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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A 삼국지 365

[Day 20] 천하의 제후들께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

기사입력 기사번호 5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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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0] 천하의 제후들께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20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20 헤더 일러스트

격문(檄文)이 진류를 떠나던 아침, 조조가 부하 한 사람씩에게 한 통의 글을 맡겼다. 글은 총 열일곱 통이었다. 똑같이 베껴 쓴 글이었으나, 각 통의 수신자 이름이 따로 써 있었다. 그 이름을 적어 넣는 동안 조조의 붓끝이 한 번씩 멈추었다. 그 멈춤에서, 오늘 진류의 마당 바깥쪽으로 한 가닥의 실이 한 방향씩 풀려 나가고 있었다.

첫 번째 통은 후장군(後將軍) 남양(南陽) 태수 원술(袁術)에게로 돌아갔다. 두 번째는 기주(冀州) 자사 한복(韓馥), 세 번째는 예주(豫州) 자사 공주(孔伷), 네 번째는 연주(兗州) 자사 유대(劉岱), 다섯 번째는 하내(河內) 태수 왕광(王匡), 여섯 번째는 진류(陳留) 태수 장막(張邈), 일곱 번째는 동군(東郡) 태수 교모(喬瑁)에게로 건너갔다.

조조의 붓끝이 여덟 번째 이름 앞에서 더 오래 멈추었다. 산양(山陽) 태수 유유(劉繇). 아홉 번째는 제북(濟北) 상(相) 포신(鮑信). 열 번째는 북해(北海) 태수 공융(孔融). 열한 번째는 광릉(廣陵) 태수 장초(張超). 열두 번째는 서주(徐州) 자사 도겸(陶謙).

열세 번째는 서량(西涼) 태수 마등(馬騰). 열네 번째는 북평(北平) 태수 공손찬(公孫瓚). 열다섯 번째는 상당(上黨) 태수 장양(張楊). 열여섯 번째는 오정후(烏程侯) 장사(長沙) 태수 손견(孫堅).

그리고 열일곱 번째의 이름 앞에서, 조조의 손끝이 가장 오래 정지하였다. 기향후(祁鄉侯) 발해(渤海) 태수 원소(袁紹).

원소의 이름 위에 붓이 내려앉는 그 한 호흡에, 조조가 속으로 조용히 웃었다. 이 사람은 낙양의 사도 왕윤의 집에서 조조가 마주쳤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지난 시절 대청에서 “이 늙은이는 울음만으로 무엇을 이루겠소이까”라고 조조가 비웃었을 때에도, 옆자리에서 오래 침묵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오늘 조조가 그의 이름 위에 ‘본초(本初)’의 자(字)를 더 적었다. 그 자가 종이 위에 내려앉는 한 호흡에, 한 시대의 한쪽 날개가 접혔다가 다시 펼쳐지고 있었다.

삼국지 365 Day 20 중간 일러스트

격문의 본문은 짧았다. 조조가 길게 쓰지 아니하였다. 사람을 움직이는 글은 길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서른다섯 해 동안 배워 왔다.

“조(操) 등이 삼가 대의(大義)로써 천하에 고하노라. 동탁이 하늘을 속이고 땅을 덮으며, 나라를 멸하고 임금을 시해(弒害)하였고, 궁궐을 더럽히고 백성을 해쳤으니, 낭려(狼戾)하고 불인(不仁)하여 죄악이 충적(充積)하였도다. 이제 천자의 밀조(密詔)를 받들어 의병(義兵)을 크게 모아 화하(華夏)를 쓸고 뭇 흉악한 무리를 베고자 한다. 바라건대 의로운 군사를 일으켜 함께 공분(公憤)을 씻고 왕실(王室)을 부지(扶持)하고 창생(蒼生)을 구원하라. 이 격문이 이르는 날 속히 받들어 행하길 바라노라.”

