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7] 한 마리 말이 서쪽으로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

조조가 상부의 대문을 뒤로 두고 말 위에 올라탄 그 오전, 낙양의 서남쪽 성문이 크게 열렸다. 말발굽이 성문의 돌바닥 위에서 크게 튀었고, 성문 바깥의 먼지가 조용히 피어올랐다. 조조가 성문 바깥에 닿자마자 고삐를 동쪽으로 돌렸다. 한 마리 말의 방향이 서쪽 문에서 동쪽 길로 단숨에 돌려지고 있었다.
대청 안쪽에서 동탁이 침상에 기댄 채 칠성보도의 일곱 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포가 대청 안으로 돌아왔다. “승상. 조 맹덕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옵니다. 뒷목에 식은 땀이 길게 흐르고 있었고, 말 위에 올라탄 다음 동남쪽으로 말을 돌렸사옵니다.”
이유(李儒)가 그 마디를 듣고 낮게 웃었다. “승상. 조조가 오늘 아침 승상께 칼을 바친 것이 아니옵니다. 그는 칼을 꺼내었다가 거울의 반짝임 때문에 손을 늦춘 것이옵니다. 서둘러 사람을 보내시어 그의 집을 확인하시옵소서. 만약 그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아니하고 곧장 동문 밖으로 말을 달려 나가 버렸다면, 그것이 곧 증거이옵니다.”
동탁이 군사 네 명을 조조의 집으로 보내었다. 얼마 뒤 보고가 돌아왔다. “조 맹덕은 집에 돌아가지 아니하였사옵니다. 말 위에 올라탄 채로 곧장 동문을 나가 버렸다 하옵니다.” 동탁의 두 눈이 크게 벌어졌다. “내가 그자를 그렇게 후하게 대하였는데, 이놈이 도리어 나를 죽이려 들었다니.” 동탁이 격문을 사방에 내렸다. 조조의 얼굴이 그려진 한 장의 방(榜)이 낙양의 모든 성문에 붙었다.
낙양에서 백오십 리 떨어진 중모현(中牟縣)의 작은 관문. 관문의 수문장이 조조의 방을 벽에 걸어 두고 있었다. 아침이 깊어 갈 즈음, 한 마리 말이 관문 앞쪽에 도달했다. 말 위 사람의 얼굴이 방의 그림과 닮아 있었다. 수문장이 창을 앞으로 들었고, 말에서 내려온 사람이 묶였다.
수문장이 현령의 관아로 그 사람을 끌고 갔다. 중모현 현령의 이름은 진궁(陳宮). 자는 공대(公臺). 낮은 자리의 젊은 관리였다. 그의 두 눈이 잡혀 온 사람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본 일이 있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의 안쪽에서 오래된 한 호흡이 떠올랐다.
“너의 이름이 무엇인가.”
“저의 이름은 황보(皇甫)라 하옵니다. 오늘 아침 낙양에서 친척의 일을 보고 돌아가는 장사꾼이옵니다.”
진궁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손이 벽에 걸린 방을 가리켰다. “이 방의 그림이 너의 얼굴과 정확히 닮아 있다. 너는 조 맹덕(曹孟德)이 맞지.”

조조가 한참 침묵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진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공대. 한 사람의 목숨을 이 자리에서 거두실 수 있으시오. 다만 한 가지만 들으시오. 나 조조가 동탁을 섬기려 한 것이 아니라 동탁을 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 여기에 도달한 것이오. 조상국의 은혜를 저버릴지언정, 천하의 의(義)를 저버리지 아니하오. 이 목을 조정으로 보내어 동 태사의 상을 받으시든, 이 사람을 풀어 길을 열어 주시든, 선택은 공대의 자리에 있소.”
진궁이 한참 조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 호흡이 두 사람 사이에 멎어 있었다. 진궁의 두 눈 안쪽에서 작은 빛이 떠올랐다. 방의 그림을 벽에서 내렸다. 손으로 조조의 묶인 손을 조용히 풀었다.
“맹덕. 이 작은 현령의 자리가 오늘 아침에 천하의 의 앞쪽에서 작게 보였소. 이 자리를 접어 두고, 오늘 밤 나도 당신과 같이 길을 떠나려 하오. 이 옥(獄) 안쪽에서 당신의 얼굴을 알아본 것이 이 진궁의 이 생의 가장 큰 알아봄이오.”
