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린 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불편은 도로 마비나 교통 혼잡이 아니라 집 앞 골목길의 미끄러움이다. 행정기관의 제설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이면도로와 골목길, 공동주택 주변 보도는 사고 위험이 가장 높지만, 동시에 가장 대응이 늦어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양천구가 선택한 해법은 ‘장비 확충’이나 ‘인력 증원’만이 아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제설 문화, 즉 생활 속 제설을 제도화하는 방식이다.
![]() [코리안투데이] 내 점포 앞 눈 치우고 있는 모습(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올겨울 폭설에 대비해 제설대책본부를 중심으로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행정 주도의 일방적 제설에서 벗어나 주민과 함께하는 참여형 제설대책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과 골목길을 중심으로 한 자율 제설체계를 강화해, 제설 공백을 최소화하고 생활권 안전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는 이미 총 411km에 달하는 제설구간에 대해 장비와 인력을 투입하는 공공 제설체계를 가동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골목과 보도를 동시에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면도로와 공동주택 주변 등 생활 밀착 구간에서는 주민 참여를 핵심 축으로 한 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올해 처음 도입된 ‘공동주택 제설 참여 인센티브’다. 제설기간 동안 단지 주변 보도와 이면도로 눈치우기에 적극 참여한 2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 향후 ‘공동주택 지원사업’ 선정 시 최대 5%의 추가 가산점을 부여한다. 공동주택 지원사업은 노후시설 보수, 안전시설 개선 등 주거환경 개선 비용을 최대 90%까지 지원하는 제도로, 제설 인센티브가 적용될 경우 지원 비율은 최대 95%까지 확대된다.
이는 제설을 단순한 의무나 캠페인이 아니라, 공동체 활동의 성과로 인정해 행정적 혜택으로 환원하는 구조다. 참여를 원하는 공동주택은 제설 활동 사진을 촬영해 동주민센터 또는 도로과에 제출하면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제설이 곧 ‘주거환경 관리 역량’으로 평가되는 셈이다.
주민 개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눈치우기 인증샷 이벤트’는 연령이나 거주 형태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골목길이나 내 집·내 점포 앞에서 눈을 치우는 모습을 사진으로 제출하면 된다. 우수 작품으로 선정될 경우 5만 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이 지급된다.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제설 활동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소셜 캠페인 성격을 띤다.
또한 양천구는 ‘우리동네 눈치우기 자원봉사단’을 운영해 공공 제설을 보완한다. 자원봉사단은 1365 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제설 요청 문자를 받은 뒤 지정된 공공구역에서 활동하면 최대 2시간의 봉사시간이 인정된다. 운영 기간은 내년 3월 15일까지로, 겨울철 상시 대응체계를 유지한다.
이와 함께 구는 ‘내 집, 내 점포 앞 눈치우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는 법적 의무를 강조하기보다는, 이웃 안전을 위한 생활 실천이라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보행자 낙상 사고의 상당수는 대로변이 아닌 집 앞 보도와 상가 인근에서 발생하는 만큼, 주민의 즉각적인 제설이 사고 예방에 결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 제설 효과를 넘어, 장기적인 도시 운영 방식의 변화를 시사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설과 이상기후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행정 인력과 장비만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역 공동체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천구의 제설 정책은 ‘주민 참여’라는 추상적 구호를 구체적인 인센티브와 제도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설을 하면 혜택이 돌아오고, 그 혜택이 다시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는 자율 제설을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지속 가능한 생활 문화로 정착시키는 기반이 된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폭설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와 생활 밀착 대응이지만, 행정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내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바로 내 집 앞 눈부터 치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과 행정이 함께 만드는 제설 문화가 안전한 겨울 도시의 기준이 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겨울철 제설은 단순한 환경미화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다. 양천구의 주민참여형 제설대책은 ‘행정이 모두 책임지는 도시’에서 ‘주민과 함께 관리하는 도시’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눈을 치우는 작은 행동이 공동체 신뢰로 이어질 때, 도시의 겨울은 한층 안전해질 것이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