수준이 일정 기준 이하로 유지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기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현재 단계를 유지하거나 이완을 돕는 개입이 먼저 들어갑니다. 개인마다 다른 속도, 다른 경로로 나아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협회에서 만난 한 회원의 변화가 떠올랐습니다. 높은 곳에만 서면 마음이 크게 흔들리던 그 회원은, 처음엔 가상 공간의 2층 난간에 서는 것조차 힘겨워했습니다. 그런데 속도를 강요받지 않고 본인의 호흡과 긴장도에 맞춰 단계가 조정되는 방식을 접하면서, 조급함 없이 자기만의 리듬을 찾아갔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빨리 나아지라고 재촉받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는 그분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디지털 도구가 일상에 스며드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표정과 목소리, 심박변이도 같은 생리 신호를 함께 살피는 기술은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돕는 거울에 가깝습니다. 아바타에 자신의 표정이 그대로 반영되는 경험을 통해 “내가 이런 표정을 지을 때 상대는 이렇게 느끼는구나”를 자연스럽게 깨닫는 사례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기능이 자가 돌봄의 감각을 키워주는 좋은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한 통신사가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 만든 힐링 공간에서는 익명의 아바타로 명상과 자연 체험을 나누고, 전문 상담사와도 아바타로 마주 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초기 이용자들 사이에서 “실제 상담보다 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반가우면서도 한 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익명성이 솔직한 마음을 여는 문이 될 수는 있지만, 깊은 신뢰 관계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VR 기기는 여전히 비쌉니다. 저소득층, 기술 장벽을 느끼는 노년층, 일부 장애와의 호환성 문제를 겪는 분들,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 지역은 이 흐름에서 배제되기 쉽습니다. 공공시설의 장비 구비, 보험 급여 추진, 저가형 모바일 기기 활용이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이 대목은 제가 협회장으로서 늘 마음에 새기는 부분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저는 “이 도구가 정말 모두에게 열려 있는가”를 먼저 묻습니다. 협회 회원 중에는 스마트폰 사용조차 낯선 어르신들도 계시고, 기기 하나 마련하기 벅찬 형편의 청년들도 있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이라도 손에 닿지 않으면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세미나마다 고가 장비 없이도 실천할 수 있는 호흡법, 이완법을 함께 안내하며 기술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조금씩 메워가고 있습니다.
또 하나, 저는 데이터를 다루는 태도에서도 신중함이 꼭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시선의 움직임, 표정, 목소리의 떨림까지 기록되는 시대에는 그 정보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이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협회 워크숍에서도 “내 마음 상태가 데이터로 남는다는 게 조금 두렵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최소한의 정보만 모으고, 세션이 끝나면 지우는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신뢰 없는 기술은 아무리 정교해도 마음의 문을 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대를 넘어 이 흐름을 바라보면, 디지털 격차는 여전히 뚜렷합니다. 젊은 세대는 가상 공간에서의 자기 돌봄을 낯설어하지 않지만, 어르신들에게는 헤드셋을 쓰는 것 자체가 큰 장벽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K-치유가 나아갈 방향이 바로 이 간극을 메우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기술은 최첨단이되, 그 기술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방식은 가장 낮은 눈높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협회가 세미나마다 거듭 강조하는 원칙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나에게 맞는 속도로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거창한 장비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 내 호흡과 긴장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부터 함께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협회는 앞으로도 이런 작은 자가 돌봄 실천들을 하나씩 나누어 드리려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디지털치유론 Level I」 Chapter 4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s://wiabook.com/books/digital-therapeutics-leve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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