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처음 낀 아이에게 세상은 소음 덩어리가 아니라 선물이다. 그림책 『안녕, 루루! 세상은 정말 시끄럽고 즐거워!』는 다섯 살 소년 토리가 보청기 ‘루루’를 만나 소리의 세계로 들어서는 하루를 그린다. 이 책은 난청을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이 열리는 순간으로 다시 쓴다. 조용하던 아이의 세계에 시장의 소음과 다정한 목소리가 차례로 스며드는 과정이 이야기의 뼈대다.
장애를 소재로 한 그림책은 오랫동안 동정이나 계몽의 언어에 갇혀 있었다. 아이를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그리는 서사가 반복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최근 국내외 아동문학은 장애 아동을 이야기의 주변부가 아니라 주인공 자리에 세우는 쪽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인다. 『안녕, 루루!』도 이 흐름 위에 있다. 작가는 토리의 시선을 빌려 소리를 잃은 세계가 아니라 소리를 새로 얻는 세계를 그린다. 보청기는 극복해야 할 장치가 아니라, 엄마 엘라가 건넨 ‘선물’로 등장한다. 장치를 낙인이 아닌 관계의 매개로 그리는 접근이다.

저자 지승주는 필명 토토지(TOTOJI)로 활동한다. 2009년부터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를 운영하며 청각을 잃은 이들에게 소리를 되찾아주는 일을 해왔다. 코리안투데이 종로지부장·중구지부장·송파지부장을 맡아 보건의료 칼럼을 써왔고, 위아 언론인협회장, 위아 평생교육원 전문교수,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도 겸하고 있다.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이력도 눈에 띈다.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 등을 펴낸 뒤 이번에는 그림책으로 눈을 돌렸다. 20년 가까이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얼굴이 토리라는 캐릭터로 이어진 셈이다. 지승주와 JIAN이 함께 이 책을 지었다.
책은 다섯 개 장으로 나뉜다. 1장 ‘소리 없는 세상에 찾아온 선물’에서 시작해 2장 ‘북적북적, 시장의 노랫소리’, 3장 ‘깜짝이야! 마음을 울리는 커다란 소리’, 4장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요’, 5장 ‘세상은 정말 시끄럽고 즐거워!’로 이어진다. 앞뒤로 작가 소개와 등장인물 소개, 작가의 말을 배치해 토리·엄마 엘라·보청기 루루의 관계를 독자가 먼저 파악하도록 했다. 장면마다 소리를 하나씩 늘려가는 구성이어서, 토리가 세계를 확장해가는 속도를 독자도 함께 따라가게 된다.
주 독자는 보청기를 처음 접하는 유아와 그 가족이다. 어린이집·유치원의 장애이해교육 자료로도 쓸 수 있게 짧은 장면 단위로 구성했다. 토리가 겪는 낯섦과 적응 과정은 난청 아동뿐 아니라, 새로운 감각 기기를 처음 접하는 모든 아이에게 걸리는 이야기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보청기를 어떻게 설명할지 막막했던 순간을 대신 짚어주는 대화의 실마리로도 읽힌다.
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토리는 아주 작은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아이예요. 하지만 눈빛은 누구보다 빛나죠.’ 엄마가 보청기를 건네는 장면도 담담하다. ‘토리야, 선물이란다. 이름은 루루야.’ 루루를 귀에 꽂자 세상이 ‘안녕!’ 하고 말을 거는 듯했다는 묘사로, 소리와의 첫 만남을 낮은 목소리로 전한다. 수채화 톤 그림과 짧은 문장이 번갈아 놓여, 소리 없는 페이지 사이사이 여백도 이야기의 일부로 기능한다.
그림책이 다루는 소재는 작가 개인의 직업과 맞닿아 있다.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를 운영하며 축적한 임상 현장의 관찰이, 통계나 인용 없이도 이야기 곳곳에 스며 있다. 시장의 소음, 커다란 울림, 다정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장면 배열은 실제 보청기 적응 과정에서 아이들이 거치는 단계와 닮아 있다. 픽션의 형태를 빌렸지만 뿌리는 현장이라는 뜻이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이 그림책이 실제 장애이해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가다. 저자가 운영하는 보청기센터의 임상 경험이 이야기 밖 교육 자료로 얼마나 확장되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안녕, 루루! 세상은 정말 시끄럽고 즐거워!』는 지승주·JIAN 지음, WIA Book 출간으로 2026년 7월 11일 나왔다.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 형식으로 서비스된다. 도서 상세 정보와 구매는 WIA Book 홈페이지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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