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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A 삼국지 365

[Day 129] 단복이라는 이름

기사입력 기사번호 5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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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29] 단복이라는 이름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129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29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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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안 12년(서기 207년) 겨울의 끝에, 신야(新野)의 작은 장터 앞을 유비(劉備)의 적로(的盧)가 지나고 있었다.

장터는 작았다. 열 남짓의 상인이 저물어 가는 햇빛 아래에 좌판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사내가 나무 지팡이를 짚고 서서, 낮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사가 이상했다.

“하늘이 무거우면 땅이 뒤집히고, 큰 나무가 기울면 참새가 먼저 날아간다. 사내가 진흙에 빠졌거든, 누가 그 손을 잡아 주겠느냐…”

가락을 부르던 사내가, 지나가는 유비의 말머리 앞에서 가사를 짧게 끊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유비를 보았다. 눈빛이 단단했다. 수염은 아직 기르지 않았다. 서른 초반으로 보였다.

“지나가시는 장군께서는, 마침 이 사내의 노래를 끊어 주셨소.”

사내가 말했다. 유비가 말에서 내렸다.

“이름을 여쭈어도 되겠소.”

“단복(單福)이라고 하오. 자(字)는 아직 숨기고 다닙니다.”

유비는 낮게 웃었다. 이름과 자(字)를 함께 내놓지 아니하는 사람은, 자기를 숨기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 숨김은 오늘 이 장터에서 오래 갈 숨김이 아닌 듯했다. 눈빛이 너무 맑았기 때문이었다.

“단 선생. 내 이름은 유비(劉備)라 하오. 자는 현덕(玄德)이오. 지금 — 신야(新野)에서 작은 군사를 가지고 있소.”

단복의 눈이 맑게 빛났다. 웃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았다. 그 대신 걸음을 앞으로 옮겨, 유비의 말 적로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이 이마의 흰 자락은, 이미 주인을 살렸군요.”

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을 오늘 하루에만 두 사람이 알아보았다. 한 사람은 지난 가을의 수경 선생, 또 한 사람은 오늘의 이 단복이라는 이름의 사내였다.

삼국지 365 Day 129 중간 일러스트

“장군. 이 말의 이마의 획은 한 번 더 주인을 살려 드릴 획이오. 다만 한 번은 더 있어야 하오.”

“한 번이 더라 하면.”

“이 말이 아직 주인을 한 번 더 살려야 한다는 뜻이오. 두 번째 살려 드린 뒤에야, 이 이마의 흰 획이 그 자신의 자리를 찾습니다.”

단복의 목소리는 가볍지 않았다. 유비는 말에서 완전히 내려, 단복 앞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선생. 오늘 저녁 — 신야까지 함께 가 주시지 않겠소.”

단복은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지팡이를 고쳐 쥐었다.

“장군의 박자가 오늘 이 장터에서 끊어지셨소. 그 끊어진 박자를 이어 드리는 것이, 이 사내의 한 결이 할 일일 것이오.”

그날 밤, 신야의 객청(客廳) 안쪽에서 유비·관우·장비와 단복이 마주 앉았다.

관우(關羽)는 단복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장비(張飛)는 처음에는 눈을 부라리며 앉았다가, 단복이 한 마디씩 말할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복의 말은 짧고 단단했다. 결론이 먼저 나왔다. 이유가 그 뒤에 한 문장으로 붙었다.

“장군. 북쪽 조조(曹操)의 남진(南進)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 여름이오. 그 사이에, 장군은 두 가지를 준비하셔야 하오.”

“어떤 두 가지이옵니까.”

“첫째, 번성(樊城) 쪽의 조인(曹仁)의 남하 고비를 미리 눌러 두셔야 하오. 눌러 두지 아니하면, 내년 봄 조인이 신야의 앞뜰까지 들어오시오. 둘째, 형주 안쪽에서 한 사람을, 지금 반드시 만나셔야 하오.”

“그 한 사람이 누구이옵니까.”

단복은 낮게 웃었다. 그 웃음은 무거웠다.

“수경 선생께서 이미 두 별명을 장군께 건네 드리셨다 들었소.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이오. 오늘 그 이름을 내가 먼저 장군께 드리지는 아니하겠소. 다만 장군이 그 이름을 들으시기 전에, 먼저 내년 봄의 번성을 정리해 드리리다.”

유비가 고개를 깊게 숙였다.

“단 선생. 오늘부터 내 군사(軍師)를 맡아 주시지 않겠소.”

단복은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대답했다.

“장군. 한 가지 미리 말씀드려 두겠소. 이 사내의 이름은 오늘 장군께서 들으신 단복이 아니오. 언젠가 내 본래 이름을 들려 드리는 날이 올 것이오. 그 이름이 들어갈 때쯤, 이 사내는 장군의 곁을 떠나야 하게 될 수도 있소.”

“왜, 그렇사옵니까.”

단복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지팡이의 끝을 가볍게 바닥에 내려 놓았다.

“이 사내에게는, 어머님 한 분이 아직 세상에 계시오. 그 어머님의 걸음이 언젠가, 내 걸음보다 앞서 갈 수도 있소. 그때까지, 장군의 호흡을 조금씩 늘려 드리겠소.”

관우가 고개를 숙였다. 장비의 눈이 붉어졌다. 유비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단복의 두 손 위에 두 손을 포갰다. 그 밤 신야의 객청 한가운데에서, 유비는 처음으로 자기 박자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을 곁에 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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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29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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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자기 박자를 늘려 줄 사람이 앞에 나타나실 때, 그 사람은 대개 화려한 자리에 서 있지 아니하고, 어느 장터 모서리에서 낮은 노래를 부르고 계시기 쉽지요. 오늘 당신 곁에도, 이상하게 자기 박자를 조금 늘려 주는 짧은 한 마디를 건네 준 사람이 혹시 있으신지요. 그 사람의 이름을 오늘은 더 정확히 여쭈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름의 정확한 발음이, 그 사람과 당신의 한 해의 박자를 함께 바꾸어 놓을 자리이기도 하옵니다.

📅 내일 Day 130: 한 사람이 생긴 날

“단복이 유비의 군사(軍師)로 앉은 그 이튿날 아침, 신야의 뒤뜰에서 세 형제의 걸음 곁에, 네 번째 그림자가 비로소 함께 걷기 시작했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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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삼흠 평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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