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 정책의 성패는 단순한 행사 수나 공연 횟수가 아니라, 예술인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갖췄는지에 달려 있다. 특히 청년예술인의 경우 창작 역량은 충분하지만, 초기 활동 비용과 발표 기회 부족으로 현장을 떠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양천구가 문화예술 지원 정책의 방향을 한층 더 분명히 하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공모사업에 선정된 지역문화예술단체 전통예술 공연 모습(사진=양천구청) |
양천구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의 안정적인 창작환경 조성과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26년 문화진흥기금 지원사업’ 공모를 시작하고, 오는 2월 13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는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예술 활동의 실제 구조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지원 규모와 방식 모두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문화진흥기금 지원사업의 총 규모는 2억 4천만 원이다. 지원 대상은 △청소년 △청년 △장애인 △문화예술단체 등 4개 부문으로 세분화돼 있으며, 개인 예술인부터 단체까지 폭넓게 포괄한다. 양천구는 이를 통해 특정 장르나 세대에 치우치지 않고, 지역 문화예술의 다양성과 연속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청년예술인 지원 확대다. 양천구는 최근 몇 년간 지역 내 청년예술인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 청년 부문 지원 예산을 기존 3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3배 이상 늘렸다. 이는 단순한 예산 증액을 넘어, 청년예술인을 지역 문화정책의 핵심 주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원 방식 역시 현실성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재료비, 대관료 등 직접적인 사업경비 위주로만 사용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홍보비와 일부 해외결제 항목까지 지출 가능 범위에 포함했다. 공연·전시 이후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홍보, 해외 교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 비용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예술 활동의 전 과정이 보다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청소년·청년·장애인 문화예술인의 경우 개인별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자는 △문화예술 창작활동 및 공연·전시 개최 △해외 문화예술 교류 △국·내외 대회 참가 중 한 가지 유형을 선택해 지원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각자의 활동 단계와 방향에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화예술단체 부문에는 총 9천만 원이 배정됐다. 관내에서 활동하는 민간 문화예술단체를 대상으로, 사업계획에 따른 공연·전시·기획 활동비를 지원한다. 이는 단체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기반 창작 활동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양천구는 단순히 예산을 집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원사업 이후의 흐름까지 함께 설계하고 있다. 문화진흥기금 지원을 받은 예술인들과 함께 연말 성과공유회를 개최해, 한 해 동안의 창작 결과를 구민에게 공개하고 예술인 간 교류와 협업의 기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개별 예술인의 성과를 지역 문화 자산으로 확장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협업과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 지점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공모 신청은 양천구청 홈페이지 고시·공고 게시판에서 신청 서식을 내려받아 작성한 뒤, 양천구청 문화과에 방문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는 사업계획의 완성도, 활동 실적, 지역 문화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 심의를 거친 뒤 3월 중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선정된 예술인은 4월부터 12월까지 본격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추진하게 된다.
한편 양천구는 지역예술인의 작품 홍보와 경력 성장을 돕기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구청 로비에 운영 중인 ‘양천예술인 갤러리’ 전시의 경우, 기존에는 지역 시각예술단체 추천 방식으로 작가를 선정해 왔으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공모제를 도입해 관내 시각예술인 누구에게나 전시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행정 편의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보다 개방적이고 공정한 문화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지역예술인이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야 지역 문화도 함께 성장한다”며 “지원 규모와 방식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 다양한 예술 주체를 폭넓게 지원하고, 이를 통해 양천구만의 문화예술 경쟁력을 단계적으로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문화정책은 단기간의 성과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청년예술인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 주체가 지역에 뿌리내리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때, 문화는 소비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이 된다. 양천구의 이번 문화진흥기금 지원사업은 예산 규모 이상의 의미를 지닌 정책 실험으로 평가된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