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 붉은색은 사랑의 색일까, 생명의 색일까. 아니면 상처와 죽음의 색일까.
현대미술 작가 MINA(미나)에게 ‘RED’는 어느 하나로 정의할 수 있는 색이 아니다. 생명과 죽음, 사랑과 욕망, 상처와 폭력처럼 서로 반대되는 감정과 존재가 동시에 머무르는 세계다.
![]() [코리안투데이] 카민 붉은색으로 생명과 죽음·기억을 탐구하는 MINA 작가 ©김현수 기자 |
MINA 작가는 코리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RED는 하나의 감정을 의미하는 색이 아니라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색”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카민을 단순한 물감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 바라본다. 작은 생명에서 만들어진 색이 인간의 몸과 역사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 “예술은 선택이라기보다 결국 해야만 했던 일”
![]() [코리안투데이] 미나의 RED, 생명과 죽음 사이에서 존재를 묻다 © 김현수 기자 |
MINA 작가는 처음부터 자신의 표현을 ‘예술’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의 내면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이미지가 있었고, 그것을 언어로 설명하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거나 무언가를 만들어 표현하는 것이 더 편했다.
그는 작가가 된 과정을 “새로운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원래 내 안에 있던 것을 뒤늦게 발견한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예술가가 된 특별한 하나의 사건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삶에서 경험한 감정과 질문이 쌓이면서 결국 그것을 밖으로 꺼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그림은 단순히 대상을 보여주는 수단도 아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언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했지만, 작업을 이어가면서 오히려 그림이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 MINA 작가의 RED…생명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색
![]() [코리안투데이] 붓보다 몸을 선택한 미나, 사라지는 몸과 남겨지는 흔적 © 김현수 기자 |
MINA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강렬한 상징은 단연 RED다.
그는 붉은색을 생명과 죽음 가운데 하나로 선택하지 않는다.
“둘 다입니다.”
MINA 작가는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죽음 역시 누군가의 기억에서는 또 다른 존재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때문에 그에게 RED는 생명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색이다.
RED는 동시에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얼굴을 재현한 일반적인 자화상과는 다르다. 계속 움직이고 흔들리며 때로는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작가가 살아온 시간과 몸의 흔적을 품은 자화상이다.
■ 붓 대신 ‘몸’…“몸은 내가 살아 있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
![]() [코리안투데이] 카민으로 표현한 여성성, 대상에서 주체적인 몸으로 © 김현수 기자 |
MINA의 작업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지점은 몸이다.
그는 붓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대신 자신의 몸과 움직임을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끌어들인다.
“붓은 그림을 그리는 도구이지만, 제 몸은 제가 살아 있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몸이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흔적으로 남는 순간 행위와 작품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순간에는 몸 자체가 작품이 되고, 작가 역시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사람을 넘어 작품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존재가 된다.
퍼포먼스가 끝나면 몸의 움직임은 사라진다. 그러나 캔버스에는 흔적이 남는다.
MINA는 바로 ‘사라지는 몸과 남겨진 흔적 사이’에서 작품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 자화상에서 현대인의 초상으로
![]() [코리안투데이] AI 시대에도 인간의 몸은 필요한가, 미나가 말하는 예술과 기술 © 김현수 기자 |
MINA의 시선은 자기 자신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존재를 향한다.
처음에는 자신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작업을 계속하면서 특정한 한 사람의 초상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그리고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는 “RED는 제 자화상이면서 동시에 현대인의 초상”이라며 자신의 모습을 통해 관객 역시 작품 안에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MINA에게 예술은 정답을 제시하는 작업도 아니다.
예술이 존재를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그대로 남겨두는 것, 그리고 작품이 답을 주는 대신 관객의 마음속에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이 예술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 여성의 몸, 바라보는 대상에서 ‘스스로 존재하는 주체’로
![]() [코리안투데이] 100년 뒤에도 남을 질문, RED는 색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 © 김현수 기자 |
MINA의 작품에서 여성의 몸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에게 여성의 몸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 살아 있고 움직이며 상처받고 욕망하고 기억하는 하나의 존재다.
때문에 자신의 몸을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대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스스로 사용하는 주체적인 몸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카민과 여성성의 관계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강렬하면서 관능적이고, 동시에 잔혹하면서 생명적인 카민처럼 MINA가 바라보는 여성성 역시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되지 않는다.
■ AI 시대, MINA가 다시 ‘인간의 몸’을 이야기하는 이유
![]() [코리안투데이] 미나 작가 인터뷰, 자신을 그리다 현대인의 초상과 마주하다 © 김현수 기자 |
MINA의 작품 세계는 전통적인 회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회화와 퍼포먼스, 영상과 디지털 이미지가 서로 충돌하고 결합한다.
특히 AI 시대에도 인간의 몸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그는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인간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더라도 실제로 살아 움직이고 숨 쉬는 몸이 경험한 시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미지는 만들어질 수 있지만, 몸이 실제로 경험한 시간과 흔적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MINA는 바로 그 차이를 작품 안에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 “관객이 작품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으면”
![]() [코리안투데이] 사라지는 시간을 붙잡는 RED,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기록 © 김현수 기자 |
MINA는 관객에게 특정한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관객이 작가가 아닌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를 원한다.
작품을 보고 단순히 “미나를 봤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나 자신을 보고 있구나”라는 감각에 도달하는 것이 그가 원하는 관객의 경험이다.
그에게 관객은 작품 밖에 있는 구경꾼도 아니다. 같은 RED를 보더라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기억과 감정을 가져오기 때문에 관객이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관객 자신의 이야기가 작품 안으로 들어오며 작품은 다시 완성된다.
■ “100년 뒤에도 ‘나는 지금 살아 있구나’ 느꼈으면”
![]() [코리안투데이] 마지막 작품에도 RED를 선택할까, 미나가 말하는 예술과 삶의 흔적 © 김현수 기자 |
그렇다면 MINA가 앞으로 계속 붙잡고 싶은 질문은 무엇일까.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시대에 인간의 몸과 감정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라는 질문이다.
MINA는 100년 뒤 누군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본다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다만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 “나는 지금 살아 있구나”라는 감각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다시 RED로 돌아왔다.
![]() [코리안투데이]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순간, 미나의 RED가 비추는 또 다른 나 © 김현수 기자 |
마지막 작품에서도 RED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MINA는 “아마 마지막에도 RED를 선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때의 RED는 지금과 전혀 다른 RED일 수 있다. 아주 옅거나 거의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화면에 작은 흔적 하나만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색의 강도가 아니다.
그 안에 자신이 살아온 시간이 들어 있는가.
MINA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압축하는 한 문장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RED는 이제 제게 색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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