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9] 참칭의 꿈
2월 · 주인 없는 칼 | 약 3분 읽기

원문의 화살이 싸움을 잠재운 지 몇 달이 지난 뒤, 수춘(壽春)의 탁자 위에서 한 조각의 옥새가 한 사람의 꿈을 차갑게 물들이고 있었다.
원술(袁術)이 수춘 내실(內室)의 탁자 위에 스스로 한 장의 서(書)를 펼쳐 놓았다. 첫 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한(漢)의 기수(氣數)가 저물고, 원씨(袁氏)의 별이 중천에 올랐다. 원공(袁公)을 황제(皇帝)로 추대(推戴)하노라.” 원술의 손 안쪽 옥새가 불빛 아래 조용히 번쩍였다.
원술이 장사(長史) 양대장(楊大將)을 불렀다. “한의 하늘이 이미 저물었다. 이 옥새가 내 손에 들어온 것이, 하늘의 뜻이 아닌가. 오늘부터 나는 중씨(仲氏)의 이름으로 황제(皇帝)의 자리에 오르리라.” 양대장이 고개를 낮게 숙이며 간(諫)하였다. “주공. 한의 사백 년 하늘이 아직 완전히 저물지는 아니하였사옵니다. 지금 이름을 부풀리면 천하의 모든 칼이 주공의 이름 아래로 모여 올 것이옵니다.”
원술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두려워 마라. 내 이름의 그늘은 천하의 칼보다 크다.” 그 한마디가 수춘의 탁자 위에 싸늘하게 놓였다.
그 며칠 사이에 한 자루의 병(兵)과 한 장의 제복(帝服)이 수춘 창고 안쪽에 쌓였다. 원술이 스스로의 자(字)를 중가(仲家)라 호(號)하였다. 참칭(僭稱)이었다. 조정의 이름을 스스로 가져다가 자기 이름 위에 얹은 것이다.

그 소식이 허도의 조조의 귓가에 도착하였다. 조조가 크게 웃었다. “원술이 스스로의 목을 자기 손으로 땅 위에 놓았구나. 천자(天子)의 이름을 가진 이 자리에서, 참칭한 자의 머리를 거두어 주는 것이 나의 첫 공(功)이 될 것이다.” 순욱이 낮게 이었다. “주공. 한 장의 조서가 천하의 모든 제후에게 내려가게 하시옵소서. 수춘의 참칭을 치라는 한 줄이옵니다.”
그 소식이 강동의 손책의 귓가에도 닿았다. 손책이 주유 앞에서 낮게 웃었다. “원술이 아버지의 옥새를 품속에 간직하더니, 오늘 그 옥새의 표면 위에 스스로의 꿈을 얹어 버렸네. 이 꿈은 원술을 삼키고 말 것이네. 우리는 이때에 수춘과의 연(緣)을 끊어야 하네.” 주유가 낮게 답하였다. “형님. 오늘 한 장의 서(書)를 원술에게 보내시옵소서. 관계(關係)를 끊는다는 한 줄을 분명히 적으시옵소서. 그 뒤에는 우리가 강동의 땅을 지키며 허도의 조서를 기다리면 되옵니다.”
그 밤 손책이 한 장의 절연서(絶緣書)를 썼다. 첫 줄에 이렇게 놓였다. “강동의 손책은 한의 신하이지, 참칭의 신하가 아니옵니다. 오늘부터 수춘의 하늘과 강동의 하늘이 서로 다른 하늘이옵니다.” 사자가 말을 타고 수춘 쪽으로 길을 떠났다. 옥새를 담보로 맡긴 그 탁자로부터, 오늘 밤 한 장의 절연서가 돌아 가고 있었다.
한편 서주의 유비의 귓가에도 그 소식이 도착하였다. 유비가 고개를 깊게 숙였다. “한의 신하로 태어난 몸이, 참칭의 이름 아래에 놓일 수는 없다. 허도의 조서가 내려오면, 서주의 칼이 수춘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관우가 낮게 고개를 숙였다. 장비가 한 잔의 술을 마시며 말하였다. “형님. 오늘의 밤이 옳은 밤이요.”
Book 2의 쉰아홉 번째 저녁이 수춘의 탁자 위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僭號夢(참호몽, 참칭의 이름의 꿈)의 세 글자가, 한 조각의 옥새와 한 장의 제복(帝服)과 한 장의 절연서가 한자리에 놓인 한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55의 借兵璽의 담보가, 오늘 저녁 참칭의 꿈의 첫 얼룩이 되어 탁자 표면 위에 번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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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사람의 손 안쪽에 한 조각의 옥새가 놓인 뒤, 그 옥새의 표면 위에 스스로의 이름을 너무 빨리 얹어 버리는 저녁이 있지요. 그 얹음의 순간에, 그 사람의 이름이 스스로의 목을 땅 위에 놓는 첫 자리가 됩니다. 오늘 당신의 손 안쪽에도, 너무 빨리 얹혀 가려는 이름이 혹시 놓여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얹음의 결을 한결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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