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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청각 전문가가 그린 보청기 소년의 청계천 소리 여행

기사입력 기사번호 53963

보청기를 처음 낀 아이의 귀에 청계천은 어떤 소리로 들릴까. WIA Book이 7월 11일 펴낸 전자책 그림책 «엄마, 청계천이 속삭여요!»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소년 토리와 소리 요정 루루가 청계천을 걸으며 폭포 소리, 징검다리 물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하나씩 마주하는 이야기다. 미리보기 속 “콰아아!” 하는 폭포 소리에 토리의 눈이 커지는 장면처럼, 이 책은 소리 하나하나를 사건으로 그린다. 난청 아동의 첫 소리 경험을 도시 산책이라는 익숙한 장면 위에 얹었다는 점이 다른 장애 이해 그림책과 갈라지는 지점이다. 배경이 실제 존재하는 청계천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국내 어린이 그림책 시장에서 장애 이해를 다룬 작품은 대개 시각장애나 지체장애에 초점을 맞춰왔다. 청각장애, 특히 보청기 착용 초기 아동의 심리를 정면으로 다룬 그림책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해외에서도 청각장애 아동의 목소리를 담은 그림책은 최근 몇 년 사이에야 늘기 시작한 장르로 꼽힌다. 그림책이 다루는 감각도 시각 위주였던 흐름에서 청각으로 확장되는 흐름과 맞물린다. 보청기를 착용한 아동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례 자체가 국내에서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장애 이해 그림책의 소재 폭을 넓히는 시도로 읽힌다. 이런 공백 속에서 «엄마, 청계천이 속삭여요!»는 보청기 적응기를 판타지 서사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독자층을 넓힐 여지가 있다.

저자 지승주는 2009년부터 17년째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를 운영해 온 청각 전문가다. 위아 언론인협회장과 코리안투데이 종로·중구·송파지부장을 겸하며 보건의료 분야 칼럼도 써왔다. 앞서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다시 듣는 세상, 보청기 완전 정복, 생애주기별 청각케어, 함께 사는 세상)를 통해 청각 재활 현장의 이야기를 책으로 옮긴 바 있다. 최근에는 AI 글쓰기·출판 가이드북과 워드프레스 교재도 펴내며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에서 학업을 병행하는 이력도 눈에 띈다. 이번 작품은 그 연장선에서,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반응을 동화적 장치로 옮겨 담았다. 공저자 JIAN이 그림을 맡아 소리를 빛과 색으로 시각화하는 장면을 완성했다.

구성은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로 문을 연 뒤, 다섯 개 장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엄마, 소리가 궁금해요’로 시작해 ‘루루와 함께하는 첫 발걸음’, ‘물길 따라 들리는 노래’, ‘도시가 들려주는 다정한 말들’을 거쳐 ‘소리들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로 마무리된다. 각 장은 엄마 엘라와 함께하는 청계천 나들이의 한 장면씩을 담아, 폭포 소리는 황금빛 구슬로, 징검다리를 스치는 물소리는 은색 음표로 바뀌는 순간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바람의 속삭임까지 다루며 장면마다 새로운 소리를 등장시킨다. 말미에는 작가의 말을 실어 창작 배경을 밝혔고, 판권지로 책을 닫는다.

주 독자층은 유아와 초등 저학년, 그리고 이들과 함께 읽을 보호자다. 보청기를 새로 착용한 아이와 그 가족이 적응 과정에서 겪는 감정을 다루는 동시에, 비장애 아동에게는 소리를 낯설게 느끼는 친구를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미리보기에 실린 “루루야, 오늘은 어떤 소리를 들려줄 거니?”라는 토리의 물음은 이 책이 아이 눈높이의 호기심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준다. 엄마 손을 잡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장면 역시 낯선 소리를 가족과 함께 마주하는 구도를 그대로 담았다. 가정과 어린이집, 특수교육 현장에서 장애 이해 수업 보조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는 구성이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청계천이라는 실재하는 공간을 무대로 삼아, 독자가 책을 덮은 뒤 실제 나들이로 이어질 수 있는지다. 다른 하나는 소리를 색과 빛으로 옮기는 시각적 장치가 난청 아동뿐 아니라 비장애 아동에게도 공감각적 독서 경험으로 통할지 여부다. 저자가 현장에서 17년간 지켜본 수많은 ‘토리’와 그 가족의 이야기가 다음 작품에서 또 어떤 장면으로 옮겨질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엄마, 청계천이 속삭여요!»는 EPUB3·PDF 형식 전자책으로 제작됐으며 정가는 15,000원이다. 저자는 지승주·JIAN, 출판사는 WIA Book, 출간일은 2026년 7월 11일이다. 도서 상세 페이지는 wiabook.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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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투데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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