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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A 삼국지 365

[Day 52] 순욱의 한 마디

2월 · 주인 없는 칼 | 약 3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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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2] 순욱의 한 마디

2월 · 주인 없는 칼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52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52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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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제의 어가가 허창을 향해 움직이는 그 밤, 조조의 장막 안쪽에서 한 모사가 낮은 한 마디를 주공의 귓가에 올리고 있었다.

모사의 이름은 순욱(荀彧), 자는 문약(文若). 영천(潁川) 영음(潁陰) 사람이었다. Day 43에서 조조의 장막 앞에 꿇어앉았던 여덟 이름 중 한 사람이었다. 오늘 밤 그의 한 마디가 천하의 한 결을 정하는 첫 문장으로 놓이고 있었다.

순욱이 낮은 목소리로 여덟 글자를 꺼냈다. “奉天子以令諸侯(봉천자이령제후).” 천자를 받들어 천하의 제후를 명하는 큰 계책의 첫 마디였다.

“주공. 천하의 제후 가운데 지금 누구의 이름이 가장 큰가. 원소(袁紹)이옵고 원술(袁術)이옵고 유표(劉表)이옵니다. 이 세 사람의 이름이 주공의 이름보다 몇 결 더 크옵니다. 다만 한 가지, 이 세 사람 가운데 어느 누구도 천자를 곁에 두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오늘부터 주공께서 천자를 곁에 두시면, 천하 모든 제후의 이름이 주공의 이름의 그늘 아래에 놓이게 되옵니다. 주공의 군대의 수보다, 주공의 이름 앞에 얹힌 천자의 이름이 더 큰 힘이 되옵니다.”

조조의 두 눈이 크게 벌어졌다. 한 호흡 침묵한 뒤에 낮게 답하였다. “문약. 자네의 한 마디가 오늘 밤 조용히 내려앉았네. 천자를 허창의 지붕 아래에 모셨으니, 이제부터 이 계책의 첫 걸음을 시작하겠네.”

순욱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의 손이 붓을 들어 한 장의 조서의 첫 줄을 낮게 적어 나갔다. 천자의 이름으로 천하의 제후에게 내려질 첫 조서의 첫 줄이었다. “승상(丞相) 조 맹덕이 천자의 명을 받들어 천하의 제후를 하나의 법 아래에 놓노라.”

삼국지 365 Day 52 중간 일러스트

그 밤이 새벽에 닿기 전에, 한 장의 조서가 완성되었다. 조서의 인(印)의 자리에는 헌제의 손이 직접 누르게 될 자리가 남겨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 인이 눌려, 조서가 천하의 제후에게 내려가게 될 것이었다.

조조가 순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문약. 오늘 밤의 한 마디가 삼십 년 서사의 첫 줄이네.” 순욱이 조용히 웃었다. 그 웃음 안쪽에 한 결의 자각이 함께 묻혀 있었다. 자기 마디의 뒤쪽에 오래 이어질 조정의 긴 밤들이 오늘 이미 보이고 있었다.

한편 원소의 기주(冀州) 본진에서, 모사 저수(沮授)가 원소의 귓가에 같은 결의 한 마디를 한 해 전에 올린 일이 있었다. “주공. 천자를 업(鄴)으로 모셔 오시옵소서. 천자를 곁에 두신 뒤에 천하의 제후를 명하시옵소서.” 원소가 망설이다가 그 청을 물리쳤다. 원소 본진의 등불 아래에 오래 놓여 있던 모사의 한 마디가, 오늘 밤 조조의 장막 등불 아래 순욱의 한 마디로 옮겨 와 있었다. 한 사람이 놓친 한 마디를 다른 사람이 받은 밤이었다.

Book 2의 쉰두 번째 밤이 조조의 장막 등불 아래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奉令一(봉령일, 봉천자의 첫 마디)의 세 글자가, 한 사람이 놓친 한 마디가 다른 사람의 귓가에 놓인 한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51의 灰都遷의 어가의 바퀴가 오늘 밤 조서의 인의 자리 앞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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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52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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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사람이 놓친 마디가 다른 사람의 귓가에 놓이는 밤이 있지요. 같은 한 결의 마디가 한 사람의 망설임 속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사람의 받아들임 속에서 한 서사의 첫 줄로 적혀 내려오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밤 당신의 귓가에도, 누군가 놓친 마디가 혹시 놓여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놓임의 결을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내일 Day 53: 허도의 첫 아침

“헌제의 어가가 허창에 도달한 다음 날 아침, 조정의 첫 조회(朝會)가 허도의 정전(正殿) 위에서 열렸다. 조조가 대장군의 자리에 나아가 천자의 옆에 섰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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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삼흠 평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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