열일곱 명의 사자가 진류의 마당을 나섰다. 일곱 사자는 북쪽으로, 여섯 사자는 남쪽으로, 세 사자는 서쪽으로, 한 사자는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 장의 격문이 열일곱 갈래로 갈라진 아침이었다. 한 가닥의 실이 한 방향씩 풀려 나가는 그 마당 안쪽에서, 조조의 붓끝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얼마 뒤, 열일곱 갈래의 실이 답신을 싣고 돌아왔다. 원술이 승낙, 한복이 승낙, 공주·유대·왕광·장막·교모·유유·포신·공융·장초·도겸·마등·공손찬·장양·손견이 차례로 승낙의 한 줄을 보내왔다. 마지막으로 원소의 큰 인장이 찍힌 한 장의 답이 돌아왔다. 원소가 맹주(盟主)의 자리를 받겠다는 한 줄이 그 종이 안쪽에 적혀 있었다.

Book 1의 스무 번째 아침이 진류의 마당 안쪽 붓끝 위에서 조용히 열렸다. 討卓檄(토탁격, 동탁을 치는 격문)의 세 글자가, 한 장의 글이 열일곱 갈래로 갈라져 다시 한 자리의 맹주 인장 안쪽으로 모여드는 자세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19의 수의기(垂衣旗) 흰 깃발의 두 글자가, 오늘 열일곱 갈래 답신의 한 가닥으로 확장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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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20 마무리 일러스트

📌 알아두기 — 정사(正史) vs 연의(演義)

🟢 정사 『삼국지』 위서 무제기(武帝紀)와 원소전(袁紹傳)은 서기 190년 초에 관동의 제후들이 동탁을 토벌하기 위한 연합군을 결성하였음을 분명히 기록한다. 🟢 원소(袁紹, 발해 태수)가 맹주로 추대되었음과 조조가 분무장군(奮武將軍)의 자리로 참가하였음도 정사의 기록이다. 🟡 배송지(裴松之) 주의 파편은 이 연합군에 참가한 제후의 구체 이름 리스트에 여러 이설이 함께 존재함을 전한다. 본편의 열일곱 명 리스트는 연의의 리스트를 그대로 따랐다. 🟠 『삼국지연의』 5회는 이 열여덟 길(十八路) 제후의 구체 리스트와 조조 격문의 구체 문장을 극화한다. 본편은 이 각색의 틀을 그대로 따르되, 열일곱 갈래의 실이 한 맹주의 인장 안쪽으로 다시 모여드는 자세에 집중하였다. 🔴 본편의 “討卓檄(토탁격)” 3자 창작과, 한 장의 글이 한 가닥의 실로 갈라져 다시 한 자리의 인장 안쪽으로 모여드는 거울 해석은 본편의 재구성이다. 한자 창작의 계보가 오늘 스무 번째 자리에 도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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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장의 글이 열일곱 갈래로 갈라져 한 가닥의 실의 방향으로 떠났다가, 한 인장 안쪽으로 다시 모여드는 아침이 있지요. 글이 길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의 결이 낮게 내려앉았기에 움직이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아침 당신의 붓끝에도, 낮게 내려앉은 한 결이 혹시 있으신지요. 그 내려앉음을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그 해, 지구 반대편에서는…

서기 190년 겨울, 로마 코모두스 치하 이탈리아 변두리의 집무실에서, 한 변방 지휘관이 열일곱 통의 공개 서한을 각 군단 장군들에게 돌렸다고 전해집니다. 한 장의 글이 열일곱 갈래의 실로 갈라져 떠났다가, 최고 지휘관의 인장 안쪽으로 다시 모여들었다지요. 라틴어 구절 “litterae publicae(공개 서한)”가 그 겨울 집무실 기록의 모서리에 새겨졌다고 합니다. 동쪽 끝 진류의 마당에서 열일곱 통의 격문이 한 가닥씩 떠나가던 그 아침, 서쪽 끝 집무실의 서한도 같은 방식으로 열일곱 갈래로 갈라지고 있었지요.

📅 내일 Day 21: 한 잔만 따라 주십시오

“열여덟 길 제후의 연합군이 낙양 북쪽 벌판에 모였다. 관우가 원소의 자리 앞에 서서, 한 잔의 술을 청하였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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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삼흠 평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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