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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송정숙

[디지털치유론] 뇌는 변한다는 믿음, 앱 하나가 일상을 바꾸는 이유

기사입력 기사번호 53857

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오늘은 몇 해 전 협회 워크숍에서 만난 한 회원분의 말씀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앱 하나 켠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잠을 깊이 들기 어려워 여러 방법을 시도하다 지친 표정으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그 질문이야말로 통합치유 현장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그리고 가장 정직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워크숍에서 저희는 함께 수면 기록을 남기는 아주 단순한 실천부터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오늘 몇 시에 눈을 감았고, 몇 번 깼는가”를 적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3주 정도 지나자 그분 스스로 패턴을 읽어내기 시작하셨습니다. “화면을 오래 본 날은 뒤척임이 많네요.” 이 발견이 중요합니다. 제가 알려드린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알아챈 것이니까요. 이 대목에서 제가 늘 마음에 새기는 구절이 있습니다.

뇌는 평생 동안 변화할 수 있으며, 적절한 자극이 주어지면 새로운 신경 연결이 형성됩니다.

런던의 택시 기사들이 복잡한 도로를 몸에 익히는 과정에서 공간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실제로 커졌다는 연구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우리가 통합치유 현장에서 늘 이야기하던 “작은 실천의 반복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결코 막연한 위로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디지털 도구가 특별한 이유는 이 반복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준다는 데 있습니다. 매일 기록하고, 그래프로 확인하고,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는 것 — 이것은 의료 행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습관입니다. 저는 이것을 ‘디지털 일기장’이라 부릅니다.

디지털치유론

디지털치유론 보조 이미지

KIHA 회원들과 나누는 자가돌봄 사례 중에는 호흡 알림을 활용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스마트워치가 심박이 평소보다 빨라진 걸 감지하면 “지금 1분만 숨을 골라볼까요?” 하고 조용히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저는 이것을 두고 ‘적시의 다정함’이라 표현합니다. 하루 종일 애써 참고 있다가 저녁에 몰아서 돌보는 것이 아니라, 몸이 신호를 보내는 바로 그 순간에 작은 개입이 들어오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이 무언가를 낫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스스로를 알아차리는 감각을 계속 훈련시켜 준다는 점에서 통합치유의 방향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제가 통합치유를 공부하며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개념은 ‘나는 이 행동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 곧 스스로에 대한 확신입니다. 이 믿음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아주 작은 성공 경험이 쌓여야 생깁니다.

자기효능감이란 “나는 이 행동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저는 협회 세미나에서 만난 또 다른 회원분을 떠올립니다. 처음엔 하루 5분 명상조차 부담스러워하셨던 분인데, “오늘도 3분 해냈다”는 작은 표시가 쌓이는 걸 보며 스스로에 대한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셨습니다. 몇 달 후 그분은 저에게 “이제는 안 하면 허전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이야말로 통합치유가 지향하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강제가 아니라 자발성으로 옮겨가는 순간 말입니다.

디지털치유론

협회 활동을 통해 저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도구는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를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곁에서 거드는 도구라는 것을요. 약물에 의지하지 않고도 일상을 정돈하는 분들을 여럿 보았는데, 그 중심에는 언제나 ‘스스로 알아차리는 힘’이 있었습니다. 기록하고, 확인하고, 작은 변화를 스스로 발견하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치유적입니다.

세대별 격차도 현장에서 체감합니다. 중장년 회원분들은 처음엔 앱 사용 자체를 어려워하시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오히려 청년층보다 훨씬 꾸준히 기록을 이어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젊은 세대는 도구는 익숙하지만 꾸준함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잦고요. 결국 중요한 것은 도구의 최신성이 아니라 그것을 일상의 리듬으로 만드는 태도라는 것을, 저는 KIHA 활동을 통해 거듭 확인합니다. 이것이 바로 요즘 이야기되는 K-치유 흐름의 핵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서구의 기술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관계 중심, 공동체 중심 돌봄 문화 위에 얹는 것 말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작은 기록을 시작해볼 수 있을까요. 거창한 결심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잠든 시간, 오늘의 호흡 하나를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그 작은 반복이 어느새 여러분의 뇌와 마음에 새로운 길을 낼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디지털치유론 Level I」 Chapter 2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신경가소성과 행동변화 이론이 어떻게 통합치유의 언어로 이어지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iabook.com/books/digital-therapeutics-leve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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