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저트가 전 세계 젊은 세대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 잡는 과정은 의외로 소박한 장면에서 시작됐다. SNS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로 떠오른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는 중동식 면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를 갈아 만든 속재료를 코코아 마시멜로 반죽으로 감싸 만든 ‘K디저트’. 원형인 두바이 초콜릿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것)는 아이브(IVE) 멤버 장원영이 즐겨 먹는 모습이 포착되며 불이 붙었다. 그러나 확산의 엔진은 팬심만이 아니었다. 먹는 장면이 곧 공유 가능한 이야기가 되고, 사진과 짧은 영상이 디저트를 하나의 스타일로 포장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 [코리안투데이] 장원영 등 유명 셀럽들이 SNS를 통해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인증샷을 올리며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사진제공: 장원영 SNS 캡쳐) ⓒ 박찬두 기자 |
영국 BBC가 한국의 디저트 문화를 조명하며 주목한 지점도 여기에 있다. 한국 디저트는 맛에만 머물지 않고, 시각적 화려함과 촬영·공유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를 갖추며(Instagrammable, ‘사진발이 잘 받는’이라는 뜻의 디지털 신조어) 젊은 층에게 일종의 패션 아이템처럼 소비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디저트는 더 이상 ‘간식’에 그치지 않는다. 경험하고, 기록하고, 전파하는 문화 단위로 기능한다.
이 흐름이 흥미로운 이유는, K-디저트가 결코 현대적 쿠키에만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전통의 취향을 세련되게 소비하는 경향)’ 트렌드는 약과, 개성주악( 찹쌀가루에 멥쌀가루나 밀가루를 섞고 막걸리나 소주로 익반죽하여 둥글게 빚은 뒤 기름에 지져낸 떡), 인절미 같은 전통 간식을 ‘로컬 델리(지역성 기반의 고급 간식)’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뉴욕과 파리의 팝업 스토어에서 쌀가공식품과 전통 과자를 찾는 줄이 매일 아침 이어지고, 매대 앞의 열기는 낯선 전통이 새로운 표준으로 번역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 [코리안투데이] 두쫀쿠의 모습(사진제공: joongang) ⓒ 박찬두 기자 |
숫자는 이 변화를 더 명백하게 드러낸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쌀가공식품 및 과자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 이상 성장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통 간식의 세계화가 감각적인 스토리텔링에 그치지 않고, 수출 효자 품목으로 급부상하는 산업적 결과로 연결됐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K-디저트인가. 해외 전문가들이 꼽는 핵심 키워드는 ‘식감’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이른바 ‘겉바속쫀’의 질감은 서구권의 정형화된 디저트 상식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쿠키 한 조각에서도 두께와 탄성, 부서짐과 늘어남이 동시에 설계되고, 떡과 한과는 씹는 시간 자체를 ‘체험’으로 바꾼다. 여기에 흑임자·쑥·오미자 같은 전통 식재료가 더해지며, 단맛이 과도하게 치고 나가지 않으면서도 풍미가 깊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건강’은 단순한 영양의 문제가 아니라, 재료 서사와 향의 균형으로 소비된다.
![]() [코리안투데이] 생크림 찹쌀떡의 모습(사진제공: 익산농협) ⓒ 박찬두 기자 |
확산의 경로 또한 K-디저트의 독특한 경쟁력이 된다. 국내 편의점 업계(CU, GS25 등)의 해외 진출은 그 자체로 ‘디저트 실크로드’를 형성한다. 몽골,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 뻗어나간 한국 편의점은 두쫀쿠, 생크림 찹쌀떡 같은 한국형 PB 디저트를 현지 일상으로 밀어 넣는다. 이는 단순 수출을 넘어, 진열대·가격대·구매 동선이라는 생활 인프라를 통해 한국식 간식 경험을 표준화하는 과정이다. 결국 먹어보는 한류가 살아가는 한류로 변환된다.
전문가들이 이번 흐름을 단발성 유행과 구분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과거 탕후루 같은 급등락형 트렌드가 희귀함과 즉시성에 기대었다면, 두쫀쿠와 K-디저트는 라이프스타일과 결합해 지속성을 확보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도쿄의 외식 트렌드 컨설턴트는 KOTRA 인터뷰에서, 현재의 K-스위츠 붐이 젊은 세대의 인증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식 베이글이나 크룽지처럼 식사와 간식의 경계를 허무는 제품이 포만감과 가성비를 동시에 잡아 장기 흥행의 기반을 만든다는 평가가 덧붙는다. 디저트가 ‘배를 채우는 간식’이자 ‘취향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면, 유행의 수명은 길어진다.
![]() [코리안투데이] 약과의 모습(사진제공: 한식문화사전) ⓒ 박찬두 기자 |
산업 심리 전문가의 해석은 또 다른 축을 비춘다. 지데일리 보도에서 언급되듯, 두쫀쿠의 성공 요인으로 ‘이국적인 요소와 한국식 쫀득함의 결합’이 거론된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희소성 마케팅이 MZ세대의 경험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디저트 자체를 콘텐츠로 격상시킨다. 한정 수량, 특정 매장, 특정 시간의 구매 경험이 곧 서사가 되고, 서사는 다시 구매를 부른다. 맛은 입에서 끝나지 않고, 이야기로 확장된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2026년으로 향한다. 전망은 한결같이 ‘K-푸드의 메인스트림 편입’을 가리킨다. 글로벌 트렌드 기관들은 K-푸드가 더 이상 아시아 음식의 하위 범주가 아니라 독자적 카테고리로 분류되기 시작했다고 내다본다(니치, niche:소수 취향의 틈새 시장. 메인스트림, mainstream: 대중적 중심 시장). 이 변화는 분류표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과 메뉴 개발의 질서를 바꾸는 신호다. ‘별도 카테고리’가 되는 순간, 소비자는 더 자주 접하고 기업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 [코리안투데이] 개성주악위 모습(사진제공: 나무위키) ⓒ 박찬두 기자 |
또 하나의 가속 페달은 푸드테크와의 결합이다. 앞으로의 한류 음식은 맛을 넘어 AI 기반 초개인화 식단(개인 취향·건강 데이터에 맞춘 추천·구성)이나 친환경 패키징과 결합한 전략 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디저트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맛의 표준화, 유통 안정성, 알레르기·당류 관리 같은 ‘보이지 않는 품질’이 기술과 만나면, K-디저트는 더 넓은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한다.
수출 역시 계속해서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년에도 권역별 전략 품목을 육성해 약과·떡 등 가공식품 수출이 매년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디저트는 전통의 재료를 현대의 언어로 번역하고, SNS와 편의점이라는 생활 채널을 타고 확산하며, 데이터와 기술로 지속성을 보강한다. 이 조합은 유행의 공식이 아니라 산업의 공식에 가깝다.
![]() [코리안투데이] 인절미의 모습(사진제공: 나무위키) ⓒ 박찬두 기자 |
과거의 한류가 ‘보는 음악(visual music)’이었다면, 지금의 한류는 ‘맛보는 문화(tasting culture)’라는 말이 점점 설득력을 얻는다. K-디저트는 한국 문화가 가진 섬세함과 창의성을 가장 간결하게 보여주는 매개체다. 그리고 지금 세계인의 식탁 위에서 한국의 디저트는 특별한 경험을 넘어 당연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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