조조가 고개를 깊게 숙였다. “공대의 이 알아봄을 이 조조가 평생 한 번도 잊지 아니하겠소.”
그 밤, 두 사람이 말 두 필에 올라타고 중모현의 뒷문을 조용히 나왔다. 길의 방향은 동쪽이었다. 조조의 고향 초(譙) 쪽이었다. 한 마리 말이 서쪽의 낙양을 등지고 동쪽으로 달리는 아침이 오늘 오전에 열렸고, 밤이 깊어 갈 즈음 두 마리의 말이 같이 동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한 마리에서 두 마리가 되기까지 한 호흡이 하루였다.
Book 1의 열일곱 번째 밤이 중모현 뒷길의 두 마리 말 발굽 아래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獄中識(옥중식, 옥 안쪽에서 알아본 자리)의 세 글자가, 작은 관아의 옥 안쪽에서 서로의 얼굴을 알아본 두 사람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16의 헌도계의 거꾸로 쥔 칼이, 오늘 밤 두 사람의 같은 방향의 말고삐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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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두기 — 정사(正史) vs 연의(演義)
🟢 정사 『삼국지』 무제기(武帝紀)와 배송지(裴松之) 주의 『세어(世語)』·『위서(魏書)』는 조조(曹操)가 낙양에서 동탁의 의심을 피해 성명을 숨기고 동쪽으로 달아났음을 분명히 기록한다. “卓以爲疑, 操乃變易姓名間行東歸(탁이위의, 조내변역성명간행동귀)”의 구절이 정사의 기록이다. 🟢 그 도주 중 중모현(中牟縣)의 관문에서 관문 병사에게 붙잡힌 사실 또한 정사의 기록이다. 🟡 배송지 주는 중모현 현령이 조조의 얼굴을 알아본 구체 장면과 그 현령이 조조를 풀어 준 이름에 대해 여러 이설을 함께 전한다. 진궁(陳宮, 자 공대 公臺)의 이름이 이 자리와 결부된 것은 『삼국지연의』 4회의 각색에 크게 기대어 있다. 🟠 『삼국지연의』 4회는 이 장면의 구체 구도 — 진궁이 현령의 자리를 접고 조조와 같이 동행하는 결 — 을 극화한다. 본편은 이 각색의 틀을 그대로 따르되, 옥 안쪽의 한 번의 알아봄의 호흡에 집중하였다. 🔴 본편의 “獄中識(옥중식)” 3자 창작과, 한 마리 말이 낙양의 서문을 나가 동쪽으로 돌아선 뒤 두 마리 말로 이어진다는 거울 해석은 본편의 재구성이다. 한자 창작의 계보가 오늘 열일곱 번째 자리에 도달하였다.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작은 관아의 옥 안쪽에서 한 얼굴을 알아본 사람이 있지요. 방의 그림을 벽에서 내리고, 자기 자리를 접어 다른 사람의 길에 같이 발을 내딛는 알아봄이옵니다. 오늘 밤 당신의 앞쪽에도, 오래 만난 일이 없는 얼굴을 알아보는 자리가 혹시 있으신지요. 그 알아봄의 결을 한결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그 해, 지구 반대편에서는…
서기 190년 늦여름, 로마의 코모두스의 도성 로마의 변두리, 작은 방진(castellum)에서 도주 중이던 한 장교가 관문 수비대에 붙잡혔다고 전해집니다. 방진의 젊은 백인대장이 그 장교의 얼굴을 옥 안쪽에서 알아보고, 수비의 자리를 접어 그 장교의 길에 같이 발을 내딛었다지요. 라틴어의 구절 “agnitio in carcere(옥에서의 알아봄)”이 그 늦여름 방진 기록의 모서리에 새겨졌다고 합니다. 동쪽 끝의 중모현 옥 안쪽에서 진궁이 조조의 얼굴을 알아보던 그 밤, 서쪽 끝의 방진의 옥 안쪽에서도 같은 방식의 알아봄이 일어나고 있었지요.
📅 내일 Day 18: 거울이 먼저 돌아섰다
“조조와 진궁의 두 마리 말이 조조의 고향 초(譙)의 마을 길가에 도달하였다. 오래된 친구 여백사(呂伯奢)의 집 마당 안쪽에서, 거울이 먼저 돌아서고 있었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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