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2] 수춘의 굳은 성문
3월 · 천하의 두 사람 | 약 3분 읽기

네 방향의 칼이 수춘(壽春)의 성문 앞에 도착한 그 저녁, 수춘의 성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북쪽에는 조조(曹操)의 본군이 수춘의 북문(北門) 앞에 진을 쳤다. 동문(東門) 앞에는 유비(劉備)의 보군과 여포(呂布)의 기(騎)가 함께 진을 쳤다. 남문(南門) 쪽에는 장강(長江)의 물길을 따라 손책(孫策)의 수군(水軍)이 배를 띄웠다. 서문(西門)은 여강(廬江)의 길을 막고 남겨 두었다.
수춘의 성벽 위에서 원술(袁術)의 장수 기영(紀靈)이 네 방향의 깃발을 바라보았다. 기영이 낮게 말하였다. “세 문을 걸어 잠그고, 서문은 한 줄기 길로 남겨 두어야 한다. 성을 지키는 자에게는 한 줄기 도망로가 필요하다.” 원술이 단 위에서 그 말을 들었다. 원술의 두 눈이 얕게 흔들렸다. 도망로라는 두 자(二字)가 참칭의 왕의 귓가에 처음으로 낮게 내려앉은 저녁이었다.
네 방향의 장수가 성문 바깥 자리에 모였다. 북쪽의 조조, 남쪽의 손책, 동쪽의 유비와 여포. 네 사람의 손이 같은 탁자 위에 놓였다. 조조가 먼저 말을 꺼내었다. “천자의 조서 아래에서 오늘 네 방향의 칼이 한 자리에 모였소. 공(功)의 순서를 다투지 말고, 성문의 줄을 함께 깨뜨리십시다.”
손책이 낮게 이었다. “남문의 수군은 제가 맡겠사옵니다. 장강의 물결이 남문 벽 아래까지 닿아 있으니, 수공(水攻)의 첫 수를 이 남문에 내려놓겠사옵니다.” 유비가 이었다. “동문은 우리 형제가 맡겠사옵니다. 관우와 장비의 두 자루 무기가 동문의 빗장을 깨뜨릴 것이옵니다.” 여포가 이었다. “동문의 결을 내 방천화극이 함께 맡겠소. 오늘의 칼은 한 방향을 함께 잡는 칼이오.” 조조가 마지막으로 이었다. “북문은 내 본군이 맡겠소. 서문은 남겨 두시오. 도망로가 한 줄기 있어야 성 안쪽의 사람이 한 걸음 더 움직입니다.”

그 밤 수춘의 성 안쪽에서 사자(使者) 한 사람이 서문의 뒷길을 빠져 나왔다. 사자의 품속에 한 장의 서(書)가 들어 있었다. 서의 첫 줄에 이렇게 놓였다. “원술 공께서 한 줄기 도망로를 남겨 두고자 하십니다. 이 길의 끝에 양봉(楊奉)과 한섬(韓暹)의 군이 대기(待機)하도록 한 줄을 올려 주시옵소서.” 사자가 옛 양봉·한섬의 잔당 쪽으로 사라졌다.
조조의 막하 정욱(程昱)이 낮게 간(諫)을 올렸다. “주공. 수춘의 서문이 열려 있사옵니다. 성 안쪽의 사자가 양봉·한섬의 잔당 쪽으로 걸어가고 있사옵니다. 서문의 뒤쪽을 만총(滿寵)에게 맡기시옵소서. 도망로의 끝에서 덫이 놓여야 하옵니다.”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총이 삼천의 경기(輕騎)를 서문 뒤쪽 산길에 숨겨 두었다. 수춘의 성문이 굳게 닫힌 그 밤, 한 줄기 도망로의 끝에 덫의 첫 줄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
수춘의 성 안쪽에서는 원술이 단 아래로 내려와, 제복(帝服)을 벗지 아니하고 한 밤을 보냈다. 면류관의 옥패가 그의 얼굴 위에 낮게 흔들렸다. 열두 줄의 옥패 중 한 줄이 조용히 끊어져 탁자 위에 떨어졌다. 원술의 두 눈이 그 한 줄의 끊어짐을 깊게 내려다보았다. 열두 줄의 관(冠)의 첫 결이 오늘 밤 먼저 땅에 내려앉고 있었다.
Book 3의 예순두 번째 저녁이 수춘의 굳은 성문 앞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壽城閉(수성폐, 수춘의 성이 닫힘)의 세 글자가, 세 문의 걸어 잠김과 서문의 도망로와 면류관 옥패의 끊어짐이 한 자리에 놓인 한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61의 四刀會의 네 방향의 칼이, 오늘 저녁 성문 앞 탁자 위에 함께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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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참칭의 면류관, 그 열두 줄 옥패 중 한 줄이 조용히 끊어져 탁자 위에 떨어지는 저녁이 있지요. 그 한 줄의 끊어짐은 성문 바깥의 네 방향의 칼보다 더 빠르게 그 관(冠)의 결을 먼저 땅에 내려놓는 징후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저녁에도, 너무 일찍 얹은 관의 줄이 혹시 먼저 끊어져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끊어짐의 결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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